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바이러스와 과학의 달

[특별기고] 윤대상 전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장

중국에서 온 코로나19가 대한민국에 창궐하고 있다. 특히 대구와 경북에서 극성을 부리고 있다. 그 기세가 쉽게 꺽일 것 같지 않다. 학교가 개학을 하지 못하고, 직장에서는 재택근무가 일상이다. 봄이 왔지만 아직 봄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없다.

곧 4월 ‘과학의 달’이 다가온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대중이 모이는 행사를 할 수 없으니 제약이 많을 듯하다.

중국에서도 매년 5월 3번째 주를 ‘과학기술 활동주간’으로 지정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각 성‧시별로 대규모 과학 문화 활동을 개최한다. 가을에는 매년 9월 3번째 공휴일을 ‘중국 과학보급의 날’로 지정하여 중국 각지에서 행사를 한다. 이번 사태로 어떻게 5월 행사를 치를지 자못 궁금하다.

2003년 사스로 인해 중국의 과학기술 활동주간 행사 개막식을 인터넷으로 중계하는 장면. Ⓒ http://www.chinanews.com/n/2003-05-17/26/303960.html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하던 2003년 중국에서는 5.17일부터 23일까지 ‘과학에 의지하여 사스를 이기자’라는 주제로 과학주간 행사를 치루었다. 개막식은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국무위원과 관련 주요 인사들만 참석한 가운데 인터넷으로 진행되었다.

2003년 중국의 과학기술 활동주간 행사 포스터 Ⓒ 과학기술 활동주간 홍보 홈페이지

당시 원자바오 총리는 축하 메시지에서 “과학은사스를 이기는 유력한 무기이며, 사스 퇴치는 최종적으로 과학에 의지해야 한다”면서 사스의 진단, 치료, 예방 등 연구와 사람들의 공포 심리 해소도 과학이 해결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중국 과학기술부 장관도 과학기술계와 과학기술 대중이 모두 힘을 합쳐 창궐하는 사스를 반드시 퇴치하고 만연한 사회 민심을 안정시키며, ‘가짜 뉴스’에 동요되지 않기를 당부했다.

그해 모든 과학기술 활동들이 인터넷, TV 방송, 라디오, 신문 보도 등으로 이뤄지고, 사스 전염을 막는데 집중하기 위해 관련 과학지식, 정책과 조치, 그리고 전염 방지를 알렸다. 각 지방 성‧시별로도 모든 대외 활동을 중지하고 과학기술 활동 주간 행사는 인터넷상으로 진행하였다. 중앙과 지방 TV에서는 10편의 사스 관련 내용이 시리즈로 방영되었고, 아직 통신이 지금보다 발전하지 않은 시기라 농촌과 오지 지역에는 사스 관련 전단을 배포하기도 하였다.

1910년 여름, 폐페스트가 발병해 4만 명에 달하는 중국인이 사망했다. 사진은 페스트균. Ⓒ 위키피디아

중국의 전염병 사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10년 여름, 시베리아에서 건너온 전염병이 만주를 덮어 하얼빈은 물론이고 지린과 헤이롱쟝까지 확산된 적이 있다. 당시 사망자가 4만 명에 달하자 우롄더(伍連德)라는 방역 전문가가 파견되어 발병 지역에서 중국 최초로 인체 해부를 하고 관련 질병을 폐페스트로 단정한다. 병원체는 산속 바위틈이나 평지에 굴을 파고 사는 마멋(marmmot)이었다.

1919년 하얼빈에 콜레라가 발생했을 때도 그는 환자 2000여 명의 생명을 구했다. 그 후 30여 년간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하였고, 마스크도 처음 전파시켰다고 한다.

2003년 SARS가 발병하였을 때, 전 중국 과학기술협회 주석 한치더(韓啓德)는 TV에 나와 페스트와 콜레라 등 전염병 역사를 강의하면서 90여 년 전 외국의 도움 없이 중국인의 힘으로 악성 페스트를 퇴치한 우롄더의 업적을 소개하며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2015년 메르스 전염병이 중국에 나돌 때는 바이러스의 원인, 증상, 대응 조치 등과 관련된 지식을 언론에 전파해 국민들이 메르스 전염병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입수하도록 함으로써 무지로 인한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단백질과 RNA로 구성돼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구조. ⓒ 위키피디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거론되고 있는 우한시에는 1956년 설립된 중국과학원 산하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있다. 설립 초기에는 미생물 연구를 하였으나 1978년 이후 바이러스 연구를 시작하였다. 이 연구소 내 바이러스자원정보센터는 아시아 최대의 바이러스 보존 센터로, 각종 바이러스 264종(1184개) 균주와 중국 유일의 바이러스 표본관을 보유하고 있다. 인근 중국무한대학교에는 바이러스학 국가중점실험실이 운영되고 있고, 이들의 연구 대상은 전염성이 큰 바이러스로 5개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인체/조류 독감 바이러스, 에볼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지카 등을 비롯하여 중증급성호흡기중후군 코로나바이러스(SARS-CoV)도 포함되어 있다.

사스나 메르스와 크게 다를 것도 없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퇴치도 과학적 접근으로 해결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모여 기도하면 하늘이 도와줄 것이라거나, 이번 질병이 마귀의 짓이라는 얘기는 예전 비가 오지 않아 하늘에 기우제를 지내던 옛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하루속히 이런 과학적 무지로부터 벗어나기를 모두가 합심하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

메르스 사태가 끝날 무렵 앞으로 주기적으로 닥칠 이런 질병이나 재난에 대해 어떻게 과학기술을 활용하고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반성이 제기된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과학기술, 의학, 언론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지금의 위기 대응 시스템과 정보 소통 체계를 진단하고, 과학기술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과 역할을 논의하였다.

이번에도 이 사태가 진정되면 반성의 자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추후에는 보다 결실을 거두는 유익한 모임을 기대한다. 특히 전문성이 부족한 기자가 제대로 된 질문을 못하여 이로 인해 질병 관련 전문가나 당국자에게 제대로 된 답변을 얻을 수 없어 국민들이 우왕좌왕하거나 힘들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풍요한 삶을 즐기는 한편, 부작용으로 인하여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과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전염병의 덫에 놓여 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우리의 건강은 물론 학생들의 학업과 일반 서민들의 생계마저 어렵게 하여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과학기술의 범주는 넓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많지만, 이번을 계기로 과학기술을 통하여 돌출하는 바이러스 등 질병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겠다. 국내 연구진들이 하루빨리 코로나19 치료용 항체 및 백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중장기적으로도 바이러스와 관련해서 진단, 백신, 치료제 및 확산 방지 기술 개발 연구와 시스템이 구축되었으면 한다.

감염병의 경우 이를 연구할 수 있는 연구층이 두텁지 않은 상황이므로 다른 선진국 및 주변국과의 향후 감염병 분야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교류 협력도 필요한 시점이다.

다가오는 이번 과학의 달은 온라인‧모바일을 활용한 과학문화 정보제공과 이벤트가 많이 준비되어야 하겠다. 홈페이지를 통해 과학문화 행사 등 관련 통합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국민이 과학을 더욱 친근하게 느끼도록 과학과 관련된 주제를 유튜브 등으로 제공했으면 한다. 또한 이모티콘을 개발‧배포하고, SNS 릴레이 캠페인, 청소년과 일반 국민이 모두 참여하는 공모전 등으로 온 국민과 함께 바이러스 극복을 전달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확산되는 과학의 달이 되었으면 좋겠다.

* 본 기고는 필진 개인의 의견이며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공식 견해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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