기획·칼럼

지구촌 위협하는 또 하나의 재앙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동아프리카에 메뚜기떼 창궐, 기후변화가 원인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30일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국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런데 세계의 식량 및 기아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도 최근 들어 비상사태 직전 단계라고 밝혔다.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 전역에서 농작물을 위협하고 있는 메뚜기떼 때문이다.

FAO의 긴급구호국장인 도미니크 부르전은 “우리는 지금 전례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아프리카의 메뚜기떼가 현재 FAO의 최우선 과제”라고 전했다. 또한 취동위 FAO 사무총장은 미국에 도움을 요청해 지원을 받을 만큼 다급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미국 국제개발청은 메뚜기떼의 퇴치를 위해 FAO에 80만 달러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FAO는 앞으로 최소한 70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FAO는 오는 6월쯤에는 메뚜기떼의 개체 수가 현재보다 500배로 증가해 인도 등 30여 개국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 Iwoelbern(wikimedia)

도대체 어떤 메뚜기떼이기에 이처럼 호들갑을 떠는 걸까. 한 예로 케냐의 메뚜기떼 중 가장 큰 무리는 길이 60㎞, 폭 4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하늘을 날면 거대한 구름 형상이 되어 인공위성에서도 촬영이 가능할 정도다.

메뚜기떼들은 현재 케냐, 에티오피아, 소말리아를 위협하고 있는데, 우간다와 남수단을 거쳐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파키스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소말리아 정부는 지난 2일 메뚜기떼 창궐과 관련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파키스탄 정부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메뚜기떼의 크기는 1세대를 거칠 때마다 약 16~20배 증가한다. 이 메뚜기 새끼들은 2~4개월이면 성숙해 다시 후손을 낳을 수 있다. FAO는 오는 6월쯤에는 메뚜기떼의 개체 수가 현재보다 500배로 증가해 인도 등 30여 개국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해충

1㎢의 넓이에 최대 8000만 마리가 뭉쳐서 날아다니는 사막 메뚜기떼는 하루에 자기 몸무게만큼의 작물을 먹어치울 만큼 엄청난 식성을 자랑한다. 잡식성이라서 곡식류나 과일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FAO의 수석 메뚜기예보관인 키이스 크레즈먼은 “메뚜기떼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이동성 해충이다. 로마 크기만 한 메뚜기떼의 경우 케냐 국민들이 하루에 먹어야 할 식량을 순식간에 해치운다”고 밝혔다.

FAO에 의하면 사막 메뚜기떼를 효과적으로 퇴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항공기를 이용한 살충제 공중 살포다. 그런데 에티오피아 정부는 공중 살포를 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거대한 메뚜기떼에 압도당해 항공기를 띄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말리아의 경우 알카에다와 연계된 극단주의 테러 단체로 인해 살충기가 제대로 배치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상시의 메뚜기는 그 귀여운 어감처럼 성격이 온순하고 느리게 움직이며 짝짓기를 할 때만 함께 모이는 곤충이다. 그러나 메뚜기떼로 형성되면 이들은 전혀 다른 동물로 변한다. 성격이 공격적으로 변해 바쁘게 날아다니면서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사나운 곤충이 되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들이 같은 유전자를 가진다는 점이다. 먹이가 부족할 낌새가 보이면 단 몇 시간 만에 이들을 그렇게 변화시키는 것은 바로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다. 군집성 메뚜기의 신경계에서는 개별 생활 메뚜기보다 세로토닌이 3배 이상 분비돼 다리와 날개를 짧게 만들고 갈색 계통의 몸 색깔을 흑갈색으로 변화시킨다. 미처 이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메뚜기들은 광폭해진 자신의 동료들에게 먹혀버리고 만다.

조선시대 영조는 1768년 여름에 호남에서 메뚜기떼가 발생하자 잡아서 불에 태우지 말고 구덩이를 파서 묻도록 지시했다. 임금인 자신으로 말미암아 생겨난 것이므로 비록 미물일지라도 제대로 대우해야 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기후변화가 메뚜기떼 출현 유발

즉, 메뚜기떼의 창궐 자체를 인간의 잘못으로 인한 천벌로 본 것이다. 이런 인식은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성경에서는 메뚜기떼의 재앙이 단순한 자연의 재앙이 아니라 하느님의 심판 도구로 종종 묘사되고 있다.

그런데 동아프리카를 휩쓸고 있는 이번 메뚜기떼 역시 인간의 잘못으로 인한 재앙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에 아라비아반도의 가장 건조한 지역을 강타한 사이클론이 사막 메뚜기종의 번식에 이상적인 조건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사막에 비가 내려 풀이 무성해지면 메뚜기는 엄청난 알을 낳는다. 그러다 비가 그쳐 풀이 메말라 죽으면 메뚜기 알들은 부화 조건이 맞을 때까지 휴면상태로 들어가고, 그렇게 누적된 메뚜기 알들은 알맞은 상황이 다시 갖춰지면 일제히 부화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그 지역에서 한 해에 보통 하나 정도 발생하는 사이클론이 지난해에는 무려 8개나 발생했다. 지난 10년 동안 인도양에서 사이클론의 발생 빈도는 증가 추세다. 사이클론이 자주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변화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동아프리카의 식량안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사막 메뚜기떼의 출현은 지구온난화 같은 기후변화에 의해 유발되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신종 감염병이 자주 창궐하는 이유 역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영향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1980년 이후 매년 발생하는 감염병의 유행 건수는 3배 이상 증가했다. 인간이 야기한 기후변화의 폐해가 어느새 지구촌의 재앙이 되어 우리를 옥죄이고 있는 셈이다.

(5769)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