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특정 분야서 비범한 재능을 지닌 ‘서번트’

[이름들의 오디세이] 이름들의 오디세이(99)

1943년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홉킨스대학교병원의 소아과장인 캐너(Leo Kanner, 1894~1981)는 신체적으로는 건강하지만 여느 아이와는 다르게 주변에 무관심하고, 말도 없고, 엄마에게도 다정하게 굴지 않는 아이들을 발견한다. 캐너는 이들에게 ‘오티즘(autism)’이란 병명을 처음으로 붙였다.

그는 오티즘이 “외부 세계의 자극을 최대한 외면하고, 무시하고, 차단하는 정신적 고립이 특징”이라 규정했다. 캐너는 나중에 현상 유지 욕구, 능력의 파편화, 같은 것에 대한 집요함도 특징으로 추가한다.

오티즘은 ‘자신’을 뜻하는 auto-와 ‘증상’을 뜻하는 -ism  합성어로 한마디로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자폐증(自閉症)으로 번역했다.

이듬해인 1944년, 오스트리아 빈의 아동(재활) 병원에서 일하던 아스퍼거(Hans Asperger, 1906~1980)도 주위와 동떨어져 지내며, 외부와 접촉이 차단되어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아이들을 발견했다.

아스퍼거의 아이들은 캐너가 규정한 자폐증의 범주에는 속하기는 해도 언어 능력이나 지능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 아이들은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불렸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아이들은 캐너의 자폐증 환자들과 달리 주변과 의사 소통은 할 수 있었지만 정서적으로는 교감하지 못했다.

캐너는 소통도 공감도 못하는 아이들을, 아스퍼거는 소통은 하지만 공감은 못하는 아이들을 본 것이다. 그래서 캐너의 아이들은 ‘자신만의 세상’에서만 살지만, 아스퍼거의 아이들은 ‘우리의 세상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외견상으로 보면 캐너의 아이들은 정신지체아처럼 보이고, 아스퍼거의 아이들은 정상인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구별점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추정하는 천재들이 몇 있다.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과 캐빈디쉬, 음악가 바르톡,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등이다.

또한 일상생활 속에서 특출한 재능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이도 있다. 열차 시간표를 통째로 외우거나, 달력을 훤히 꿴다거나. 물론 그 정도가 아니라도 보통 수준의 지능과 언어능력을 바탕으로 직장인으로 지내는 수가 많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은 것으로 추정하는 영국 물리학자 헨리 캐빈디시. ⓒ 위키백과 자료

서번트 증후군(savant stndrome)은 신경 발달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분야에 비범한 재능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영국 의사 다운(John Langdon Down, 1828~1896)이 ‘지능은 낮지만 특출한 재능을 가진’ 경우를 1887년에 처음으로 보고하면서 ‘idiot savant(백치 천재)’ 란 이름으로 불렀다.

환자들은 대부분 사내아이였고, 예술, 음악, 언어, 날짜 계산, 암산 같은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외견상으로는 정신지체를 앓는 것처럼 보이지만 천재적인 재능 하나가 있는 경우다.

다운 증후군의 이름을 붙인 다운. 서번트 증후군의 이름도 처음 붙였다. ⓒ 위키백과

하지만 모두 백치는 아니었다. 때문에 백치 대신 자폐를 넣어 ‘autistic savant(자폐 천재)’ 로 이름을 바꾸었다. 하지만 서번트 증후군 환자들은 자폐증이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 절반은 뇌질환이나 뇌손상이 차지했다.

그리고 자폐증 환자들 중에 서번트 증후군이 되는 경우는 전체의 10%에 해당해 서번트를 자폐증과 혼동할 여지가 크므로 지금은 자폐마저 떼어낸 이름, ‘서번트’ 증후군으로 불린다.

서번트는 소년에게 많이 보이며, 미술, 음악, 언어 등의 재능이 돋보인다. 그들의 재능은 사람으로 향하지는 않고 사물이나 특정한 테마에 집중하는 경향이 많다. 또한 모든 것을 잊는 법이 없는 놀라운 수준의 기억력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질병이 생기는 이유는 아직도 정확히 모른다. 20세기 중반까지는 엄마의 ‘냉정한’ 양육이 아이를 자폐증으로 내몰았다는 이른바, ‘냉장고 엄마’ 이론이 득세해서 부모들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물론 지금은 뇌의 문제로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이들의 장애를 해결해 줄 뾰쪽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어쩌면 이들을 연구하면 할수록 인간의 궁극적인 신비인 뇌의 심연에 더 다가설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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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박한얼 2020년 7월 25일11:05 오후

    보통사람들은 외부 정보를 기호로 해석해서 머리에 저장하는데 어떤 자폐증은이미지로 기억해 정보량이 대단히 많은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사람들에게는 없는 천재성이 있기도 해서 놀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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