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미생물 건강해야 암 치료 잘 된다

장내 서식 박테리아에 따라 면역항암제 반응 상반돼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강화시켜 암을 치료하는 3세대 면역항암제는 치료 효과가 높고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이유로 항암제 시장에서 면역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기대했던 치료 효과가 그리 높게 나타나지 않아 그 원인을 분석한 연구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환경이나 조건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3일자에는 장내 박테리아(gut bacteria) 구성이 면역요법에 대한 환자의 반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두 개의 새로운 연구가 소개됐다. 한 연구에서는 항생제가 장내 미생물군에 영향을 미쳐 면역치료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에서는 면역요법에 잘 반응하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장내에 ‘좋은 박테리아’가 더 풍부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연구는 모두 건강한 장내 미생물군을 유지하는 것이 암과 싸우는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PD-1 저해제에 반응하는 환자(R)와 무반응 환자(NR)로부터 얻은 대변의 미생물군 이식(FMT)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결과 R에서 미생물군 이식을 받은 실험용 쥐들은 종양과 장에 더 많은 면역세포가 생겨 항암 면역력이 강화됐다. 반대로 NR에게서 미생물군 이식을 받은 쥐들은 항암 면역력이 약하고 장내 면역세포도 부족했다.  CREDIT: Dr. Luigi Nezi

연구팀은 PD-1 저해제에 반응하는 환자(R)와 무반응 환자(NR)로부터 얻은 대변의 미생물군 이식(FMT)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결과 R에서 미생물군 이식을 받은 실험용 쥐들은 종양과 장에 더 많은 면역세포가 생겨 항암 면역력이 강화됐다. 반대로 NR에게서 미생물군 이식을 받은 쥐들은 항암 면역력이 약하고 장내 면역세포도 부족했다. CREDIT: Dr. Luigi Nezi

항생제 쓰면 장내 미생물에 영향 미쳐 항암제 효과 감소

이들 연구에서는 면역항암제인 ‘PD-1 억제제’가 사용됐다. PD-1(Programmed cell death protein 1)은 우리 몸의 주요 면역세포인 활성화된 T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이 암세포의 표면 단백질인 PD-L1, PD-L2 등과 결합하면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 하게 된다. 면역치료는 이 점에 착안해 T세포의 PD-1 수용체에 면역항암제가 달라붙도록 함으로써 암세포 표면단백질과의 결합을 차단해 암세포의 면역회피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치료법이다.

먼저 프랑스 귀스타브-루시 암연구소의 베르트랑 루티(Bertrand Routy) 박사팀은 종양을 공격하기 위해 면역계를 활성화시키는 PD-1 억제제를 이용해 면역치료를 받는 폐암이나 신장암 환자의 치료 결과에 대해 항생제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이전에 요로감염이나 치주 감염 등과 같은 염증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투여받은 환자들은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생존율이 떨어졌다. 면역치료 효과가 좋은 환자들의 장내 미생물을 분석해 보니 아케르만시아 뮤시니필라(Akkermansia muciniphila)라는 박테리아가 가장 좋은 임상 결과와 관련이 있음이 밝혀졌다.

이 박테리아종은 면역치료에 부분적인 반응을 보인 환자의 69%, 치료에 의해 병세가 안정된 환자의 58%에서 검출됐으나, 면역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군에서는 34%에서만 검출됐다. 저자들은 항생제 치료를 받은 실험용 쥐에게 이 박테리아를 넣은 경구 보충제를 투여하자 면역세포의 효능이 증강돼 면역치료 반응이 향상됐다고 보고했다.

장의 미소주름(Microfold) 세포는 통과세포외배출(transcytosis)을 통해 항원 (Ag)을 장의 내강에서 장과 연결된 림프 조직(GALT)으로 옮겨 선천 적응 면역세포에 전달한다. CREDIT: Wikimedia Commons / 2n00b

장내 미생물은 면역세포와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의 미소주름(Microfold) 세포는 통과세포외배출(transcytosis)을 통해 항원 (Ag)을 장의 내강에서 장과 연결된 림프 조직(GALT)으로 옮겨 선천 적응 면역세포에 전달한다. CREDIT: Wikimedia Commons / 2n00b

‘좋은 박테리아’ 많으면 면역항암제 반응 좋아

두 번째 연구에서 미국 텍서스대 MD 앤더슨 암센터의 반체스와란 고팔라크리슈난(Vancheswaran Gopalakrishnan) 연구원팀은 동일한 PD-1 억제제에 더 잘 반응하는 흑색종 환자들은 장내 미생물이 더 다양하고 특정 박테리아가 풍부하게 존재한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PD-1 억제제를 투여받고 있는, 병이 진행된 흑색종 환자 112명으로부터 장내 미생물군 표본을 수집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장내 미생물군에 페이칼리박테리움(Faecalibacterium)과 클로스트리디알(Clostridiales) 박테리아가 풍부한 환자들은 치료에 잘 반응하는 한편 암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생존율이 더 길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 박테로이달(Bacteroidales) 세균이 많은 환자들은 그 반대로 나타났다.

환자들의 면역반응 분석에서도 유익한 미생물이 많은 환자들은 면역세포를 더 많이 가지고 있어 종양을 공격해 사멸시킬 가능성 더 높았다. 연구팀은 또 면역치료에 잘 반응하는 환자들로부터 수집한 미생물들을 균이 없는 실험용 쥐에 이식해 PD-1 억제제에 대한 반응을 살펴봤다. 여기에서도 인체에서 관찰된 결과와 유사하게 PD-1 억제제에 대해 반응 효과가 좋았다.

이번에 보고된 이 두 연구 결과는 면역항암제인 체크포인트 저해제로 암 환자를 치료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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