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중성미자 사냥꾼 ‘카미오칸데’

[과학기술 넘나들기] 거대 과학실험 장치들(5)

새로운 소립자를 발견하거나 그 존재를 명확히 증명하는 것은, 물론 입자가속기를 통한 실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가속기 실험 이외에도 소립자의 존재를 확인하거나 검출할 수 있는 경우가 또 있으니, 바로 우주에서 지구로 쏟아지는 우주선(宇宙線, Cosmic ray)을 통해서이다. 우주선 중에서 검출할 수 있는 소립자의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중성미자(中性微子)이다.

영어로 뉴트리노(Neutrino)라 불리는 중성미자는 아주 작은 소립자로서 1930년대 파울리, 페르미 등이 방사성 물질 붕괴의 과정에서 에너지 보존법칙이 깨지지 않도록 설명하기 위하여 도입하였다. 중성미자의 존재가 실험적으로 입증된 것은 1950년대 이후인데, 중성미자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이들을 검출한 물리학자들은 상당수가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즉 중성미자 검출 및 연구는 노벨상의 화수분이라고도 할만하다.

러시아의 코카서스 산맥에 위치한 중성미자 관측소의 입구 ⓒ Konstantin Malanchev

중성미자를 처음으로 검출한 물리학자는 미국의 프레더릭 라이너스(Frederick Reines)인데, 그는 1953년 원자로 내에서 중성미자를 검출하였고 1995년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하였다.

1962년에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물리학자 레더만(Leon Lederman)과 슈왈츠(Melvin Schwartz), 스타인버거(Jack Steinberger)는 입자가속기 장치를 이용하여 실험하는 과정에서 중성미자를 관찰하였다. 이들은 인공적인 중성미자 빔을 만드는 데에 성공하고 중성미자의 본질을 밝히는 공로를 인정받아, 1988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하였다.

1960년대 이후에 현대 입자물리학 이론의 근간을 이루는 이른바 ‘표준모형(Standard Model)’이 정립되면서, 중성미자의 위상 및 다른 소립자들 간의 관계도 서서히 밝혀지게 되었다. 기본 소립자 중에서 중성미자가 속하는 렙톤, 즉 경입자에는 이외에 전자, 뮤온입자, 타우입자가 있다. 중성미자에는 이들에 각각 대응되는 전자중성미자, 뮤온중성미자, 타우중성미자의 세 가지가 있다.

중성미자는 다른 입자와는 거의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성질 때문에 검출하기가 매우 어렵다. 중성미자는 빛의 입자인 광자에 이어서 우주 공간에서 두 번째로 많으며, 1초에도 수 조개씩 지구를 지나갈 정도이지만, 검출 가능한 것은 고작 하루에 몇 개일 정도로 극소수이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주에서 날아오는 중성미자를 검출하려는 ‘중성미자 천문학’, ‘우주선(宇宙線) 물리학’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성공을 거둔 유명한 중성미자 검출 장치로서 일본의 카미오칸데(Kamiokande)가 있다. 카미오칸데는 지하 1000m의 광산에 수천 톤의 물을 담은  탱크로 이루어진 거대한 입자 검출기였는데, 지하에 건설한 것은 대기 분자 등에 의한 교란이나 노이즈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다.

카미오칸데의 모형 ⓒ Jnn

카미오칸데는 일본의 기후현 카미오카 광산에 1982년 착공하여 1983년 4월 완공되었는데, 약 5000톤의 순수한 물을 담은 특수 물탱크에 1000여 개의 광전자증폭관(Photo Multiplier Tube) 등을 포함하고 있었다. 물속에 들어온 중성미자가 물 분자 안의 수소 원자핵과 충돌하여 발생하는 체렌코프 방사 빛을 검출하는 방식이다. 카미오칸데는 1987년 2월 큰 마젤란 성운에서 발생한 초신성 폭발에서 중성미자를 탐지하는 데 성공했고, 1988년에는 태양 중성미자를 관측하였다.

카미오칸데 실험을 진두지휘했던 일본의 고시바 마사토시는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레이먼드 데이비스 2세(Raymond Davis Jr.), 이탈리아의 지아코니(Riccardo Giacconi)와 공동으로 2002년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일본 도쿄대 물리학과 ‘꼴찌 졸업생’ 출신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하였다. 공동 수상자 데이비스 2세 역시 카미오칸데와 유사하게 미국 사우스다코다 주의 금광 깊은 곳에서, 염소가 다량으로 함유된 액체로 가득 찬 거대한 탱크 속에서 염소와 반응하여 아르곤을 만드는 태양 중성미자들을 검출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었다.

중성미자 진동 발견으로 2015년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아서 맥도널드(왼쪽)와 가지타 타카아키 ⓒ Bengt Nyman

고시바 교수 등은 기존 카미오칸데보다 훨씬 크고 물의 양도 10배인 5만 톤으로 늘린 슈퍼카미오칸데를 건설하여 중성미자 검출 실험을 계속하였고, 그의 제자였던 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 등은 중성미자 진동 발견으로 2015년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슈퍼카미오칸데를 이용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가속기를 통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중성미자 빔을 멀리 떨어진 곳에서 검출기로 관찰하는 실험 결과, 최초의 중성미자가 다른 종류의 중성미자로 변환되는 진동 현상을 관측함으로써 중성미자에 질량이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사실 중성미자가 질량을 지니는지는 오랜 수수께끼였는데, 표준모형에서는 중성미자에 질량이 없는 것으로 가정하고 있으므로, 이론과 맞지 않아서 앞으로 입자물리학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카미오칸데와 비슷한 폐광 등의 지하에 건설된 중성미자 검출 장치는 세계 곳곳에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양수발전소(揚水發電所) 지하에 우주방사선 검출 실험실을 만든 바 있다. 또한 남극의 거대한 얼음 밑에도 중성미자 검출 장치인 아이스큐브(Ice Cube)가 건설되어 국제공동 연구진이 중성미자의 검출과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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