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연체에서 놀라운 양자 현상 발견돼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양자 입자 존재 암시

텅스텐 디텔루라이드(tungsten ditelluride)라고 불리는 물질로 만든 절연체에서 놀랍게도 전혀 예상치 못한 양자 현상이 관찰됐다. 양자 진동으로 알려진 이 현상은 그동안 금속에서만 관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물리학자들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최신호에 발표한 이 연구 결과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양자 입자가 존재함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 논문의 수석 저자인 프린스턴대학 물리학과의 산펑 우(Sanfeng Wu) 교수는 “만약 우리의 해석이 정확하다면 지금 우리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양자 물질을 보고 있다”며 “지난 수십 년 동안 절연체에 숨겨진 양자 세계를 식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금속에서만 발견되던 양자 진동이 절연체에서도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Image designed by Kai Fu for the Wu Lab(Princeton University)

양자 진동 현상은 오랫동안 금속과 절연체를 구별하는 특징으로 여겨져 왔다. 금속에서 전자는 이동성이 높으며 전기전도에 대한 저항성은 약하다. 약 1세기 전에 과학자들은 매우 낮은 온도와 결합된 자기장이 전자를 ‘고전적’ 상태에서 ‘양자’ 상태로 변화시켜 금속의 저항성에 진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절연체에서는 이와 대조적으로 전자가 움직일 수 없으며 저항성이 매우 높으므로 자기장의 강도에 상관없이 양자 진동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추정돼 왔다.

절연체이지만 금속의 양자 특성 지녀

이번 발견은 연구진이 텅스텐 디텔루라이드라는 물질을 연구하던 중에 이루어졌다. 그들은 스카치테이프를 사용해 마치 각질을 제거하듯이 텅스텐 디텔루라이드를 원자처럼 얇은 층으로 만들었다. 두꺼운 텅스텐 디텔루라이드는 금속처럼 작용하지만 일단 얇은 층으로 바뀌면 매우 강력한 절연체가 된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든 얇은 단층의 텅스텐 디텔루라이드에 대해 저항성을 측정했다. 그런데 자기장이 증가해 절연체의 저항성이 상당히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양자 상태로 전환하면서 진동하기 시작했던 것. 실제로 이 물질은 매우 강한 절연체이지만 금속의 특별한 양자 특성을 많이 갖고 있다.

산펑 우 교수는 “그때 우리는 모두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라고 되물을 만큼 놀랐다”며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은 현재 없으며 우리도 그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프린스턴대학의 연구원들. 왼쪽에서 두 번째 인물이 산펑 우 교수다. ⓒPhoto by Rick Soden(Princeton University)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펑 우 교수팀은 절연체에서 왜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가설을 제시했다. 매우 강한 상호작용으로 인해 전자들이 스스로 조직화하여 새로운 종류의 양자 물질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궁극적으로 진동하는 것은 더 이상 전자가 아니다. 따라서 연구진은 ‘중성 페르미온’이라는 새로운 입자들이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전자로부터 생성돼 이처럼 주목할 만한 양자 효과를 생성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페르미온은 페르미-디랙 통계를 따르는 입자를 말하는데, 사실상 우리 주변의 보통 물질을 구성하는 모든 기본 입자가 이에 속한다. 즉, 원자를 구성하는 전자, 양성자, 중성자를 비롯해 표준 모형의 쿼크, 렙톤이 모두 페르미온이다.

이번 발견은 출발점에 불과해

그런데 양자 물질에서 하전된 페르미온은 음전하 전자 또는 전기 전도를 담당하는 양전하 정공이 될 수 있다. 정공(正孔)이란 절연체나 반도체의 원자 간을 결합하고 있는 전자가 밖에서 에너지를 받아 보다 높은 상태로 이동하면서 그 뒤에 남은 결합이 빠져나간 구멍을 말하는데, 마치 양의 전하를 가진 자유입자와 같이 동작한다.

즉, 전기 절연체는 하전된 페르미온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지만, 음전하도 양전하도 아닌 중성적인 입자는 이론적으로 절연체 안에서 존재하며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의 공동 저자인 펑지 왕 박사는 “우리의 실험 결과는 하전된 페르미온에 기초한 기존의 모든 이론과 상충되지만 중성적인 전하의 페르미온이 있는 경우 설명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린스턴대학 연구진은 앞으로 텅스텐 디텔루라이드의 양자 특성에 대한 추가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그들은 새로운 양자 입자의 존재에 대한 자신들의 가설이 타당한지를 증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펑 우 교수는 “이번 발견은 출발점에 불과하다”며 “우리의 가설이 맞는다면 앞으로 과학자들이 놀라운 양자 특성을 지닌 다른 절연체를 발견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향후 양자 컴퓨팅에 유용한 정보를 코드화하는 데 중성 페르미온이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 같은 양자 현상을 이해하기 어려우므로 근본적인 발견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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