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점, 선의 이해가 사유의 지평 넓혀”

[2020 대한민국 과학기술대전]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가 바라본 미술은

“점과 선을 이해한다면 그림 속의 수학과 과학, 더 나아가 인간의 본질까지도 읽을 수 있다.”

27일 ‘2020 대한민국 과학기술대전(www.scienceall.com)’에서 마련한 ‘겨울밤 과학 산책’의 강연자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뉴턴의 아틀리에-물리학의 눈으로 본 미술’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런 메시지를 던졌다. 김상욱 교수는 카이스트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독일 막스플랑크 복잡계연구소 연구원,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 등을 거쳤으며, ‘김상욱의 양자공부’ ‘떨림과 울림’과 같은 저서와 tvN 프로그램 ‘알쓸신잡’ 등을 통해 과학을 매개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따뜻함은 적절한 거리에서 생겨난다

김상욱 교수는 “19세기의 화가 조르주 쇠라가 점묘법을 활용한 것은 세상 모든 것이 점으로 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며 “세상 만물을 확대해 바라보면 결국 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연을 시작했다.

휴대폰의 화면을 돋보기로 확대해 보면 점(픽셀)들의 집합이고 컴퓨터 화면에서 표현되는 모든 것도 점에서부터 시작한다. 점은 첨단 과학이 세상을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또한 금과 수소 같은 물질도 원자 단위로 들어가면 점이 남게 된다.

김상욱 경희대 교수가 뉴턴의 아틀리에-물리학의 눈으로 본 미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이언스올

하지만 그는 “그런 점 단위로 사물을 바라보게 되면 차갑고 딱딱해 보인다”며 “쇠라의 그림에서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약간 떨어져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쇠라의 점묘법 그림은 선이 날카롭지 않고 뿌옇게 표현돼 부드럽고 몽환적으로 보이지만 돋보기를 들이대면 각이 서 있는 RGB 픽셀이 보인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금 역시 원자 단위에서는 아름다움보다는 차가운 수학적 구조물을 목격하게 된다. 김 교수는 “사람도 너무 가까이 가서 본성을 보게 되면 차가움을 느낄 수 있다”며 “따뜻함은 적절한 거리에서 생겨난다는 것을 고려해 친한 친구, 가족과도 적절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빛은 선원근법, 안경, 망원경의 탄생

그는 사람들이 점이 모여 선이 되고, 면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수학적으로 점 자체는 ‘부분을 차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고대 그리스 수학자 유클리드의 저서 ‘기하학원론’의 첫 문장이 ‘점은 부분이 없는 것이다’라며 “점에 시간 개념이 들어가 움직이게 되면 그 궤적이 바로 선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상욱 경희대 교수가 유클리드의 기하학원론을 통해 점의 성질을 설명하고 있다. ⓒ사이언스올

그는 “물리와 미술의 이야기에서 선이 의미를 갖는 것은 빛이 선이기 때문”이라며 “빛이 선처럼 직진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인류는 차원이 다른 문명을 만들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1011년 이슬람의 과학자 알 하이삼은 ‘광학의 서’라는 저서를 통해 ‘본다는 것은 빛이 물체에 반사돼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이 책이 유럽에 전해져 유럽 사람들이 본다는 것의 본질을 깨닫게 되면서 서양의 미술과 과학이 동양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게 됐다”고 밝혔다. 빛이 직진한다는 개념을 활용해 그림자를 표현함으로써 그림에서 원근법을 구현할 수 있었고, 빛을 직접 그리기 위해서 인상주의가 탄생했다. 16세기 서양에서 자연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세밀화가 나타난 것도 마찬가지다.

빛이 선이라는 개념은 미술에서뿐만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눈부신 발전을 만들어냈다. 1300~1400년대 탄생한 안경도 빛의 직진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됐다. 1200년대 영국의 철학자이자 자연과학자인 로저 베이컨이 빛의 굴절을 연구하면서 빛을 굴절시켜 시력을 보정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안경 두 개를 겹치면 멀리 있는 물체가 가까이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망원경이 개발되고 이를 통해 서양이 동양에 비해 확실한 군사적 우위를 점하게 돼 대항해시대도 가능해졌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망원경이 있었기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주장할 수 있었고 뉴턴의 과학적 업적도 가능했다.

선은 인간이 세상을 보는 방식

이와 함께 그는 ‘카니자의 삼각형’을 제시하며 “인간은 이 그림을 보며 삼각형을 발견하고 기계는 일부가 비어있는 원을 본다”며 “인간의 뇌는 보는 즉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눈으로 들어온 데이터를 선으로 인식해 뇌로 보낸다”고 설명했다.

카니자의 삼각형에서 인간은 삼각형을 보고 기계는 일부가 비어있는 원을 본다.ⓒ wikimedia

몇 개의 선만으로도 인간은 사물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캐리커처를 통해 특정 인물을 유추해낼 수 있는 이유도 사람이 단순한 선만으로 대상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카소는 인간이 얼마나 적은 선을 가지고 대상을 파악할 수 있는지에 대해 흥미를 느껴 단순한 선으로 이뤄진 그림을 많이 남기기도 했다. 김상욱 교수는 “선은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점과 선은 단순한 수학적 구조물이 아니라 미술과 과학부터 인류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하는 매개로 역할을 한다. 이를 염두에 둔다면 사유의 지평을 넓힐 수 있고 더욱 풍성하게 미술품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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