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잠수함이 항공기를 공격한다?

[밀리터리 과학상식] 잠수함에 탑재하는 대공 미사일 시스템 개발 다시 각광

소련 빅터급 잠수함을 추적하는 미 해군 P-3 초계기. 잠수함의 가장 큰 적은 잠수함이 아닌 대잠 항공기다. ⒸNARA

잠수함에 대해 흔히들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 ‘잠수함 최대의 적은 잠수함’이라는 속설이 그것이다. 이는 전략적으로는 옳을 수 있다. 잠수함을 가진 적이 딴마음을 못 먹게 하려면 우리도 잠수함을 보유하고 적에 대한 전략 타격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전술적으로는 틀린 말이다. 사실 잠수함, 특히 잠항한 잠수함 간의 싸움은 알고 보면 시각 장애인 간의 싸움과도 같다. 우연히 옷자락을 스치거나 가까운 거리를 지나가는 상대의 발자국 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상대방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잠수함전의 역사가 100년이 훨씬 넘어가지만 아직까지 잠대잠 전투 사례는 의외로 그리 많지 않은 것이 그 증거다.

잠수함 최대의 적은 잠수함이 아니라 대잠 항공기다. 잠수함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속도가 빠른 데다가, 넓은 해역을 감시할 수 있다. 부상해 있는 잠수함도 잠항해 있는 잠수함도 찾아낼 수 있다. 찾아내면 어뢰, 폭뢰 등으로 잠수함을 공격한다. 게다가 잠수함이 이들 대잠 항공기를 상대할 방법은 그리 많지 않았다.

과거 제2차 세계대전 디젤 잠수함 시절에는 갑판 위에 대공포를 설치했다. 하지만 부상 시에만 쓸 수 있었고 함 내에서 원격 조종은 불가능했다. 대잠 항공기는 이를 알고 대공포의 사거리 바로 밖을 맴돌며 잠수함이 잠항하지도, 대공포를 쏘지도 못하게 했다.

함교탑에 블로우파이프 대공 미사일을 설치한 영국 해군의 HMS 이니어스 잠수함. Ⓒ UK NAVY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되고 로켓과 미사일이 등장하면서 항공기에 맞서는 잠수함의 발톱도 조금은 길고 날카로워졌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냉전 시절 동구권과 서구권 해군 모두 잠수함에 탑재하는 대공 미사일, 즉 잠대공 미사일(Submarine Launched Airfight Missile, SLAM)의 개발에 몰두한 적이 있다.

소련은 잠수함 잠망경에 맨패즈(MANPADS, 개인 휴대형 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부착, 잠망경 심도에서 적기를 향해 조준 사격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실험한 바 있다. 영국 해군 역시 블로우파이프 대공 미사일 4발을 잠수함 함교탑에 설치하고, TV 카메라를 이용해 조준 사격하는 시스템을 개발 실험했다. 그러나 두 시스템 모두 그리 널리 실용화되지는 못했다.

그런데 냉전이 끝난 지도 30년이 지난 현재, 잠대공 미사일 시스템의 개발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맨패즈 개조형은 냉전 시절에 나왔던 제품들과 유사하다. 기존의 맨패즈 시스템을 방수 컨테이너에 수납한 다음, 이를 함교탑에 있는 신축식 마스트에 설치한다. 잠수함이 대잠 항공기의 공격을 당할 경우, 잠망경 심도로 부상한 다음 이걸 꺼내서 조준 발사하는 방식이다. 프랑스의 A3SM 잠수함 발사 미카 미사일이 대표적이다. 일설에 따르면 러시아 해군도 킬로급 디젤 잠수함을 위해 유사한 시스템을 개발했다는 얘기가 있다. 다만 러시아 시스템이 자국 또는 외국 해군의 킬로급 잠수함에 실전 배치되었는지까지는 불분명하다.

어뢰발사관 발사형은 앞서 언급되었던 맨패즈 개조형보다는 훨씬 복잡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만큼 더 큰 생존성과 기동성도 잠수함에 부여해 준다. 어뢰발사관을 통해 대공 미사일을 직접, 또는 별도의 컨테이너에 담아 발사하는 것이다. 발사된 미사일은 수면까지 부상한 다음, 수면을 박차고 나가 목표로 향한다. 잠수함 발사 순항 미사일이나 대함 미사일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이런 시스템 중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독일 ‘딜 디펜스’ 사에서 개발한 상호작용형 방어 및 공격 체계(Interactive Defense and Attack System, IDAS)가 있다. 독일제 212급 잠수함을 위해 개발된 시스템으로, 사용되는 미사일은 IRIS-T 중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개조한 것이다. 미사일은 아음속으로 발사되며 광섬유 유선 방식으로 유도된다. 종말 유도에는 적외선 유도를 사용한다. 특이하게도 미사일의 수중 주행 및 비행에 동일한 로켓 엔진을 사용한다. 유효사거리는 20km 수준이다. 대공 표적 식별과 조준에는 잠수함의 소나를 사용한다.

