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정신의학적으로 접근해 구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예일대, 호주 멜버른대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팀은, 상호작용을 통해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하려는 위험을 증가시키는 뇌 안의 주요 네트워크 존재를 확인해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 저널 1일 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기존에 발표된 연구 문헌들을 검토한 결과, 이 ‘세계적인 주요 살인자’에 대한 연구가 특히 청소년같이 가장 취약한 집단들에 대해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자살과 관련한 통계 수치는 우울하다. 전 세계에서 80만 명이 해마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 40초당 한 명씩 세상을 뜨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10만 명당 자살 사망자)은 특히 최근의 잇단 연예인 자살에서 보듯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OECD 국가 평균 자살률(11.5명)의 두 배를 훨씬 넘는 24.7명(2018년)으로, 하루에 37.5명(2018년 사망원인 통계)이 자살로 사망하고 있다.
자살, 청소년 사망의 두 번째 원인
자살은 전 세계적으로 15~29세 사이 청소년 사망 원인 중 두 번째로 꼽힌다. 청소년들은 암이나 심장병, 에이즈, 선천적 결손, 뇌졸중, 폐렴, 인플루엔자 및 만성 폐질환보다도 자살로 인해 더 많이 사망한다.
청소년 세 명 중 한 명은 자살을 생각하고 있고, 이들 가운데 실제 세 명 중 한 명은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논문 공동 제1저자인 영국 케임브리지대 앤-로라 하멜렌(Anne-Laura van Harmelen) 박사는 “자살이란 질병으로 해마다 거의 100만 명이 사망하고, 그중 4분의 1이 30세 이전의 젊은이들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그런데도 우리는 일부 사람들이 왜 이 질병에 취약한 지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살을 유도하는 우리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왜 성차(性差)가 존재하는지, 특히 어떤 이유로 젊은이들이 자살에 취약한지에 대해 우리는 거의 아는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두 개의 뇌 네트워크 식별해 내
미국 예일대 정신신경과 힐러리 블룸버그(Hilary Blumberg)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은 자살 생각 및 행동에 대한 뇌 영상 연구와 관련된 지난 20년 동안의 과학 문헌을 검토했다.
이들은 1만 2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131개 연구를 살펴보고, 개인의 자살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뇌 구조와 기능의 변화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이용 가능한 모든 뇌 영상 연구 결과를 종합해 자살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뇌에서의 구조적, 기능적, 분자적 변화 증거를 검색했다.
검토 결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두 개의 뇌 네트워크와 이들 사이의 연결을 식별해 낼 수 있었다.
첫 번째 네트워크는 안쪽과 측면 복부 전전두엽 피질(medial and lateral ventral prefrontal cortex)로 알려진 뇌의 전방 쪽 영역과 함께 이 영역이 연결된, 감정과 관계되는 뇌의 다른 영역을 포함했다.
이 네트워크에서의 변화는 과도하게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 조절의 어려움을 유도해 자살 생각을 자극할 수 있다.
두뇌의 뇌엽과 주요 열구 및 경계. 오른쪽이 전두엽(Frotal Lobe). 연구팀은 전전두엽 피질 부위에서 두 개의 자살 관련 네트워크를 식별해 냈다. ⓒ Wikimedia / Lokal_Profil
자살 예방 위한 중요 목표 제시
두 번째 네트워크는 배측 전전두엽 피질(dorsal prefrontal cortex)과 하전두회(inferior frontal gyrus) 시스템으로 알려진 영역을 포함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에서 변화가 일어나면, 문제의 대안적 해법을 찾고 행동을 조절하는 네트워크의 의사 결정 역할로 인해 부분적으로 자살 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팀은 만약 두 네트워크가 구조와 기능 혹은 생화학적 측면에서 변화가 일어난다면, 개인들이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져 자살 위험을 높이게 된다고 시사했다.
