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단백질 고탄수화물, 뇌 건강에도 좋다

[강석기의 과학에세이] 칼로리제한 식단과 효과 비슷

오키나와 사람들도 특히 과거에는 고기가 비싸서 못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며, 간단한 채소와 된장, 고구마를 주식으로 먹고 살아왔다. 지금도 100세 이상 노인들은 대부분 이러한 식사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류형돈, ‘불멸의 꿈’에서

세포생물학자인 미국 뉴욕대 의대 류형돈 교수가 2016년 펴낸 ‘불멸의 꿈’은 노화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를 흥미롭게 소개한 책이다.

류 교수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장수 마을 세 곳 가운데 하나로 소개한 일본 오키나와(나머지는 그리스의 이카리아와 이탈리아의 사르디니아)의 장수비결은 위의 인용문에서 알 수 있듯이 가난으로 인한 부실한 식단이다.

고기는 물론 쌀도 귀해 소위 구황작물(救荒作物)로 알려진 고구마를 밥으로 먹었고 단백질은 된장(콩)과 가끔씩 먹는 생선이 사실상 전부였다.

훗날 오키나와 사람들의 전통 식단을 조사한 결과 평균 단백질 비율은 9%에 불과했고 탄수화물이 80%에 이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의 비율이 10:80:10인 극단적인 고탄수화물 식단이다.

류 교수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장수 비결을 소식(칼로리제한)과 저단백질 식단, 그리고 늙어서도 계속 몸을 움직이는(텃밭 농사) 생활 습관을 들고 있다.

그리고 책 뒤에서 칼로리제한과 특히 저단백질 식단이 수명을 늘리는 메커니즘을 소개했다.

칼로리제한을 하면 오래 산다는 건 이제 상식이 됐지만 문제는 실천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시장기를 느끼면서도 음식을 절제하며 평생 산다는 건, 주는 건 받아먹고 사는 실험동물이 아닌 다음에야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즘 대안으로 저단백질 고탄수화물 식단이 떠오르고 있다. 이 역시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따르기에 쉽지 않겠지만.

단백질 비율이 다른 네 가지 식단(19%, 15%, 10%, 5%)을 각각 마음껏 먹게 한 생쥐 네 그룹과 칼로리제한 그룹(CR)의 해마에서 수상돌기 가시 밀도를 보여주는 그래프와 현미경 이미지다. 단백질 비율이 낮은 식단을 마음껏 먹은 그룹과 칼로리제한 그룹에서 가시 밀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현미경 이미지에서 왼쪽은 암컷, 오른쪽은 수컷의 수상돌기다.  ⓒ 셀 리포츠

단백질 비율이 다른 네 가지 식단(19%, 15%, 10%, 5%)을 각각 마음껏 먹게 한 생쥐 네 그룹과 칼로리제한 그룹(CR)의 해마에서 수상돌기 가시 밀도를 보여주는 그래프와 현미경 이미지다. 단백질 비율이 낮은 식단을 마음껏 먹은 그룹과 칼로리제한 그룹에서 가시 밀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현미경 이미지에서 왼쪽은 암컷, 오른쪽은 수컷의 수상돌기다. ⓒ 셀 리포츠

뉴런 시냅스 노화 늦춰

학술지 ‘셀 리포츠’ 11월 20일자에는 저단백질 고탄수화물 식단(이하 저단고탄 식단)이 뇌의 노화 과정에서도 칼로리제한과 비교할만한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늙은 쥐에게 칼로리제한 식단을 줄 경우 학습과 기억 등 인지 능력이 개선돼 뇌의 노화가 늦어진다는 사실이 이미 30여 년 전 밝혀졌다.

시드니대 등 호주와 중국, 미국의 공동연구자들은 저단고탄 식단이 뇌의 노화에서도 칼로리제한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지 알아보기 위해 네 가지 식단을 준비했다. 먼저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의 비율이 19:63:18인 표준식단이다.

나머지는 저단고탄 식단 세 가지로 그 정도에 따라 15:67:18, 10:72:18, 5:77:18이다(지방 비율은 일정). 극단적인 저단고탄 식단에서는 단백질의 비율이 5%에 불과하다.

연구자들은 생후 15개월인 중년 생쥐(사람으로 치면 50세)를 다섯 그룹으로 나눠 네 그룹은 각각의 식단을 마음껏 먹게 했다. 나머지 하나는 칼로리제한 그룹으로 표준식단을 마음껏 먹는 양의 평균보다 20% 적게 공급받는다.

생쥐의 섭취 칼로리를 분석한 결과 식단에서 단백질 함량이 낮을수록 조금씩 늘어났다. 즉 먹이를 더 먹었다.

그럼에도 몸무게나 체지방량은 단백질 5% 그룹이 칼로리제한 그룹 다음으로 낮았다. 몸무게나 체지방량이 단순히 섭취한 칼로리에 비례하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연구자들은 다섯 그룹의 유전자 발현 패턴을 비교했다. 그 결과 표준식단을 마음껏 먹는 그룹에 비해 저단저탄 식단을 마음껏 먹는 그룹에서 발현이 늘어난 유전자가 379개였고 줄어든 유전자가 438개였다.

한편 칼로리제한 그룹은 발현이 늘어난 유전자가 237개였고 줄어든 유전자가 238개였다.

이 가운데 저단저탄 그룹과 칼로리제한 그룹에서 모두에서 늘어난 유전자는 40개이고 줄어든 유전자는 34개에 불과했다. 즉 유전자 발현 패턴만 보면 저단저탄 식단과 칼로리제한 식단의 효과가 꽤 다르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같은 패턴으로 변하는 유전자를 들여다보자 겹치는 대사경로가 드러났다. 즉 뇌의 구조와 기능에 관여하는 대사경로가 비슷하게 영향을 받았다.

그 결과 뇌에서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인 해마에서 시냅스의 형성과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수상돌기 가시(dendrite spine)의 밀도가 단백질 10%, 5%인 식단을 먹은 그룹에서 칼로리제한 그룹만큼이나 높았다. 그만큼 뇌의 노화가 늦춰졌다는 뜻이다.

한편 염증을 억제하는 사이토카인인 인터류킨-10의 수치도 저단고탄 그룹이 칼로리제한 그룹만큼 높았다. 참고로 인터류킨-10의 수치는 나이가 들수록 낮아진다.

참고로 실험에 쓰인 탄수화물은 녹말이다. 즉 고구마나 곡류 같은 식재료에서 섭취한 고분자 탄수화물이지 가공식품이나 음료수에 많이 들어있는 설탕이나 과당 같은 단순당 탄수화물이 아니다. 단순당이 섭취한 탄수화물의 상당 비율을 차지하는 현대인들이 유의해야 할 점이다.

오키나와가 세계의 많은 장수촌 가운데 세 손가락에 꼽힌 이유는 소식(칼로리제한)과 저단백질 고탄수화물 식단의 시너지 효과라는 생각이 든다. 가난 때문에 구황작물로 버틴 생활이 오히려 심신의 건강을 가져와 장수로 이어졌음을 최신 과학이 입증하고 있으니 인생의 아이러니다.

(7035)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