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제9차 세계과학커뮤니케이션 회의를 되돌아보며 (하)

PCST 네트워크와 우리에게 남은 과제

제9차 세계과학커뮤니케이션회의(PCST-9)가 지난 5월 17일부터 4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전 세계 과학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중요한 국제행사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열렸기 때문에 사이언스타임즈는 ‘PCST-9 현장을 가다’ ‘PCST-9이 남긴 이야기들’ 등의 기획코너를 통해 올 한 해 동안 50건이 넘는 기사를 보도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그동안 진행한 기획기사의 연재를 마치면서, 끝으로 행사 실무를 담당했던 조숙경 PCST-9 사무국장의 기고문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註]


20개의 세션, 다양한 경험에서 과학커뮤니케이션의 과제 고민



같은 시간대에 3-4개씩 마련된 주제 세션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대안이 모색 가능한 과학적 소양을 갖춘 시민: 이론과 실재, 세계시민의식과 과학기술자의 참여, 전 지구적 문제해결을 위한 과학의 기여, 다양한 문화에서의 사회적 교육시스템, 전통과 첨단 과학과의 대화, 오피니언 리더에게 접근하기, 첨단 기술과 사회의 접면,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의 참여도, 과학의 담론, 대중매체 속의 과학, 과학박물관인가 아니면 과학센터인가?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발표와 활발한 의견교환이 이루어졌다.



과학문화가 뿌리내리기 위해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비롯한 아프리카에서는 ‘과학적 소양을 갖춘 시민’보다 먼저 선결해야 할 과제가 문맹률의 퇴치입니다”라며 마리나 쥬버트(Marina Jubert)는 제 3세계 국가에서는 과학소양함양이 곧 과학계몽 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루이자 마사라니(Luisa Massarani) 박사는 브라질의 경우에는 아마존 일대의 황폐화와 관련하여 환경이 과학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커다란 주제이며 “정확한 과학정보 제공과 전 세계적 차원의 실천노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스 피터스(Hans Peter Peters) 독일 자유대학교 교수는 “과학은 더 이상 특수한 분야가 아니다. 오늘날 필요한 것은 일반시민의 과학적 소양이 아니라 과학기술인들의 과학적 소양이 더욱 절실하다”며 과학자의 사회적 책무 등의 시급성을 언급했다.

이탈리아 트렌토 대학교의 마시미아노 부키 교수는 “노벨상에 집착하는 과학보도는 오히려 과학만능주의를 부추기는 것으로 일반시민의 과학적 소양함양과는 다른 차원이다” 면서 과학언론은 “과학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편리성 때문이 아니라 민주사회를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벨기에의 피터 매슬리(Peter Maeseele)는 “일방적인 과학대중화는 오히려 과학에 대한 반감을 키우며 반과학주의로 흐르게 한다. 또한 과학기술인의 처우개선으로 이공계 기피현성을 해소하지는 못한다. 과학기술대중화는 곧 민주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정치의 민주화가 곧 시민의 참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처럼 과학의 대중화에도 시민의 참여가 이루어져야 하고, 과학기술의 과제는 대중들에게 휴머니티를 보여주어야 한다”며 과학커뮤니케이션은 과학의 장점뿐만 아니라 과학이 주는 위험성을 지적하는 데도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태국 과학저술가 포럼의 회장을 맡고 있는 틴나락 유나눗(Yuwanuch Tinnaluck) 박사는 “아시아 국가에서 과학과 사회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전통을 존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며 중국과 인도의 영향을 많이 받은 국가들에서는 단순히 서양과학을 전달하는 데서 그치기 쉽고 과학커뮤니케이션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틴나락 박사는 아시아 국가들의 과제는 독특한 전통적 사고방식에 귀기울이면서 과학과 사회문화를 통합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마틴 바우어(Matin Bauer) 런던정경대학교 교수는 “과학기술은 마치 공기처럼 우리에게 다가와 있다면서 공기에 대한 감시를 방치하는 것이 옳지 않듯이 과학기술에 대한 비판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며 “과학비판주의는 과학기술을 부정하고 태초의 원시시대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아니라 가공할 위력을 가진 과학의 리스크를 줄이자는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과학커뮤니케이션 혁신에 기여한 서울회의에 감사



