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했던 금성 탐사 급물살 타나?

‘포스핀 가스’ 발견으로 국제적 관심 고조

지난 14일 영국 카디프 대학 연구진이 금성 대기에서 ‘포스핀 가스’를 발견했다는 발표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생명체의 흔적이라 여길 수 있는 물질이 발견된 것은 그곳에 미생물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 발견으로 금성에 대한 학계와 대중의 관심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여기에 각국 우주 기관과 민간 기업까지 가세하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금성 탐사가 급물살을 탈것으로 예상된다.

▶ 관련 기사: “금성에서 생명체 흔적 발견했다”

일본의 아카츠키 탐사선이 촬영한 금성의 합성 이미지. ⓒ JAXA / ISAS

학계 반응은 포스핀 가스 발견이 생명체의 존재를 반드시 의미하진 않지만, 추가적인 금성 탐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세다.

천문학 관련 NGO 단체인 행성협회(Planetary Society)의 케이시 드레이어(Casey Dreier) 수석 우주정책 고문은 지난 15일 자 기고문에서 “더 뚜렷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금성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흥분해도 무방하다.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이번 발견은 금성 탐사의 필요성을 증대시킬만한 설득력 있는 이유가 된다”라고 밝혔다.

NASA, 금성 탐사의 우선순위 높아질 듯

카디프 대학 연구진의 발표가 있은 지 하루 만에 미항공우주국(NASA)도 반응을 보였다. 짐 브라이든스틴 NASA 국장은 공식 성명을 통해 “외계 생명체를 찾는 것은 NASA의 주요 임무 중 하나다. 지금까지 제안된 금성 탐사 계획들을 검토해서 내년 중에 실행 여부를 결정하겠다”라며 금성 탐사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다빈치 프로브는 낙하산으로 하강하면서 금성 대기 샘플을 채취한다. ⓒ NASA / GSFC

NASA의 태양계 탐사는 미션 공모전인 ‘디스커버리 프로그램’을 통해서 채택된 계획 위주로 진행된다. 때마침 2020년도 디스커버리 최종 후보 4개 중에 고다드우주비행센터(GSFC)가 제안한 ‘다빈치(DAVINCI)’라는 금성 대기 탐사 프로브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 발견으로 다빈치가 실제 추진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다빈치 프로브는 두꺼운 금성 대기층을 63분간 하강하면서 대기 샘플을 채취한다. 그 과정에서 포스핀 가스가 발견된 약 48km 고도를 천천히 지나치므로 생명체 존재 여부를 확인할 좋은 기회가 된다.

풍력으로 움직이는 베리타스 금성 로버. ⓒ NASA / JPL-Caltech

올해 디스커버리 최종 후보에 오른 또 다른 금성 탐사 계획으로는 ‘베리타스(VERITAS)’가 있다. 제트추진연구소(JPL)가 제안한 베리타스는 풍력 에너지로 움직이는 로버와 궤도선으로 나뉘어 구성된다.

그러나 베리타스는 대부분의 금성 착륙선처럼 표면 탐사에 중점을 맞췄다. 대기 탐사에서는 다빈치가 더 유리하지만, 이미 로버 기술이 확보되어 빠르면 2026년까지 발사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브리즈는 50~60km 고도의 금성 대기에서 장시간 비행할 수 있다. ⓒ Buffalo University

디스커버리 프로그램은 1, 2단계 심사를 거쳐야 3단계 최종 후보로 선정될 수 있다. 아직 1단계 사업에 불과하지만, ‘브리즈(BREEZE)’라는 획기적인 금성 비행체 계획도 주목할 만하다. 이 비행체가 유망한 이유는 장시간에 걸쳐 대기 샘플을 채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버펄로 대학의 항공우주연구실(CRASH)이 제안한 프리즈는 지구의 해수면 대기압과 비슷한 금성 대기 상층부에서 4~6일 주기로 행성을 일주하도록 설계되었다. 가오리 모양의 탐사선은 마치 새처럼 날갯짓해서 비행하며, 태양광으로 에너지를 얻는다.

민간 기업도 가세할 예정

로캣랩의 창립자인 피터 벡(Peter Beck) CEO는 자사의 일렉트론 로켓과 ‘포톤(Photon)’ 위성 운반체를 이용해서 금성까지 약 27kg 무게의 소형 탐사선을 보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로캣랩의 Photon 위성 운반체 상상도. ⓒ Rocket Lab

평소 금성 대기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던 벡 CEO와 로캣랩은 이번 발견과 상관없이 2023년까지 민간 금성 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로캣랩은 발사체 전문 기업이다. 이와 관련해 항공 우주 매체 ‘스페이스플라이트나우’의 지난 14일 자 분석 기사에 따르면, 탐사선 개발 능력을 지닌 다른 기업과 협력해서 금성 탐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인도의 금성 탐사 계획 탄력받아

지난 15일 러시아연방우주국의 드미트리 로고진(Dmitry Rogozin) 국장은 기자 회견을 통해 “금성은 러시아 행성이라고 믿는다”라며 금성 탐사 프로젝트를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구소련의 베네라 탐사선이 최초로 금성 착륙에 성공했으니 그 명맥을 이어가겠다는 의중이다.

애초 러시아는 2026년 발사를 목표로 베네라-D(Venera-D) 금성 탐사선 계획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예산 문제 등으로 인해 2029~2031년까지 일정이 밀린 상태다. 카디프 대학 연구진의 발견이 상황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인도 역시 2023년에 슈크라얀 1호(Shukrayaan-1)를 금성으로 보낼 계획이다. 특히 슈크라얀 탐사선은 궤도 관측에 머물지 않고, 10kg짜리 풍선형 프로브로 55km 상공의 대기 분석까지 수행할 예정이라 관심을 끌고 있다.

어느 국가, 기업이 됐건 금성 대기 탐사에 먼저 성공하는 주체는 1985년 구소련의 베가 1, 2호 이후 처음으로 금성 대기권에 진입하게 된다. 만약 외계 생명체를 최초로 발견하게 된다면 그 명예는 상상조차 할 수 없어서 금성 탐사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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