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전기 없이도 시원한 음료를 마신다?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41) 미티쿨과 바이오쿨러

전력 공급이 열악한 저개발 국가의 주민들이 겪는 불편 사항 중 하나가 바로 음식물 보관이다. 저개발 국가들 대부분의 평균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 음식물이 상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냉장고가 꼭 필요한 가전제품이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우선 비싼 가격은 소득이 낮은 주민들에게 상당한 부담이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로는 전력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전력 상황이 열악한 만큼, 냉장고를 구매해 봤자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티쿨 외관은 기존 전기냉장고와 상당히 흡사하다 ⓒ goexplorer.org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의 적정기술 전문가들이 저소득 국가 주민들을 위한 ‘전기가 필요 없는 냉장고’를 개발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인도에서 유행하고 있는 ‘미티쿨(Mitti Cool)’과 코카콜라가 제공하는 ‘바이오 쿨러(Bio-Cooler)’ 등이 대표적인 적정기술 냉장고들이다.

기화열 원리를 이용한 토기 냉장고

지난 2001년, 인도의 한 지역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도시 전체가 파괴되면서 급수시설과 전기 공급도 끊겼다. 정부가 급히 재난을 당한 주민들에게 마실 물과 음식을 공급했지만, 예상했던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은 상온에서도 어느 정도 보관할 수 있지만, 음식물은 하루도 못가서 상하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고 매일 재난 지역에 음식물을 공급할 수도 없는 처지여서 정부는 고민에 빠졌다.

이 같은 모습을 지켜보던 도예가이자 사업가인 ‘만수크 프라자파티(Mansukh Prajapati)’가 정부를 대신해서 나섰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이 음식물을 질그릇에 보관하는 것을 보고 자랐다. 그리고 질그릇이 음식물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도예 기술을 활용하면 전력이 없어도 상당 기간 음식물을 보관할 수 있는 저장고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곧바로 작업에 착수한 프라자파티 대표는 외관이 냉장고를 닮은 진흙 저장고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이 저장고에 ‘미티쿨(Mitti Cool)’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본격적으로 지역 주민들을 위한 보급 활동에 나섰다. 미티쿨의 ‘미티(Mitti)’는 인도어로 ‘토양’이란 뜻이다.

미티쿨의 구조 및 냉장 원리 ⓒ flutur.org

미티쿨의 원리는 아프리카 지역에 보급되어 인기를 끌었던 ‘팟인팟(Pot In Pot)’ 냉장고와 유사하다. 수분이 증발하면서 주변 열에너지를 뺏으므로 내부를 시원하게 만드는 기화열 반응의 원리를 미티쿨도 사용한 것.

미티쿨의 구조를 살펴보면 캐비닛 모양의 토기 상단에 물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그 아래로 음식을 보관하도록 설계되었다. 물이 토기의 내부에 젖어들면서 증발하게 되면, 내부 공간이 시원해지는 방식이다.

이처럼 기본 원리는 같지만 미티쿨은 좀 더 냉장고처럼 보이는 구조와 형태를 갖고 있다. 팟인팟은 진흙 항아리처럼 생겼지만, 미티쿨은 음식물을 넣는 문이 아크릴로 되어 있고, 내부는 층으로 구분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세련된 모양을 갖추고 있다.

실험 결과 미티쿨 냉장고의 경우 섭씨 8℃까지 온도를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의 증발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통풍이 중요한데, 물을 넣는 공간과 음식을 보관하는 공간 사이에 빈 공간을 만들어 바람이 잘 통하도록 만들면 수분이 더 빨리 증발되어 냉장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것이 프라자파티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미티쿨 냉장고 가격은 약 50달러로서, 수백 달러에 달하는 전기냉장고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라고 강조하며 “각종 야채들을 전기냉장고와 비슷한 기간 동안 보관하면서 가격이 50달러라면 충분히 가성비가 높은 제품이다”라고 자신했다.

전기가 없어도 시원한 음료를 제공하는 냉장고

기화열을 이용하여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시원한 음료를 제공하는 냉장고는 컬럼비아에도 있다. 바로 세계적 음료 회사인 코카콜라가 제공하는 적정기술 냉장고인 바이오 쿨러(Bio-Cooler)다.

코카콜라가 바이오 쿨러를 설치한 곳은 컬럼비아의 오지 마을인 아이피르다. 이곳은 평균 기온이 45℃여서 덥기로 유명한 컬럼비아에서도 특히 온도가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오지여서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관계로 주민들의 집에는 가전제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시원한 물을 마시는 것이 소원일 정도로 이곳 주민들은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살아왔는데, 어느 날 코카콜라 직원들이 마을에 들어와 화분 모양의 냉장고를 설치했다. 그리고는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냉장고 문을 열어 시원한 콜라캔을 선물로 나눠주며 냉장 성능을 과시했다.

바이오 쿨러라는 이름의 이 냉장고는 빨간색 문이 달려 있고, 그 위로 화분이 만들어져 있는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화분에 물을 주면, 물이 서서히 냉장고의 벽을 타고 내려가면서 증발하는 원리로 이루어져 있다.

바이오 쿨러는 화분에 물을 주기만 하면 시원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 Coca Cola

이때 물이 증발하면서 주위의 열을 빼앗아 냉장고 안은 시원해진다. 특히 냉장고 내부에는 냉각 거울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서 증발된 증기의 응축을 도와주며 내부 온도를 한 번 더 낮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에 대해 코카콜라 관계자는 “날씨가 더우면 더울수록 기화가 빨리 진행되어 냉장고 안의 온도는 더 빨리 내려가게 된다”라고 밝히며 “이 제품은 더운 지역에 사는 저개발 국가 주민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물론 음료의 온도가 우리가 느끼는 그런 시원한 온도까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차가운 물이라는 느낌을 거의 알지 못하는 아이피르 지역의 주민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줄 것이라는 것이 코카콜라 측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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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박한얼 2020년 8월 3일1:53 오전

    저개발국가의 사람들에게 냉장고는 엄두도 내지 못할 가전제품일 수 있는데 대기업이 기술을 활용해 저장고를 민들어 돕는 모습을 보니 좋습니다. 저개발국가를 위해 적정기술은 계속 개발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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