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정계서 블록체인 주목하는 이유

민주주의 체계 변화시키고 있어

정계에도 불고 있는 블록체인 열풍 ⓒ Pixabay

정계에도 불고 있는 블록체인 열풍 ⓒ Pixabay

블록체인 열풍이 세계적으로 불고 있다. 이러한 열풍은 정계에도 불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블록체인을 공부하기 위해 해외 출장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이다.

중국의 경우, 작년 3월 정치적으로 가장 큰 행사인 ‘전국 인민 대표 회의 & 중국 인민 정치 협상 회의 (NPC & CPPCC)’에서 블록체인의 심도 있는 논의를 한 바 있다. 심지어는 블록체인 정당까지 개설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당으로 퍼지고 있는 블록체인 정당

이처럼 블록체인 열풍이 정당에까지 퍼진 이유는 무엇일까? 블록체인에 담긴 철학이 현재 민주주의 체계가 추구하는 방향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공유형 네트워크 플랫폼으로 정의할 수 있다. 참여자 (노드) 사이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블록체인 기술이다. 그런데 문제는 공유된 정보의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A 노드와 B 노드에 기록된 정보가 다를 수 있다. 이에 관한 이유는 다양하다. 악의적인 노드, 오류 등의 이유가 있다. 참고로 이러한 현상을 ‘포크 (Fork)’라고 한다.

블록체인은 이를 막고자 ‘합의 알고리즘’을 도입했는데, 여기서 블록체인의 깊은 철학이 담겨있다. 블록체인은 정보의 공유 체계를 관리하기 위해 기존 시스템처럼 중앙의 특정 관리자를 두지 않는다. 대신 공평한 방식으로 노드에 참여 기회를 준다.

이러한 방식은 마치 현재의 정치 체계를 떠올리게 한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합의 알고리즘 ‘위임된 지분 증명 (DPOS)’은 블록체인 운영 합의 과정에 대표자를 선출하도록 하는데, 이는 간접 민주주의를 떠올리게 한다.

따라서 블록체인은 민주주의에 가장 핵심인 ‘투표’ 분야에서 주목을 많이 받고 있다. 블록체인을 현재 민주주의 체계에 그대로 적용하면 되는데, 이는 합의 알고리즘의 역할이 민주주의 투표의 것과 유사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합의 과정에 동등하게 참여권을 부여하는 블록체인 방식 ⓒ Pixabay

합의 과정에 동등하게 참여권을 부여하는 블록체인 방식 ⓒ Pixabay

그럼 투표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것에 어떤 이점이 있을까?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첫째는 시민의 직접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점이다. 블록체인은 네트워크로 구성된 플랫폼이다. 다시 말해, 원격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오프라인 투표의 제약사항인 ‘장소’와 ‘시간’을 극복할 수 있게 한다.

모든 입법 과정을 전 국민의 투표로 진행한다고 가정해보자. 투표 주최자 입장에서도 전국적으로 관리해야 하므로 쉽지 않은 일이다. 투표자 또한 일일이 투표소에 방문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대부분 국가는 대표자를 선출해서 입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간접 민주주의를 선호한다.

그런데 블록체인 등장은 직접 민주주의 실현을 가능케 한다. 주최자는 온라인에서 투표소를 간편하게 만들 수 있고, 투표자 또한 부담 없이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장소와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투표할 수 있다.

일부는 블록체인 적용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온라인 투표로도 이 같은 이점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온라인 투표와 차이가 분명히 있다. 두 번째 이유 때문이다. 그건 바로 ‘신뢰성’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투표는 온라인 투표와 달리 중앙 관리자가 없다. 다시 말해, 투표 조작 위험이 거의 없다. 대신 합의 알고리즘이 적용돼 투표의 정보 불일치 (왜곡)를 방지해준다.

그동안 온라인 투표의 신뢰성에 꾸준히 의문이 제기돼 왔다. 프랑스는 지난 대선 때 온라인 투표를 폐지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외부의 해킹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신뢰성의 문제는 온라인 투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 미국 대선 때에는 투표 결과의 조작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주 등에서 이러한 의혹이 제기됐다.

정리하면, 블록체인의 철학은 민주주의 체계에서 투표를 통해 큰 힘을 발휘한다. 시민의 참여를 장려하고, 운영 과정의 신뢰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으로 민주주의 혁신 바람 예상

블록체인이 투표에 활용될 수 있음에 따라 민주주의 체계의 혁신이 예상된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러한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대표적인 예로 2014년 1월 스페인의 신생정당 ‘포데모스 (Podemos)’를 들 수 있다. 포데모스는 창당과 함께 주목을 크게 받았다. 이유는 운영 방식이 혁신적이었기 때문이다.

포데모스는 직접 민주주의를 추구하는데, 이를 위해 블록체인 기반의 투표 ‘아고라 보팅 (Agora Voting)’을 도입했다. 포데모스는 16세 이상이면 누구나 온라인으로 정당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했는데,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포데모스는 2014년에 유럽 선거에서 54석 중 5석을 차지했고, 2015년 총선에서는 69석 (21% 득표율)을 얻어서 창당한 지 1년 만에 주요 3당으로 떠올랐다. 그뿐만 아니다. 2017년에는 인민당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당원 수를 보유한 당이 되었다.

포데모스는 아고라 보팅으로 스페인의 주요 당으로 떠올랐다 ⓒ 위키피디아

포데모스는 아고라 보팅으로 스페인의 주요 당으로 떠올랐다 ⓒ 위키피디아

이러한 바람은 호주에서도 불고 있다. 호주에서도 포데모스와 유사한 정당이 창당했기 때문이다. 호주 정당 ‘플럭스 (Flux)’ 역시 포데모스와 유사하게 블록체인 기반 투표 방식의 운영으로 직접 민주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플럭스는 2016년 3월에 창당됐음에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9년 2월 기준으로 당원 수가 7500명을 넘어섰는데, 젊은층 뿐만 아니라 노년층 다수도 정당에 가입돼 있다.

플럭스는 포데모스보다 좀 더 혁신적인 방식으로 정당을 운영하는 것이 눈에 띈다. 투표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것은 똑같다. 그러나 투표 규칙은 포데모스와 다르다.

플럭스는 자체 백서 ‘민주주의 제정의 (Redefining Democracy)’를 통해 ‘이슈 기반 직접 민주주의 (IBDD)’를 기술했는데, 참고로 IBDD는 플럭스 정당 내의 블록체인 기반 투표 운영 시스템이다.

IBDD 시스템은 직접 민주주의처럼 온라인 방식으로 모든 정당 가입자를 투표에 참여하게 할 수 있다. 아울러 간접 민주주의 방식도 가능하다. 다른 정당인에게 위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크게 혁신적이지 않다.

세 번째 방식이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다. 투표권을 거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하지만, 모든 이슈에 관심을 두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플럭스는 관심 있는 이슈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 없는 이슈의 참여권과 관심 있는 이슈의 참여권을 교환할 수 있게 했다.

대부분 사람은 모든 공익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본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슈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정치인 선호도가 달라질 것이다. 플럭스는 이를 착안한 것이다. 다시 말해, 플럭스는 직접 민주주의를 추구하지만 좀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정당 가입자의 참여를 유도했다.

포데모스와 플럭스의 등장은 민주주의 체계의 변화를 실감케 하고 있다. 블록체인으로 민주주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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