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지난 수십만 년 동안 사하라사막에서부터 북극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범위의 기후에 적응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인간이 견딜 수 있는 더위에는 한계가 있다. 일단 온도가 높아지면 인체는 땀을 배출해 증발시킴으로써 체온을 조절한다.
그러나 대기의 습도가 높으면 땀의 증발이 느려지다가 멈추게 된다. 그 시점은 습구온도가 35℃에 도달할 때 발생한다. 습구온도(Wet-bulb temperature)란 대기 온도와 습도를 합친 측정값으로서, 물에 젖은 천으로 감싼 온도계인 습구온도계로 측정한 기온을 말한다.
습도가 높으면 땀이 나더라도 잘 증발하지 않아 더욱 덥게 느껴지며, 습도가 낮으면 기온이 높더라도 땀이 쉽게 증발하면서 시원하게 느껴진다. 이런 이유로 습구온도는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온도와 습도의 한계를 파악하는 데 사용된다.
이미 인간의 한계치에 달하는 폭염이 시작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 게티이미지
기후모델을 이용한 기존의 연구들은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인간의 한계치인 습구온도 35℃는 21세기 중반 이후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해왔다. 즉 앞으로 몇십 년 후에는 인간이 정상적인 체온을 유지할 수 없을 만한 더위가 닥칠 것이라고 추정해왔다.
그런데 이미 인간의 한계치에 달하는 폭염이 시작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콜린 레이몬드 박사후 연구원을 포함한 미국 연구진은 1979년부터 2017년까지 전 세계 7000개 이상 기상관측소의 온도 데이터를 조사했다.
극한 폭염, 40년 전보다 2배 자주 발생
그 결과 몇몇 지역에서 습구온도가 인간 한계치인 35℃를 넘어선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극도의 습한 열기가 40년 전에 비해 현재 두 배 정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5월 8일자에 게재됐다.
이러한 극도의 습한 열기는 이전의 기후모델 연구에서 이미 미래의 핫스폿으로 확인됐던 지역에서 나타났다. 이전 연구들은 페르시아만 지역, 인도 아대륙, 중국 동부 등의 일부 지역에서 인간 한계에 도달하는 폭염이 나타날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따뜻한 수역에서 가까운 해안지역으로 습도가 높으며 육지의 온도도 높은 곳이다. 특히 인도 아대륙의 일부 지역들은 장마 바람이 습기가 많은 공기를 유입시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멕시코만, 캘리포니아만, 카리브해, 서아프리카 등도 위험지역으로 나타났다.
(A)해수면 온도가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높아지는 것을 나타낸다. (B)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의 상황. 파란 점은 2017년 월평균 해수면온도가 35도 이상 상승했던 지점이다. ⓒ Science Advances 제공
이번 연구를 진행한 콜린 레이몬드 박사는 “파키스탄과 같은 일부 지역의 경우 기상관측소가 부족한 점을 고려할 때 아마 이보다 훨씬 더 높은 습구온도가 기록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에서 인간이 견디기 힘든 습구온도는 1~2시간 정도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및 파키스탄의 인더스강 유역, 페르시아만의 홍해 해안 등이 바로 그 같은 지역이다. 그러나 이처럼 높은 습구온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고 더 넓은 지역을 덮칠 수 있다.
한계치 이하 습구온도, 노약자에겐 치명적
실제로 세계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5℃만 올라가도 세계 일부 지역에서는 습구온도가 인간 한계치인 35℃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사실이 이번 연구에서 밝혀졌다. 현재 세계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 정도 높아졌다.
인간 한계치보다 훨씬 낮은 습구온도를 기록해도 노약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와 비슷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의 기후학자 엘파티 엘타히르는 “2003년 유럽 전역과 2010년 러시아에서 기록된 역사적인 폭염은 습구온도가 28℃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수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고 밝혔다.
2003년 여름 프랑스에서는 1만 5000명, 2010년 러시아에서는 5만 6000명이 폭염으로 사망했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 전 세계의 많은 지역이 31℃ 이상의 습구온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올해 여름이 1880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가 될 확률이 74%에 이른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다른 연구기관에서도 2020년이 예년보다 훨씬 무더운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우리나라 기상청은 올해부터 폭염 특보 기준을 기존의 일 최고 기온에서 기온 및 습도를 반영한 체감온도로 변경해 시범 적용한 후 내년부터 바뀐 기준을 정식으로 적용한다고 지난 8일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습도가 비교적 낮은 내륙 지역의 폭염 특보 일수는 약간 감소하고 대신 습도가 높은 해안 지역의 폭염 특보 일수는 약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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