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미생물이 A형 피 O형으로 바꿔

대변 추출 DNA로 효소 기능 바꿔

장내 미생물에서 추출한 효소 덕분에 수혈이 더욱 쉬워질 전망이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스테판 위더스(Stephen Withers) 박사 연구팀은 인간의 내장에 살고 있는 효소를 이용하면, A형 혈액을 O형 혈액으로 바꿀 수 있다고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Nature Microbiology) 저널에 발표했다.

사람의 혈액은 A형 B형 AB형 O형 4가지가 있다. O형 혈액은 모든 사람에게 수혈할 수 있지만, 다른 혈액형은 자신과 같은 혈액형과 O형 혈액만 수혈할 수 있다. 이는 O형 혈액만이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항원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형 혈액형은 A형 항원이 있어서 수혈 거부반응을 유발한다.

보편적인 혈액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 과학자들은 A형 피에서 A형 항원을 제거함으로써 두 번째로 흔한 혈액형인 A형을 O형으로 변형시키려고 노력해왔다. 과학자들은 효소가 A형 혈액을 O형 혈액으로 변환할 수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수혈용 혈액 봉지 ⓒ Pixabay

수혈용 혈액 봉지 ⓒ Pixabay

그러나 과학자들의 성공은 제한된 성공이었다. 적혈구를 공격하는 혈액항원을 제거하는 효소가 그 일을 경제적으로 할 만큼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이다.이 효소들을 개선하기 위해 4년 동안 연구한 위더스 박사팀은 인간의 내장 박테리아 중에서 더 나은 효소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 미생물들 중 일부는 내벽에 붙어서, ‘점액’이라고 불리는 당-단백질 결합물을 ‘먹는다’고 한다. 점액의 당은 혈액형을 결정짓는 적혈구에 있는 당과 비슷하다.

연구팀의 피터 라펠드(Peter Rahfeld) 박사는 인간의 대변 샘플을 채취하여 DNA를 분리했으며,  이 DNA는 점액을 소화하는 박테리아 효소를 암호화하는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다. 잘라낸 DNA 조각들을 흔히 사용되는 실험실 박테리아인 대장균의 사본에 넣었다. 연구원들은 그 중 어떤 미생물이 A형 혈액을 결정하는 당을 제거하는 능력을 가진 단백질을 생성했는지 관찰했다.

처음에는 특별한 반응이 없었으나 실험실에서 나온 두 개 효소를 테스트했을 때 희망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효소는 인간의 혈액에서도 마법 같은 일을 발휘했다. 플라보니프랙터 플라우티(Flavonifractor plautii)라는 장내 미생물에서 나온 효소를 대변에서 채취한 DNA로 변형시켰다. 이 효소를 첨가했을 때 A형 혈액형을 결정하는 당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의료현장에서 쓰려면 5~10년 더 걸릴 듯    

사이언스 매거진은  “이번 연구결과는 실용성에서 매우 유망하다”라는 뉴욕 혈액센터의 적혈구 생리학자 모한다스 나라(Mohandas Narla)의 평가를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하루 약 1만6,500 리터의 헌혈된 피를 사용하며 이중 A형 혈액이 3분의 1 정도 차지한다. 이 연구결과가 실용화되면 수혈가능한 O형 혈액은 거의 두 배가 될 수 있다.

이번 발견은 과학자들이 오래 동안 혈액을 변환하기 위해 효소와 함께 연구해 온 노력의 성과이자 중요한 돌파구를 의미한다.

위더스 박사는 “연구원들이 1982년까지 혈액을 변환하기 위해 효소의 사용을 연구해왔지만, 이  새 효소는 그 일을 30배 더 잘 할 수 있다.”고 캐나다 CBC뉴스 인터뷰에서 밝혔다.

당장 A형 혈액이 O으로 바뀌려면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이 미생물 효소가 의도하지 않은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위더스 박사는 효소를 이용해서 생산한 O형 혈액이 5년에서 10년 안에 의학에 사용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8267)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1)

  • 하주철 2019년 6월 11일7:42 오후

    혈액형을 바꿔서 혈액을 사용한다니… 매우 신기하네요 ㅎㅎ
    많은 연구원분들이 노력한 끝에 얻어질 새로운 혈액변형기술 정말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 더 힘내주세요~~!!
    새롭고 좋은 정보를 알려준 기자님 감사합니다~~!!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