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일수록 더 이기적일까?

종교와 이타심 상관관계 연구

이타심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지난 11월 16일 저명한 생물학 학술지인 셀(Cell)지의 자매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종교와 이타심의 상관 관계를 담은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실렸다. 시카고대의 장 데서티(Jean Decety)가 이끄는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The Negative Association between Religiousness and Children’s Altruism across the World)는 두 가지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지금까지 이뤄진 연구는 대부분 서구의 산업화, 민주화된 국가에서 충분히 교육받고 부유한 환경에 사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캐나다, 중국, 요르단, 터키,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6개국에 거주하는 5~12세 사이의 어린이 1,17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세계의 종교 분포. 푸른색이 이슬람교, 붉은색이 기독교다. ⓒ Arseny Khakhalin, Aethelwolf Emsworth at wikicommons

세계의 종교 분포. 푸른색이 이슬람교, 붉은색이 기독교다. ⓒ Arseny Khakhalin, Aethelwolf Emsworth at wikicommons

이타적 행동이 10세 이전의 아이들에게서 보이기 시작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는 큰 의미를 가진다. 특정 문화권이나 사회에 치중되어있지 않다는 점도 연구 결과에 신뢰도를 더한다.

또, 연구에 참여한 아이들의 종교적 성향 역시 단순히 종교가 무엇이냐가 아니라 가정이 얼마나 종교적인지, 얼마나 종교적인 교육 환경에 노출되었는지를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판단했다. 그런데, 기존 연구의 단점을 보완한 이들의 연구 결과는 종교적일수록 더 도덕적일 것이라는, 종교와 도덕성의 관계에 대한 통념에 반하고 있어 흥미롭다.

이타심의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실험자들은 어린이들에게 30개의 스티커 중 마음에 드는 10개를 자유롭게 골라 가지도록 했다. 그리고 고른 스티커를 모르는 사람에게 원하는 만큼 나눠주도록 했다. 원하지 않는다면 10개의 스티커를 모두 가져도 된다고 했다.

그 결과 종교가 없는 아이들이 기독교거나 이슬람교인 아이들보다 스티커를 더 많이 나눠주었다. 종교가 없는 아이들이 더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은 국적과도 무관했다. 또, 이 같은 종교와 이타심의 상반되는 관계는 더 큰 아이들에게서 강하게 나타났다.

10개의 스티커 중 모르는 사람에게 나눠준 스티커의 개수. 가장 왼쪽의 종교가 없는 아이들이 기독교(가운데)나 이슬람교(오른쪽)인 아이들보다 더 많은 스티커를 나눠줬다.

10개의 스티커 중 모르는 사람에게 나눠준 스티커의 개수. 가장 왼쪽의 종교가 없는 아이들이 기독교(가운데)나 이슬람교(오른쪽)인 아이들보다 더 많은 스티커를 나눠줬다.ⓒ J.Decety et al.

이어 연구진은 잘못을 판단하고 처벌하고자 하는 욕구를 확인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사람들끼리 부딪히는 영상을 보여주고, 부딪힌 사람이 잘못했는지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 종교가 있는 아이들, 그 중에서도 이슬람교인 아이들이 기독교의 경우보다 부딪힌 사람이 잘못했으며, 벌을 받아야 한다고 응답한 경우가 많았다.

사람들이 부딪히는 영상을 보여주고 잘못되었는지를 평가하게 했을 때 잘못되었고 벌을 받아야한다고 응답한 정도. 그렇다고 응답한 정도가 이슬람교인 아이들(오른쪽)에서 가장 높았고, 기독교인 아이들(가운데)의 응답이 그 다음이었으며 종교가 없는 경우(왼쪽)가  가장 낮았다.

사람들이 부딪히는 영상을 보여주고 잘못되었는지를 평가하게 했을 때 잘못되었고 벌을 받아야한다고 응답한 정도. 그렇다고 응답한 정도가 이슬람교인 아이들(오른쪽)에서 가장 높았고, 기독교인 아이들(가운데)의 응답이 그 다음이었으며 종교가 없는 경우(왼쪽)가 가장 낮았다.ⓒ J.Decety et al.

연구진은 논문에서 “나라를 막론하고 종교가 아이들의 이타심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 종교가 친사회적 행동을 촉진시킨다고 보는 시각에 반하는 결과가 드러났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진의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연구 결과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심리학 연구에서 종종 지적되는 바인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첫 번째 실험의 결과를 보면, 10개의 스티커 중 종교가 없는 아이들(323명)이 평균 4.1개, 기독교인 아이들(280명)이 3.3개, 이슬람교인 아이들(510명)이 3.2개를 나눠줬다. 즉, 한 개를 더 나눴냐 나누지 않았느냐의 차이다. 통계적으로는 매우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로 스티커를 하나 더 나눠주는 아이가 더 이타적인 아이라고 판단해도 좋은 걸까?

두 번째 실험의 결과 역시 다르게 생각해보자.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에 대해 처벌하고자 하는 욕구가 컸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이타적인 행동을 추구하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종교적 가르침을 통해 아이들은 이타적 행동과 이기적 행동을 구분하는 기준을 배울 수 있다. 그 결과 이타적인 행동을 의식적으로 행해야 하는 상황인지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한편 연구진은 논문에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자선 기부를 얼마나 하는가와 종교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는 이전의 보고도 함께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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