이 시스템은 대공 표적 공격뿐 아니라 대수상, 대지 표적 공격에도 사용될 수 있다. 유선 유도 방식이기 때문에 잠수함 내에서 표적 식별과 피해 평가도 가능하다.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도 비슷한 시스템을 개발한 적이 있다. 프랑스는 별도의 캐니스터에 담긴 미스트랄 맨패즈를, 미국은 AIM-9X 공대공 미사일을 사용했다. 이들 국가의 시스템에 대해 상세한 것은 알려져 있지 않다.

잠대공 미사일 시스템 중에는 순항 미사일 또는 무인기와의 통합형도 있다. 원래 순항 미사일은 무인 항공기와 그 비행 특성이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다. 그리고 잠수함에서 발사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순항 미사일에 작은 공대공 미사일을 탑재한 다음, 잠수함이 활동하는 해역 상공에 띄워 놨다가 적기가 출현할 경우 공대공 미사일을 사격하는 방식으로도 운용할 수 있다.

또는 잠수함에서 아예 무인 전투기를 발함 시켜 적기를 상대하는 방식도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미 해군은 이미 지난 2013년 잠항 중인 잠수함에서 무인기를 발함 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런 시스템은 성능과 운용 유연성이 가장 뛰어나지만 그만큼 더 복잡하고 비싸다. 또한 무인 무기의 운용에 따르는 법적 윤리적 문제를 뒤집어 쓸 수도 있다. 현재 이런 시스템을 진지하게 개발하는 나라가 있다는 확실한 정보는 없다. 그러나 기술적 가능성만큼은 충분히 인정된다.

잠대공 미사일 시스템의 전투 상상도 ⒸDCN

잠대공 미사일 시스템의 한계와 장단점

잠대공 미사일 시스템은 얼핏 대단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 태생적 한계상 적기에 대한 적극적인 공격용으로는 쓸 수 없다. 잠항 중인 잠수함에서 지극히 제한적인 화력으로 투사되기 때문이다. 잠대공 미사일 시스템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순간을 위한 자체 방어 무기체계로 봐야 한다. 또한 발사 시 잠수함이 가진 은밀성을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한다. 바로 이 때문에 은밀성이 대원칙인 잠수함 작전에 큰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이 시스템에 대한 각국 해군의 수요를 깎아 먹는 중요한 요인이다.

설령 발사한다고 해도 반드시 적기를 격추한다는 보장은 없다. 적기도 대공 미사일에 대한 대응 수단을 구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적기 격추에 실패한다면 적기의 반격에 의해 잠수함이 격침될 가능성은 대단히 높아진다. 발사로 인해 잠수함의 위치가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잠수함은 매우 정밀한 센서로 적기를 발견 및 식별하고 조준 사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적기가 예전처럼 쉽게 잠수함을 공격하지 못하게 하고, 공격시 더 큰 비용이 드는 전술과 장비, 전략을 구사하게 하는 이점도 있다.

잠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곳은 어디일까? 우선 공학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이 시스템은 아무래도 원자력 잠수함보다는 디젤 잠수함에 배치되는 쪽이 더 효용이 높다. 원자력 잠수함과는 달리 디젤 잠수함은 정기적으로 잠망경 심도로 올라와 잠항용 배터리를 충전해 줘야 하는데, 이때 대잠 항공기에 발견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특히 중국 해군이 장차 이런 시스템의 개발과 배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중국은 세계 굴지의 디젤 잠수함 운용국 중 하나인데다, 해상 제공권 확보 능력은 아무래도 미군에 비해 열세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가능성은 핵무기 탑재 잠수함의 최종 방어용 무기다. 이들 잠수함들은 그 가격과 기술 집약도도 대단하지만, 유사시 적국에 핵 선제공격 또는 보복 공격을 가할 능력이 있는 그 나라의 가장 중요한 전략 자산이기 때문이다. 미, 영, 중, 러, 불 등의 공식 핵무장국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의 핵무기 탑재 잠수함들에게도 이런 시스템이 탑재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이들 시스템은 매우 비싸고, 기존의 잠수함에 탑재하고 전력화하는 데도 여러 기술적 난관을 넘어야 한다. 또한 그 탑재 사실이 밝혀질 경우 적 대잠 항공기 세력과의 전력 및 전술 시소게임을 불러올 수도 있다. 아마 이러한 부분 때문에 여태까지 각국 해군에서 그 개발 및 배치 상황을 상세히 공개하지 않아 온 것으로 짐작된다. 잠대공 미사일 시스템의 상세한 실체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추측의 영역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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