19일 폐회사를 통해 블라디미르 데 세미르 교수는 “아시아지역 최초로 한국에서 열린 이번 행사가 세계 각국의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혁신적인 발전을 이룩한 뜻 깊은 행사였다”고 평가하면서 뛰어난 조직력과 잘 짜여진 프로그램으로 서울 행사를 성공리에 끝낼 수 있도록 노력한 한국과학문화재단의 나도선 이사장께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한국 측을 대표해서는 PCST-9의 대회장인 정근모 과학기술한림원장이 세계 40여 개국 과학커뮤니케이터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감사를 표하며, “PCST를 더욱 발전시켜 세계인들에게 과학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고, 협조와 이해를 도모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김하석 PCST-9 공동위원장은 행사의 결과보고에서 한국 발표자를 제외하면 일본이 37편으로 가장 많고, 영국 14편, 중국과 이탈리아가 각각 13편, 미국이 10편, 호주와 인도가 각각 9편, 브라질과 네덜란드가 각각 7편, 스페인과 스웨덴이 각각 6편이었다며 전 세계인이 함께 참여한 세계적인 행사가 분명했다고 평했다. 김 교수는 참석자들로부터 특히 주목을 받았던 주제로는 ‘과학적 소양을 갖춘 시민, 이론과 실제(Informed Citizen: Theory & Practice)’, “세계시민의식과 과학기술자 참여(Practicing Scientists: Key Actor for Global Citizenship)’라고 말하면서 과학기술자의 역할이 더욱 요구되는 시대라고 말했다.



2008년까지 PCST를 이끌어갈 차기 회장으로 회장 직을 승계한 김학수 공동위원장은 “인간의 인식과 삶의 양식이 이제는 과학기술과 떨어질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면서 “모두가 공생을 위해서는 과학적 지식도 필요하고 과학을 감시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PCST 네트워크와 우리에게 남은 과제



세계과학커뮤니케이션회의(PCST 회의)는 1989년 프랑스의 뿌와티에에서 처음 발족한 PCST 네트워크가 매 2년마다 개최하는 국제 컨퍼런스로, 과학문화 관련하여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여기에는 관련 학자들과 함께 주로 과학과 사회 간의 소통의 문제를 실제적으로 수행하고 고민하며 그 효과적인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현장 실무자들이 다수 참가한다.

전통적인 과학커뮤니케이션 종사자인 과학기자 및 과학 PD는 물론이고 과학센터 및 과학박물관 전문가, 학교 밖 과학교육자 및 과학자, 과학 사이트 운영자 및 과학이벤트 전문가와 과학문화관련 NGO 그리고 과학문화정책 입안자까지 그 참여 범위가 다양하다.



PCST는 그동안의 대중의 과학이해인 PUST나 연구의 대중이해인 PUR과는 차이를 보인다. PUST나 PUR과 다르게 각 문화의 특징을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서울회의는 서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늦게 과학기술에 참여하였지만 국가차원에서 대규모 연구개발이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의 거대한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세계적인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에 정확하고 효과적인 과학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였다.

또한 지난해 한국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생명과학에서의 연구윤리 문제를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해주었다. 동시에 부총리급으로 격상된 과학기술부가 국가 차원의 대국민 과학커뮤니케이션을 효과적으로 기획하고 수행해 나갈 수 있는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사례를 제공해주었다.



PCST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한 국제적인 토론의 장이다. 기후협약과 같은 국제적 조약처럼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도 없고 회원이 되기 위해 회비를 내지도 않는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꾀하는 과학자도, 과학기술에의 대중의 참여를 실천하는 과학 NGO도, 학교에서 사회 속의 과학기술의 다양한 측면을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고민하는 과학교사도, 문명의 진보라는 과학기술의 무한정한 질주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과학기술대중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정책입안자도, 또 미래학자도 모두 참가한다. 과학커뮤니케이션의 확산과 발전을 위한 열린 장이다.



세계는 바야흐로 융합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나노와 바이오, 바이오와 IT, 과학기술분야들 간의 융합을 넘어 과학기술과 심리학, 과학기술과 예술, 과학기술과 인문사회과학의 융합이 시대적 화두다. 과학커뮤니케이션은 말하자면 이과와 문과가 접목되는 분야다. 대표적인 이과학문인 과학기술을 전통적인 문과학문인 커뮤니케이션과 융합하는 분야이다. 때문에 과학자도 인문학자도 NGO도 정부정책입안자도 모두 참여해야 한다.

이번 PCST-9 회의는 우리나라에서 과학커뮤니케이션과 가장 가까운 그룹들인 과학자, 과학교육자, 과학사회학자, 과학문화기관 관계자들이 처음으로 함께 모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데 커다란 의미가 있다. 앞으로 이들 그룹들 간의 활발한 소통을 토대로 우리나라 과학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게 일어서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브루스 르윈스타인이 말한 것처럼 과학커뮤니케이션이 날카로운 메스와 같은 역할을 통해 “반과학주의자들에게는 희망을 전달해주고 과학맹신주의자들에게는 과학의 위험성을 경고해줌으로써” 지속가능한 지구 발전에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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