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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

정신과 마음의 학문을 뜻하는 ‘골상학’

[이름들의 오디세이] 이름들의 오디세이(72)

120년 전에 영국에서 처형된 사형수의 얼굴을 본뜬 석고 마스크가 2019년 연말 영국에서 공개되었다. 조각상 등을 만들 목적으로 죽은 사람의 얼굴을 석고로 본떠 데드마스크(death mask)를 만드는 일은 특별한 일은 아니다. 사진이 없던 시대에 만든 유명인들의 데드마스크는 지금도 남아 있다.

바그너의 데드마스크.독일 헤렌킴제(Herrenchiemsee). ⓒ 박지욱

바그너의 데드마스크. ⓒ 박지욱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데드마스크는 후세인들이 기억하고 싶은 유명인들이 아니라서 화제가 되었다. 교도소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던 병원에서 보관 중이었던 사형수들의 데드마스크였다. 왜 병원에서 사형수들의 데드마스크를 보관한 것일까? 데드마스크의 두개골 여기저기에 이런저런 번호들이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의사들이 골상학 연구를 위해 만들어 보관한 것으로 보인다.

사형수의 시신이 해부학 연구에 쓰인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골상학 연구를 위해 사형수의 데드마스크를 제작한 것은 생소한 일이다. 지금은 골상학을 돌팔이 얼치기들의 터무니없는 의학 이론으로 치지만, 근세기에는 아주 혁신적인 의학 이론이었다. 궁금한 뇌 속을 들여다볼 수 없었던 시대에 인간 정신을 이해하려던 고육지책이었다.

지금 우리는 뇌의 부위들이 각각 다른 기능을 도맡아 정보를 처리한다고 잘 알고 있다. 신경과 의사는 정신-신경 기능의 뇌 지도를 암기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기능에 문제가 생긴 환자는 머리의 특정 부위에 문제가 생긴 것을 추정할 수 있다. 그 정도로 뇌의 기능 분화는 아주 분명하다.

대뇌의 피질의 개별 기능을 분담한다는 이론은 19세기 초 갈(Franz Joseph Gall)과 제자였던 스푸르츠하임(Johann Kaspar Spurzheim)의 연구로 널리 알려졌다. 그들은 인간 정신 기능이 뇌의 30개 남짓의 영역으로 분산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들은 두개골과 얼굴의 형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신 기능이 강하고 약한 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을 두개골 관상학(cranioscopy) 혹은 골상학(phrenology)으로 불렀다.

이를테면, 두개골 중 이마가 도드라진 사람은 이성적인 인간이며, 측두엽이 발달한 사람은 폭력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물론 지금 이 주장을 하면 웃음거리가 되겠지만 200년 전인 1820년대에는 아주 인기가 많았다.

골상학 포스터.  ⓒ 박지욱

골상학 포스터. ⓒ 박지욱

골상학 전문가들은 재판정에 불려 나가 피고가 범인처럼 생겼는지 감정을 했고, 우리의 명탐점 셜록 홈스도 ‘머리가 큰 사람이 머리가 좋다’고 단언할 정도였다. 심지어 빅토리아 여왕은 골상학자를 궁전을 불러들여 자신이 낳은 아홉 자녀들에게 골상학 감정을 받게 했다.

골상학이라 번역하는 영어 phrenology는 ‘마음, 정신’을 뜻하는 그리스어 phren과 ‘학문’을 뜻하는 -ology의 합성어다. 그러므로 직역하면 ‘정신학’이다.

‘phrenology’에는 ‘정신과 마음’을 본다는 것이 강조되어 있지만, 번역어인 골상학은 두개골(骨)을 보는(相) 것이 강조되어 있다.

‘골상학’이라는 이름 속에는 빠졌지만 ‘phren’에 대한 정신의학자들의 관심도는 매우 높다. 정신의학에서 비중이 큰 조현병의 영어 명칭을 보아도 ‘스키조프레니아(schizophrenia)’이다.

‘분열(schizo)’+’정신(phren)’의 합성어로 수년 전까지는 그 의미를 그대로 살려 ‘정신분열병’으로 불렀다. 이 명칭은 1911년에 스위스 정신과의사인 블로이어(Eugen Bleuler)가 만든 병명이다. 블로이어는 프로이트와 동시대 인물로 두 사람은 잘 아는 사이였다.

프렌(phren)은 가슴과 배를 가로지르는 횡격막(diaphragm)도 된다. 좀 더 넓게 쓰면 횡격막, 심장, 가슴이 있는 흉부(胸部) 전체를 복부(腹部)와 대별해서 쓰기도 한다. 과거에는 인간의 정신, 마음이 가슴에 있다고 여겨서 붙였는지 모른다.

횡격막을 아래로 당겨 내리는 신경을 격막신경(phrenic nerve)라고 한다. 목에서 시작해 가슴을 지나 횡격막으로 내려가는데 호흡에 중요한 횡격막의 운동을 담당한다.

격막신경은 ‘딸꾹질’을 일으키는 신경이다. 격막신경이 자극되면 횡격막이 갑자기 수축하게 되고, 이것이 허파의 공기를 내뿜게 되며, 성대를 지나면서 괴이한 소리를 내는 것이다.

딸꾹질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없다. 대부분 가볍게 지나간다. 좀 오래가면 호흡으로 횡격막에 가벼운 충격을 주면 사라진다. 하지만 의외로 딸꾹질을 아주 오래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설압자나 스푼으로 혀뿌리를 살짝 눌러 구역질을 유발하면 멈춘다.

하지만 이것도 효과가 없다면 주사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종종 아무리 애써도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원인도 모르고 해결책이 없어 의사들을 답답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이면, 식당에서 즐겨 먹는 돼지고기의 갈매기살과 소의 안창살이 바로 횡격막 근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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