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제철을 맞은 새우나 게 등의 갑각류를 익히면 선명한 붉은색으로 변한다. 이는 청록색이던 갑각의 색소단백질이 분해되어 아스타잔틴 고유의 색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스타잔틴이라는 명칭은 아스타라는 랍스터속 ‘Astacus’를 따서 지어졌다.
카로티노이드의 일종인 아스타잔틴은 자연에서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항산화제로서, 슈퍼 비타민 E라고도 불린다. 이를 발견한 과학자는 바로 생물체에 존재하는 카로티노이드의 구조 및 비타민에 관한 연구로 1938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리하르트 쿤이다.
리하르트 쿤은 1900년 12월 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술자였던 부친과 초등학교 교사였던 모친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천재로 소문났던 그는 김나지움을 졸업한 후 빈대학 화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그는 엽록소에 관한 연구로 1915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리하르트 빌슈테터가 있는 뮌헨대학으로 옮겨 그의 지도하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1922년에 작성한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효소의 특수성에 관한 내용이었다.
1926년에 취리히 연방공대 교수가 된 그는 3년 후인 1929년에는 하이델베르크에 새로 설립된 카이저-빌헬름연구소의 화학 책임자로 자리를 옮겼다. 이 연구소는 1950년에 막스플랑크연구소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그는 사망할 때까지 평생 이곳에서 근무했다.
리하르크 쿤이 카로티노이드에 관한 연구를 시작한 건 취리히 연방공대에 있을 때부터였다. 당시 그는 폴리엔의 원자 배열을 구성하는 짝이중결합에 대해 포괄적인 연구를 했는데, 카로티노이드인 크로세틴 내 이중결합사슬 존재를 성공적으로 증명했다.
8개 이상의 새로운 카로티노이드 발견
1931년에 그는 파울 카러와 함께 당근의 카로틴 성분이 베타카로틴과 알파카로틴 등 둘로 나누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1933년에는 감마카로틴으로 불리는 세 번째 카로틴을 발견했다.
그는 자연에 널리 분포하는 카로티노이드에 관련된 화합물의 구조를 연구해 8개 이상의 새로운 카로티노이드를 발견하고 순수한 형태의 카로티노이드를 만드는 한편 그 조성을 밝혔다. 또한 그는 특정 조류(藻類)를 수정시키기 위해서는 카로티노이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카로티노이드에 속하는 물질들의 분리 및 합성을 하면서 그는 이 연구에 반드시 필요한 주요 도구 중 하나의 크로마토그래피의 방법을 완성하는 데도 공헌했다. 혼합물을 각 성분별로 분리하는 장치인 크로마토그래피는 1906년에 러시아의 마카엘 츠비트가 최초로 고안했으나 성능이 좋지 않아 사용되지 않았다.
책을 통해 잊힌 크로마토그래피에 대해 알게 된 리하르트 쿤은 동료들과 함께 분리능이 뛰어난 현대식 크로마토그래피의 방법을 확립한 것이다.
그는 비타민 B 복합물을 규명하는 데도 큰 업적을 남겼다. 동료들과 함께 탈지우유 5300ℓ에서 1g의 순수한 비타민 B2를 최초로 분리하는 데 성공한 것. 이후 그는 리보플라빈 또는 락토플라빈으로 불리는 이 물질의 화학적 성질을 밝히는 데도 큰 공헌을 했다.
1939년 초에는 항피부염 비타민으로 불리는 비타민 B6의 성분을 분리해 그 화학적 성분과 구조를 밝혔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그해 11월 리하르트 쿤은 노벨위원회가 1년 늦게 선정한 1938년도 노벨 화학상의 수상자가 되었다.
나치의 지시로 노벨상 수상 거부
1939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도 곧이어 발표되었는데, 역시 독일의 화학자들인 제라드 도마크와 아돌프 부테난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리하트르 쿤을 포함한 세 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은 곧장 베를린으로 소환되어 노벨상 수상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혀야 했다.
