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프리미엄 음향기기 브랜드인 파이널 오디오 디자인의 고가 이어폰 ‘피아노 포르테 (Piano Forte X)’ 이어폰은 300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이어폰’으로 알려져 있다.
최상의 음질을 자랑하는 이 이어폰의 핵심 기술은 다름 아닌 ‘접착제’에 있다. 하지만 제품을 분해해도 접착제의 성분을 파악할 수 없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치열한 경쟁도 마찬가지다. 코카콜라가 시장 점유율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 아무도 코카콜라만의 화학적 배합 요소를 알아내지 못했다는 의미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화학기술 산업 부문에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두수 서울대학교 화학부 교수는 “전자, 반도체 등의 기술은 분석이 쉬워 비슷한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추월당하기 쉽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우리도 다른 나라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화학·분석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에 의존하는 기초과학기술, 이제는 우리가 선도해야
정 교수는 지난 29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 한국분석과학회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과학기술강국의 전제조건, 측정분석과 연구 장비 산업’ 온라인 공개 포럼에서 “국내 주력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은 우리보다 한발 앞선 기초과학기술 강국”이라고 지적하며 화학·분석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산업은 해방 이후 발전을 거듭했다. 최근 우리나라는 IT, 전자, 반도체 산업 등 일본에 뒤처졌던 많은 산업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 대일 무역적자는 단 한 번도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54년 동안 누적 대일 무역적자는 무려 700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위기가 기회로 돌아왔다. 지난해 일본 정부가 한일 무역전쟁으로 걸어온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의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 규제를 단행한 것은 ‘독’이 아닌 ‘약’이 됐다.
이 사건은 결국 그동안 일본에만 의존하던 소재 및 부품 기술의 수입처 다변화 및 불화수소 국산화라는 고무적인 성과로 귀결됐다.
정 교수는 여기에 첨단 화학기술이 더해지면 앞서있는 일본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중국에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우선되는 것처럼 화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먼저 정확한 측정 및 분석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의 분석 연구 장비 산업 현황을 지난해 일본 정부의 불화수소 수출 규제 이후 러시아에서 순도 높은 불화수소를 공급하겠다고 나섰지만 국내 기업들이 거절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순도 높은 불화수소를 검사할 수 있는 분석 장비와 검사 역량 등 분석 기반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공급한다고 해도 받을 수 없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택과 집중’, ‘스마트 전략산업 투자’ 이뤄져야
이러한 결과 속에는 과학자 및 기업 등 사용자의 인식 제고 및 사용 패턴, 신뢰성 문제도 함축되어 있다. 조상준 파크시스템스 연구소장은 이날 포럼에서 국내 분석 연구 장비 산업 분야에 기술력이 있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포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비 국산화 및 기술 개발에 진전이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조 연구소장은 “과학자 및 기업에서는 오랫동안 사용하던 연구 장비를 쉽게 변경하기 어렵다. 과학자에게 장비란 생명과 같기 때문”이라며 “좋은 국산 장비가 있어도 기존의 익숙한 장비를 사용하다 보니 국내 기업들이 높은 장벽을 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연구 관행도 문제다. 학계 및 기업의 연구개발비 지원이 단기간 성과를 내야 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성장시켜야 하는 장비 분야 투자는 건너뛰고 쉽고 익숙한 해외 장비를 사 와서 사용해왔다는 것이다.
정부의 ‘선택과 집중’ 투자 전략도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조 연구소장은 “그동안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연구 분야에 집중 투자하다 보니 오랜 시간이 걸리는 연구 분석 장비 산업에 많은 투자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이 분야는 전략적인 투자 및 판단이 필요하다. 독일이나 일본과 같이 되기 위해서는 50~100년 장기간을 내다보고 투자해야 한다”며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하고 장기간 로드맵을 구축하면서 국책사업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분석 연구 장비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분석과학자 양성이 시급하다. 정두수 교수는 최소한의 분석과학자 양성은 물론 ‘버추얼 분석 거래소’와 같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교수가 말하는 ‘버추얼 분석 거래소(Virtual Company)’는 초연결 된 집단지성의 집합체로 정부가 국내 여러 실험실과 전문가들을 모아 만든 인증 분석실을 뜻한다.
여기에 첨단 분석 연구 장비 국산화를 위한 연구 지원도 절실하다. 정 교수는 “분석 연구 장비의 국산화는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기초과학분야에 대한 수입 비중을 줄이는 한편 앞으로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하는 과학기술 강국이 되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575)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나사 풀림 위험을 감지하거나 내·외부 물리적 변형 요인을 구분할 수 있는 지능형 금속 부품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UNIST에 따르면 기계공학과 정임두 교수 연구팀은 3D 프린팅 적층제조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인지 가능한 스테인리스 금속 부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또 인공지능 기술과 증강현실 융합기술로 금속 부품 단위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구현했다.
원자력발전소의 배기가스나 산업체·병원 등에서 유출될 수 있는 극위험물질 '방사성 요오드'를 고습 환경에서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 황영규·홍도영 박사 연구팀은 현재 쓰이는 탄소계 흡착제보다 280배 높은 방사성 요오드 제거 성능을 보이는 다공성 흡착제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절단된 신경을 수술용 봉합실 없이 홍합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이용해 이어붙일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포항공대(포스텍)는 화학공학과 차형준 교수·정호균 박사 연구팀과 이화여대 화공신소재공학과 주계일 교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성형외과 전영준 교수·이종원 교수·재활의학과 이종인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홍합접착단백질 기반 의료용 하이드로젤 접착제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물리학과 김용현 교수 연구팀이 수천 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난제 가운데 하나인 마찰전기 발생 원리를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팀은 두 물질을 마찰시킬 때 경계면에서 발생하는 열에 의해 전하가 이동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마찰전기의 작동원리를 찾아냈다. 마찰전기와 관련한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 현상이 마찰열과 전기적 성질을 띠는 대전현상인데, 연구팀은 마찰전기를 '마찰열에 따른 대전현상'으로 설명하기 위해 미시적 열전효과(열과 전기의 상관 현상)에 주목했다.
한국의 첫 지구 관측용 민간 위성인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그룹의 '세종1호'(Sejong-1)가 한국 시간 26일 오전에 궤도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한컴에 따르면 세종1호는 발사 후 예정된 궤도에 안착했으며, 한국 시간으로 오전 11시 11분에 지상국과의 교신이 성공적으로 완료됨에 따라 궤도 진입의 성공이 확인됐다.
종양 내부에 발생하는 저산소증만 감지해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신개념 조영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바이오융합연구부 홍관수 박사 연구팀은 미국 텍사스대 세슬러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종양의 저산소증에 반응해 신호를 내는 감응성 바이모달(MRI·광학 혼합) 이미징 프로브를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국가안보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우리나라가 대응해 필수적인 AI 기술을 중점 육성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4일 학계에 따르면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최근 펴낸 '국가안보를 위한 인공지능과 3대 전략 기술'보고서는 우리 정부가 보호·육성해야 할 AI 기술로 ▲ 지능형 반도체 ▲ 자율무기 ▲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 등 3가지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