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지갑이 없어도 되는 경제활동, 테크핀이 열다

[‘0’에 과학기술을 더하다] (31) 지갑에 과학기술을 더하다

“지갑을 집에 두고 나왔다!”

큰일이다. 지갑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하루 종일 아무런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식사는 물론 당장 필요한 어떤 것도 구매할 수 없는 말 그대로 ‘땡 전 한 푼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같은 상황이 된다 해도 그리 큰일은 아니다. 지갑과 현금이 없어도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상거래가 가능하며,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핀테크(Fintech)’ 시대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갑을 놓고 나왔다면 하루 종일 아무런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핀테크, 지갑이 필요 없는 시대를 열다

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하여 모바일, 인터넷 환경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뜻한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등장한 핀테크. 등장한 이후 이제 20여년이 지났지만, 이제는 금융업에 불어온 기술기반 혁신의 다른 이름으로 불릴 만큼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IT기업은 4차산업 기술을 내세워 기존의 금융업과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으며 금융 시스템을 재건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 대표 IT기업들도 속속 몸집을 불리며, 핀테크 시장에 세를 확장하고 있다.

미국의 핀테크 컨퍼런스 기구 Money2020은 지난 달 저널을 통해 “핀테크 2.0은 금융 서비스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 시사한 바 있다.

현금과 지갑이 없이 가능한 상거래, 은행이 없어도 가능한 결제·송금, 예·적금 등 금융거래. 이제 다가오는 핀테크는 어떤 모습일까.

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하여 모바일, 인터넷 환경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뜻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지갑의 ‘0’, 거래의 시작

경제활동은 인류가 집단생활을 하고 생산력이 향상되면서 잉여 경제재를 서로 교환하는 행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물물교환이었지만, 이후에는 교환을 좀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원시화폐가 등장하게 된 것.

당시의 화폐란 물물교환의 비효율성을 대체하기 위한 수단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부의 개념이 점차 명확해지면서 조악했던 화폐는 그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견고한 소재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금·은·청동 등의 금속은 소멸의 위험이 적고, 고유의 가치를 보증받기 때문에 수 천년 간 화폐의 소재로 사용되었다고 알려진다.

역사상 최초의 주화로 알려져 있는 기원전 600년 경 리디아 왕국의 호박금 경화, 최초의 지폐로 알려진 11세기 중국 북송 시대의 교자(交子)는 시대와 나라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져 현물지폐로서의 가치를 유지한다. 전자로만 교환되는 전자회폐 등장 전까지는.

역사상 최초의 주화로 알려져 있는 기원전 600년 경 리디아 왕국의 호박금 경화 Ⓒwikipedia

핀테크, 테크핀. 이름은 달라도 신금융의 새 이름

핀테크의 등장은 금융업에 기술이 합쳐진 도구적 수단이었다. 초기의 핀테크는 거래 과정을 전자화하면서 업무 속도가 빨라지고, 소비자는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핀테크 2.0으로 불리는 현재는 오히려 기술력을 앞세운 IT기업이 금융 서비스를 주도하는 형태로 전복되었다. 특히 효율성이 주요 지표로서 부상하면서 사용자 경험이 핀테크 업계의 동인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핀테크는 스마트폰, IoT, 5G, 블록체인, 클라우드, AI, 빅데이터, API 등의 기술을 기반으로 관련 생태계를 급속히 확장하는 추세다.

초창기의 대표적 핀테크인 간편결제, 송금·대출 등 온라인 금융은 더욱 정교해지며 각 분야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발전 중이다.

또, 자산 및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구성된 AI 자산관리 역시 핀테크의 주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폐쇄적 구조의 금융업계에 큰 혁신으로 평가받는 오픈뱅킹은 빅데이터와 연계된 마이데이터 기술의 한 형태다.

최근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블록체인도 핀테크의 한 분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블록체인의 주요 기술인 분산데이터베이스는 각각의 네트워크 참가자들에 의해 저장·관리되기 때문에 거래 현황을 참여자들이 직접 검증·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IT기업이 독자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견인하겠다는 의도로 ‘테크핀’ 개념을 사용한다. 실제로 핀테크 0.0의 모델인 ‘금융+IT기술’이 현재 핀테크 2.0은 ‘IT+금융’으로 그 주체가 전도되는 추세를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네이버와 카카오, 토스 역시 혁신금융을 위한 전략과 새 모델을 내놓으며 경쟁력을 확장시키고 있다. 각자가 보유한 기술력과 데이터를 주요 기반으로 금융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국내의 테크핀 분야는 글로벌 IT 기업이 주도적으로 금융 혁신을 이뤄내는 것에 비해 다소 더딘 행보라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소비자를 보호하고, 니즈를 분석하는 ‘지갑 없는 사회’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관련 생태계가 동반 성장하고, 금융업과 IT업이 상생하는 테크핀이 견고하게 자리 잡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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