힐러리 블룸버그 교수는 “이번 문헌 리뷰는 자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개선된 새 방법을 찾을 수 있는 매우 희망적인 증거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뇌 회로의 차이는 더욱 효과적인 자살 예방 전략 수립을 위한 중요한 목표를 제시한다”며, “이번 논문에 참여한 과학자들이 더 많은 공동 노력을 기울이기를 특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청소년기 중요하나 대부분의 연구가 성인에 초점
연구팀은 자살과 관련해 지금까지 행해진 대부분의 연구는 단편적이었다고 보고 있다. 일정 기간 동안의 변화를 보지 않고 뇌의 단편(snapshot)만을 대상으로 해 과거의 자살 생각이나 행동만 관련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자신들이 제안한 모델이 미래의 자살 시도와 관련이 되는지 그리고 어떤 치료법들이 뇌 네트워크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켜 자살 위험을 줄일 수 있는지를 조사할 수 있는 더 많은 연구가 긴급하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번 리뷰는 자살 특히 성차와 취약 계층의 자살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자살에 대한 생각은 청소년기 초기에 처음 나타나지만 대부분의 연구가 성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논문 공저자인 호주 멜버른대 리안 슈말(Lianne Schmaal) 박사는 “자살 사망의 가장 큰 예측 인자는 이전의 자살 시도이므로 가능한 한 초기에 개입해 자살 위험을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일이 대체로 청소년기에 일어나므로 가장 위험에 처한 젊은이들을 식별해 내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있는 이 젊은이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젊은이 자살 위험요인 식별해 낼 예정
이번 리뷰 결과 더욱 놀라운 것은 성전환자들이 점증하는 자살 위험에 노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131개 연구 논문 중 단 한 개만이 성전환자에 관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반 하멜렌 박사는 “우선적으로 치료를 받고 낙인을 줄여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연구 대상이 되지 못하는 매우 취약한 그룹들이 있다”며, “긴급하게 이런 그룹들을 연구하고 돕고 지원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연구팀은 2018년에 영국의 정신건강 연구 자선단체인 MQ의 지원으로 자살 예방과 극복을 돕는 HOPES(Help Overcome and Prevent the Emergence of Suicide) 연구를 출범시켰다.
HOPES는 자살 위험에 처한 사람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15개 국 4000여 젊은이들의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연구팀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전 세계 젊은이들의 자살 행동과 관련된 뇌 스캔과 생활환경 정보, 심리상태와 특성을 분석해 구체적이고 보편적인 위험 요인을 식별해 낼 예정이다.
(2541)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2024년 이후 국제우주정거장(ISS) 프로젝트 탈퇴를 선언한 러시아가 독자적으로 건설할 우주정거장의 실물 모형을 공개했다고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이날 모스크바 외곽에서 열린 한 군사 산업 전시회에서 새로운 우주정거장 모형을 선보였다. 러시아 국영매체는 이 모형을 '로스'(Ross)라고 불렀다. 새로운 우주정거장은 2단계로 발사될 예정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남극 앞바다의 기후 변화가 태평양 수온과 열대 지역 비구름에 미치는 효과를 규명했다. 16일 UNIST에 따르면 도시환경공학과 강사라 교수 연구팀은 기후 모델(Climate Mode) 실험으로 남극 앞바다의 냉각이 적도 태평양의 수온을 낮춘다는 내용을 입증했다. 특히 남극 앞바다의 온도와 열대강우(비구름) 사이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밝혔다. 남극 앞바다가 차가워지면 열대 동태평양의 수온이 낮아지고, 그 영향으로 열대강우가 북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기온이 같아도 습도가 높으면 더 덥고 불쾌하게 느껴지는데, 상대습도를 반영해 산정하는 체감온도인 '열파 지수'(HI)가 최근 잦아진 극단적인 기온에서 실제 인체가 느끼는 온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열파 지수를 토대로 여름철 위험 경보를 발령하는데 인체가 느끼는 온도와 많게는 20℉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제시됐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기후학자 데이비드 롬프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NWS가 이용해온 기존 열파 지수의 한계를 보완한 연구 결과를 학술지 '환경연구 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했다.
음식물에 들어 있는 글루코스(포도당)는 우리 몸이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데 쓰인다. 암세포도 자기 복제를 하는 데 엄청난 양의 포도당이 필요하다. 종양이 성장하려면 암세포의 복제에 필요한 여러 가지 합성 작용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암세포가 포도당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암세포가 흡수한 포도당에서 가능한 한 많은 에너지를 뽑아내지 않고 대부분 폐기물로 반출한다고 여겼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기계공학과 배중면·이강택 교수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이찬우 박사 공동 연구팀이 상용 디젤에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개질(Reforming) 촉매를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디젤은 수소 저장 밀도가 높고 운반·저장이 쉬워, 개질을 통한 수소 공급 장치를 트럭 보조전원장치 등 모바일 연료전지 시스템에 적용하려는 연구가 지속돼왔다. 연구팀은 촉매 입자 내부의 금속 나노입자가 표면으로 올라오는 용출 현상을 통해 합금 나노입자를 형성해 촉매 성능을 향상하도록 촉매를 설계했다.
광도(밝기)가 급격히 떨어졌던 오리온자리의 가장 밝은 α별인 적색초거성 '베텔게우스'가 별의 표면인 광구(光球)의 일부가 대형 폭발로 날아가는 '표면질량분출'(SME)을 겪고 서서히 회복 중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베텔게우스의 SME는 태양의 바깥 대기에서 플라스마를 대량 방출하는 '코로나질량분출'(CME)의 약 4천억 배에 달하는 관측 사상 전례가 없는 것으로 제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과학과 김세윤 교수 연구팀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체료제인 '로미타피드'가 항암 효과까지 있음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은 인공지능에 기반한 약물 가상 스크리닝 기술을 이용해 이런 성과를 냈다. 기존 약물의 새로운 적응증을 찾는 약물 재창출은 신약 개발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이지만, 모든 약물을 실험적으로 검증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어려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