반나치주의자였던 저널리스트 카를 폰 오시에츠키가 1935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것에 반감을 품고 있던 히틀러가 시킨 일이었다. 결국 리하르트 쿤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에서야 노벨상위원회로부터 상장과 메달만 전달받았다. 상금은 노벨재단 규정상 유효기간이 1년으로 제한돼 있어 받지 못했다.
노벨상 수상자로 결정된 이후 리하르트 쿤이 발표하는 논문 수는 오히려 대폭 줄어들었다. 나치 치하에서 화학무기개발 같은 국가연구계획에 참여하지 않아 연구비가 계속 감소됐기 때문이다.
나치의 패배로 전쟁이 끝난 후 미국 학계에서 그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해왔다. 사실 그는 1년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방문 연구교수로 일한 적도 있어 미국행이 생소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 제의를 거절한 채 폐허가 된 독일의 화학계를 재건하는 데 전력했다. 이후 그는 항미생물 특성을 지닌 천문 의약물을 분리하는 데 열중하는 한편, 식물에 존재하는 알칼로이드가 해충을 억제하고 모유에 들어있는 당류가 세균 및 바이러스의 성장을 막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기화학, 생화학, 이론화학 등 화학 전반에 걸쳐 폭넓은 연구를 수행해온 그는 1965년에 후두암에 걸렸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미 말기였지만 그는 절망하지 않고 계속 자신의 연구를 이어가다 1967년 7월 31일 세상을 떠났다.
(3597)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신체 크기를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는 능력을 갖춘 주인공이 거시와 미시세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담은 SF영화인 '앤트맨'의 세계관 실현과 관련된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박혁규·쯔비 틀러스티(UNIST 교수) 연구진은 우리 눈에 보이는 거시세계 물질에서 입자들이 짝을 지어 움직이는 현상을 실험·이론을 통해 발견했다고 27일 밝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1천조분의 1초 동안 일어나는 나노입자의 변화를 포착할 수 있는 초고해상도 이미징 기법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UNIST에 따르면 화학과 권오훈 교수 연구팀은 국내 유일 4차원 초고속 투과전자현미경을 활용해 이산화바나듐 나노입자의 매우 빠른 금속-절연체 상변화 과정을 펨토초(1천조분의 1초) 수준의 정확도로 직접 포착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의과학대학원 이지민 교수 연구팀이 질환 억제·촉진 실마리가 되는 단백질의 수명을 결정하는 단백질 '번역 후 변형'(이하 PTM) 코드를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디옥시리보핵산(DNA)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통해 복사(전사·transcription)·번역(translation) 과정을 거쳐 단백질로 발현되는데, PTM은 최종 단백질로 번역까지 일어난 이후 추가로 생기는 현상이다. 단백질 구조·효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주로 알려졌다.
한국화학연구원은 김태호·안수민 박사 연구팀이 강원대 조용훈 교수팀과 공동으로 수전해(물 전기분해) 장치를 활용해 친환경 수소를 생산할 때 성능을 80% 향상하는 전해질막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팀은 수소 이온을 전달하는 부분과 막의 강도를 유지하는 부분을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크기로 분리된 구조로 설계했다.
올해 50주년을 맞는 대덕특구를 기념한 다양한 과학행사가 연중 이어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1일 대전 유성구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서 '대덕특구 50주년 기념행사 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열어 기념행사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대덕특구 50주년을 맞아 성과전시회, 기술사업화박람회, 국제콘퍼런스, 50주년 기념식 등 기념행사를 열기로 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서울대 연구진이 포함된 국제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지능형 '전자피부' 개발에 성공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AIST 조성호 전산학부 교수와 서울대 고승환 기계공학부 교수, 미국 스탠퍼드대 제난 바오(Zhenan Bao) 교수 공동 연구팀이 이 같은 성과를 전기·전자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29일 게재했다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는 '올해의 10대 과학기술 뉴스'에 국내 개발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과 수학자 허준이의 필즈상 수상 등을 선정했다고 28일 밝혔다. 과총은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한 해의 주요 연구개발 성과와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과학기술 등을 매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