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전기항공기 분야 기술 경쟁 승산 있다”

[항공우주 기술의 현주소와 미래] 전기추진 분야에서의 국내 경쟁력 분석

중대형-중장거리 항공시장에서는 당분간은 하이브리드 즉, 모터와 내연기관이 혼합되는 추진 방식이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 https://pixabay.com/ko/

화석연료는 산업혁명이 시작되는 기초를 마련해 주었지만, 기술 문명의 발전에 따른 기하급수적인 화석연료 사용은 미세 먼지와 기후 변화라는 냉혹한 결과로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항공 분야에서도 친환경적인 전기추진 방식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항공기가 오로지 전기로만 추진될 수 있다면 오늘날 화석연료의 최대 단점으로 지적되는 온실가스가 나올 수가 없다. 하지만 마냥 좋을 것만 같은 전기추진에도 현실적인 단점들은 있다. 아직까지는 그 어떤 상용 전지도 화석연료의 에너지 밀도 즉, 단위 질량당 에너지 발생량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밀도가 낮으면 더 큰 용량의 (그래서 더 무거운) 전지를 실어야 하고 이러한 부담은 항공기의 사업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무엇보다 비행시간 또는 항속 거리 제한이 커질 수밖에 없다.

2010년대 초반 기준으로 리튬 전지의 에너지 밀도는 화석연료의 1/100 남짓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전지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전기-모터 효율은 화석연료-내연기관 효율보다 5배 정도 좋다. 만약 전지의 에너지 밀도가 화석연료의 1/5에 근접한다면 화석연료로 비행기를 날리는 시대는 완전히 끝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준으로의 도달은 아직 어렵다.

소형-단거리 항공시장은 친환경 전기추진이 빠르게 채택되겠지만, 중대형-중장거리 항공시장에서는 당분간은 하이브리드 즉, 모터와 내연기관이 혼합되는 추진 방식이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하이브리드 추진은 한 대의 내연기관(주로 제트 엔진)이 원동력을 제공해서 발전기를 돌리고 여기서 나오는 전기를 각 모터로 전달하여 프로펠러 또는 팬을 돌리는 방식이다.

화석연료를 불태우는 내연기관의 대수를 최소로 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대신 화석연료가 가지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이용하여 전력 발생 시간을 증가시킨다는 두 마리 토끼 사냥법인 셈이다.

하이브리드 추진에 대해서는 기존의 전통적인 항공 분야 강자들이 이미 10여 년 이상 동안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따라서 고유의 상업용 항공 엔진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하이브리드 추진에 관한 요소 기술 연구 중 내연기관 부분만은 과감히 그냥 다른 곳에서 사오는 것으로 방침을 정하는 것도 선택과 집중 전략에 알맞을 것이다.

하이브리드에서 내연기관을 뺀 나머지 요소 기술들은 발전기, 모터, 프로펠러다. 한편, 순수 전기추진의 요소 기술들은 전지, 모터, 프로펠러다.

프로펠러는 아무래도 기존 항공 강자들이 차지한 자리가 엔진만큼은 아니어도 나름 탄탄하다고 인정해 줄 수밖에 없다. 또한 모터와 발전기 역시, 전력 발전 분야에서 입지를 구축해놓은 기존 강자들을 따라잡는 방식으로 당분간의 전략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지 분야의 경우는 다르다. 우리나라 전지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다. 효율에서도, 안전성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기존 항공 분야를 보면 서구의 몇몇 업체들이 앞서 달리면서 후발 주자들이 따라갈 길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인증 기준 등을 강화했다. 우리라고 이런 전략을 쓰지 말란 법은 없다.

전지 분야에 대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우리만의 인증을 강화하면서 내수 시장을 우선 보호하며, 이를 바탕으로 해외 후발 국가들에 대한 수출과 기술 이전을 추진하면 우리 입지는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전지에 발을 확고히 디디고 우리가 상대적으로 약한 발전기나 모터 또는 프로펠러에 대한 교차 협력을 한다면, 기존 항공에서 우리가 애를 먹었던 것과는 달리 우리가 세계를 주도하면서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강조하고픈 점 하나는 인증 마련하느라 시간 허비할 것이 아니라, 적용 가능한 기술을 과감히 발굴하고 거기에 집중하면서 그에 맞춘 인증 기준은 뒤따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절차가 앞서 나가면서 규제와 감시만 늘어나면 그 분야의 혁신적 기술 발전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도 남들도 다들 겪어서 잘 알고 있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쪽만이 앞서 나갈 수 있다.

수소를 중심에 둔 새로운 방식의 친환경 추진 기술들도 등장하고 있다. 하나는 수소를 연료전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소를 직접 태워서 발전기를 돌리는 것으로서 개념적으로는 하이브리드와 똑같다. 수소는 만들기 어렵고, 관리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이런 문제들만 극복되면 정말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수소가 타면 물이 되기 때문이다.

때마침 우리나라의 몇몇 대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수소연료전지 기반 드론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으며, 수소 생성 및 저장과 관련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90년대 후반 인터넷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서, 법이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는 시대가 온다고 이미 예측되었고 지금 우리는 일상 곳곳에서 그런 사례들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기존 항공 강자들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겨룰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전기추진 분야에서, 느린 법을 만드느라 빠른 기술을 가로막는 상황은 아무쪼록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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