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 제목에서 따와서 블롭(Blob)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황색망사점균(Physarum polycephalum Schwein)은 동물도 식물도 아니며 외견상으로는 진균인 곰팡이나 버섯류와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정확히 진균계에 속한다고 보기도 어렵고, 굳이 말하자면 원생생물계와 진균계의 중간 정도로 볼 수 있다. 즉 현행 생물분류 체계상 어느 쪽으로도 분류하기 쉽지 않은 독특한 생물인 셈이다.
황색망사점균의 가장 먼저 주목할만한 특성 중 하나는, 이들이 기본적으로 단세포생물이라는 점이다.
단세포생물 하면 짚신벌레나 박테리아 등과 같이 육안으로는 보기 힘든 아주 작은 생물이 대부분이다. 사람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단세포생물은 매우 드문 셈인데, 황색망사점균은 크게 성장할 경우 지름이 몇 미터에 이르기도 한다.
이동하는 능력을 지닌 황색망사점균 ⓒ Heather Barnett
발과 다리가 없는 황색망사점균이 동물처럼 이동하는 능력을 지닌 것은, 그물과 같은 망을 형성하여 이를 조금씩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 시간에 1센티미터 정도씩 움직일 수가 있고, 먹이를 섭취하기 위해 빠르게 이동할 경우 시간당 4센티미터의 속도로도 움직일 수 있다고 한다.
황색망사점균에 대해 연구한 과학자들은 이들의 이동 능력을 바탕으로 여러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특히 미로 찾기는 생쥐와 같은 실험 대상 동물의 지능 등을 테스트하기 위해 자주 하는 실험인데, 비슷한 것을 이들에게도 적용해 보았다.
먼저 미로 한가운데에 황색망사점균을 넣고 미로 밖의 멀리 떨어진 곳에 먹이를 놓아둔 결과, 놀랍게도 미로 안에서 길을 잃지 않고 결국 먹이를 찾아서 섭취하였다.
그런데 그다음 실험 결과는 더욱 경악할만한 것이었다. 미로 전체를 황색망사점균으로 채운 후에 두 끝단에 먹이를 놓고 시험했는데, 황색망사점균은 형성된 그물망 중에서 잘못된 길로 빠지는 가지들은 모두 없앤 후 먹이가 놓인 두 곳 사이의 가장 짧은 경로를 정확히 찾아내서 연결했던 것이다.
미로의 최단 경로를 찾아내는 황색망사점균의 놀라운 능력 ⓒ 위키미디어
이러한 실험 결과 논문을 네이처지에 발표한 일본 홋카이도 대학교의 나카가키 토시유키(中垣俊之) 교수는 2008년도 이그노벨상을 수상하였다. 이그노벨(Ig Nobel)상은 일견 엉뚱해 보일 수도 있는 기발한 연구를 한 과학자에게 주어지는 패러디격의 상이지만, 이 상을 받은 이가 실제로 노벨상을 받은 경우도 있으므로 그냥 웃어넘길 일은 결코 아니다.
또한 나카가키 교수의 연구팀은 도쿄 인근의 지도를 펼쳐서 인구가 많은 도시에 해당하는 곳에 먹이를 조금씩 뿌린 후, 황색망사점균을 한가운데에 놓아서 어떤 행태를 보이는지 관찰하였다. 그 결과 황색망사점균은 그물망을 형성하면서 주변을 탐색하더니, 필요 없는 그물망은 없애고 먹이가 놓여있는 곳들은 두텁게 연결하는 조직망을 구축하였다.
그런데 그 모습이 일본의 철도망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대단히 효율적인 네트워크였다고 하는데, 단세포생물이 인간 엔지니어들과도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믿기 힘든 능력을 보유한 셈이다.
최근 황색망사점균에 대해 가장 활발한 연구를 하는 과학자로 프랑스 국립과학 연구센터(CNRS)의 연구원으로 일하는 오드리 두슈투어(Audrey Dussutour)가 있다. 동물행동학을 전공했던 두슈투어 박사는 개미 등 곤충의 영양에 대해 연구하던 중, 단세포생물을 먼저 살펴보려는 취지에서 황색망사점균의 영양소 섭취에 대해 여러 실험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두슈투어 박사는 단백질과 당질의 비율을 바꿔가면서 황색망사점균을 가장 잘 성장시킬 수 있는 최적의 영양소를 지닌 먹이를 개발하고, 이것으로 실험을 해 보았다. 즉 가장 이상적인 영양소 비율을 지닌 먹이 하나와 비율을 달리한 여섯 가지의 먹이를 함께 배열해 놓았는데, 황색망사점균은 잠시 후에 나머지는 무시하고 최적의 먹이를 정확히 선택했다.
또한 두슈투어 박사는 황색망사점균이 싫어하는 물질인 소금에 대해 어떤 행태를 보이는지 연구하였는데, 이들은 시일이 흐르자 소금에 적응하는 능력을 보였고 심지어 이에 관한 기억까지 남기는 능력을 보였다.
연구팀이 황색망사점균이 좋아하는 먹이의 중간 경로에 소금을 뿌려놓았더니, 처음에는 먹이까지 도달하는 데에 소금이 없을 때보다 몇 배 이상의 시간이 더 걸렸다.
같은 실험을 반복하였더니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더니 닷새 정도 후에는 소금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먹이로 이동하는 시간이 거의 같아졌는데, 이는 황색망사점균이 소금이라는 혐오 물질에 적응하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소금에 적응이 된 황색망사점균 개체는 내부의 염분 농도가 일반 개체보다 10배나 높아졌는데, 체내에 소금 성분이 쌓이면서 이를 견디며 익숙해지는 법을 터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황색망사점균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두슈투어 박사 ⓒ TEDx Toulouse
그리고 황색망사점균의 여러 개체들을 혐오 물질인 소금에 이미 적응한 것과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나눠서 함께 나란히 둔 결과, 두 개체가 서로 연결된 후 미처 적응 못했던 쪽도 소금을 싫어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소금에 적응 못한 개체에 직접 소금을 주입한 결과 역시 마찬가지로 소금에 대한 적응력을 나타냈다.
이는 황색망사점균이 혐오 물질과 이에 대한 적응을 정확히 ‘기억’하며, 다른 개체들 간에 의사소통으로 이러한 기억과 정보를 교환한다고 볼 수 있다.
뇌와 신경계가 없는 황색망사점균이 구체적으로 어떤 메커니즘을 통하여 고등동물과 유사한 기억과 학습, 개체 간의 소통 등을 하는지에 대해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아직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부분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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