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기억, 공간의 복잡성에 따라 뇌 해마에 다르게 저장된다”

KIST 세바스쳔 로열 박사 "장소유형별로 다른 뇌세포 기억 형성 방식 쥐실험으로 확인"

뇌에 특정 장소에 대한 장기기억이 형성될 때 지형지물의 많고 적음 같은 공간의 특성에 따라 기억이 형성되는 방식이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세바스쳔 로열 박사팀은 19일 뇌 해마의 장소세포가 장소 정보를 바코드(bar code)처럼 빈도 코드(rate code)와 위상 코드(phase code)를 이용해 저장하며, 그 장소의 복잡성 등 특성에 따라 장소세포 활성화 영역과 사용전략이 달라진다는 것을 쥐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길을 찾거나 특별한 장소를 기억하는 것은 뇌 속 특정 부위에 GPS와 내비게이션 기능을 하는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포유류 동물에서는 뇌 속 해마에 있는 장소세포가 공간 지각 능력을 담당한다는 것이 다양한 동물실험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위치와 공간의 장기기억을 형성하고 저장하는 장소세포가 특정 장소에서 어떻게 활성화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쥐를 이용한 두 가지 유형의 공간 실험을 통해 뇌 속 해마의 특정 영역이 활성화되고 장기기억이 형성되는 기초 원리를 밝혀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공간훈련 장치인 트레드밀의 긴 벨트에 아무 물체가 없는 구간과 작은 물체를 다수 배치한 구간을 만들고 쥐가 차례로 달리도록 했고, 두 번째 실험에서는 물체들이 들어있거나 완전히 비어있는 원형 통에 쥐를 넣고 훈련했다.

연구팀은 이 실험을 하면서 공간기억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추정돼왔지만, 구체적인 기능은 밝혀지지 않은 해마의 소영역인 ‘CA1’과 ‘CA3’에 실리콘 탐침 전극을 심어 장소에 따라 신경세포 활성도가 변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두 실험에서 모두 해마에는 공간·위치·물체의 상황과 환경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뇌 영역과 별개의 입력장치를 사용하는 병렬적 정보처리 메커니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체가 없는 환경의 기억은 CA1 표면층에 있는 세포 집단이 활성화되면서 신경세포 하나가 활동전위를 발생시키는 횟수인 빈도 코드(rate code)를 통해 저장된다. 반면에 물체가 풍부한 환경의 기억은 CA1 심층부 세포 집단이 활성화되면서 여러 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활동전위 사이의 시간적 간격인 위상 코드(phase code)를 이용해 저장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어떤 장소의 포괄적인 위치와 공간 감각 같은 정보에는 해마 CA1 표층부 세포의 빈도 코드가, 물체의 정확한 위치 및 공간과의 관계 같은 세부 정보에는 CA1 심층부의 위상 코드가 더 많이 연관돼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단순한 환경에서는 주로 CA3가 감마파를 통해 CA1 표층부 세포를 자극하고, 복잡한 환경에서는 내후각 피질 영역이 작동해 CA1 심층부 세포에 정보를 제공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세바스쳔 로열 박사는 “이번에 밝혀낸 해마의 정보처리 방식은 기억의 기초 원리를 더 심층적으로 밝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며 “알츠하이머성 치매, 기억상실, 인지장애 같은 해마 손상 관련 뇌 질환을 치료 및 진단하는 기술과 함께 생물학적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뉴런'(Neuron)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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