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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

종이로 간이 주택 짓고, 벽돌도 만든다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25) 카텐트와 패브릭

저개발 국가 주민들의 주거 환경은 대부분 열악하다. 열악한 원인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자연 재난이 많고 자원 활용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재난이 많다 보니 집을 지어도 파괴되는 경우가 많고, 자원이 많아도 이를 채굴할 장비나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적정기술 전문가들이 저개발 국가 주민들을 위한 주거 환경 개선에 참여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은 간이 주택을 개발하거나,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재료의 개발을 통해 주민들을 돕고 있는데, 놀라운 점은 모두 ‘종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개발 국가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종이가 사용되고 있다 ⓒ kartent.com

저개발 국가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종이가 사용되고 있다 ⓒ kartent.com

특수 골판지로 비를 맞아도 안전한 텐트 개발

네덜란드의 ‘얀 포르테인(Jan Portheine)’과 ‘우트 코머(Wout Kommer)’는 야외에서 벌어지는 음악 축제를 즐겨 찾는 건축학도들이다.

축제 기간 내내 참가자들은 텐트를 치고 그곳에서 먹고 자며 음악을 즐기는데, 축제가 끝나고 나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참가자들 상당수가 낡은 텐트를 가져와 쓰고는 그대로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두 건축학도가 음악 축제를 개최하는 주최사들에게 문의해 본 결과, 1년 동안 버려지는 텐트만 1000만 개가 넘는다는 점과 텐트 처리 문제가 주최사들에게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텐트 소재와 규격이 모두 다르다 보니 재활용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서 매립하거나 폐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이들은 전공을 이용하여 텐트 처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마음먹었다. 두 사람은 과거 바닷가에 골판지를 소재로 오두막집을 지은 적이 있었는데, 당시의 경험을 살려 골판지로 텐트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골판지로 만든 텐트인 ‘카텐트(kar tent)’를 개발하게 되었다. 카텐트는 화학소재를 사용한 기존 텐트들과는 달리 종이인 골판지를 사용하여 만든 친환경 텐트다. 골판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약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400kg의 무게까지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다.

종이가 소재인 만큼 비를 맞으면 강도가 약해질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포르테인 대표의 말이다. 그는 “골판지에 방수 코팅제를 바르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지만, 이 방법은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언급하며 “방수 코팅제에는 화학물질이 쓰이므로 또 다른 환경오염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카텐트의 설계 개요 ⓒ kartent.com

카텐트의 설계 개요 ⓒ kartent.com

포르테인 대표의 말에 의하면 이들은 3년 가까운 기간을 연구하여 비를 맞아도 텐트가 강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바로 골판지의 두께를 키우는 방법이다.

공동 대표인 코머 대표는 “일반 골판지보다 밀도가 높고, 두 배 정도 되는 두꺼운 골판지를 개발하여 문제를 해결했다”라고 전하며 “이 같은 골판지로 만든 카텐트는 자체 중량의 4배가 넘는 물을 흡수해도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또한 카텐트의 장점으로는 설치가 간편하고 실내가 시원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3~4분 만에 혼자서 텐트를 칠 수 있고, 두꺼운 골판지로 이루어진 벽은 뜨거운 햇빛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텐트보다 실내가 훨씬 더 시원하다.

이 외에도 오래 사용해서 더 이상 텐트로 사용하기 어려워지면 해체해서 포장 상자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과 한화로 6만 5000원 정도 하는 저렴한 가격도 카텐트만의 매력이다.

카텐트는 축제 현장에 공급되는 것 외에도 최근 들어서는 적정기술의 일환으로 저개발 국가 주민들을 위한 임시 주택이나 재난 현장에서 재난민을 위한 주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포르테인 대표는 “처음에는 축제 현장에만 공급을 했지만 우연한 기회에 저개발 국가의 요청으로 수백 개의 카텐트를 보낸 이후 주민들로부터 감사의 편지를 받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라고 언급하며 “현재 카텐트를 적정기술의 관점에서 보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종이와 진흙을 사용하여 주택 건축용 벽돌 개발

카텐트가 네덜란드의 건축학도들이 개발한 종이로 만든 주택이라면, ‘패브릭(Pabrick)’은 우리나라의 적정기술 지원 원정대가 아프리카 현지에서 사용하기 위해 개발한 종이로 만든 벽돌이다.

아프리카의 케냐 및 탄자니아 지역으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떠난 에코다이나믹스 원정대는 현지 주민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직접 집을 지어주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집을 건축하는 일은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건축 소재로 사용하는 벽돌을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었던 것.

이에 원정대원들은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진흙과 종이만을 이용하여 주택 건설용 벽돌을 개발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패브릭을 개발할 수 있었다.

패브릭은 종이와 진흙으로 만든 벽돌이다 ⓒ ecodynamics

패브릭은 종이와 진흙으로 만든 벽돌이다 ⓒ ecodynamics

패브릭을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손가락 크기만 하게 자른 종이들과 진흙만 있으면 되는데, 종이들은 진흙과 진흙 사이를 연결하여 흩어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어서 진흙과 종이로 버무려진 반죽을 벽돌 모양으로 제조한 후 응달에서 말리면,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벽돌이 완성된다.

에코다이나믹스 원정대의 관계자는 “패브릭과 기존 유통되고 있는 벽돌들을 비교했을 때 비슷한 강도를 기록했다”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들 제품은 방수성 및 열에 견디는 정도 또한 더 뛰어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벽돌로 사용하기에 손색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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