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위험 유전자 22개 또 발견

사상 최대 규모 샘플 연구로 확인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하루 평균 3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수치다. 통계청이 지난 9월 발표한 ‘2019년 사망원인 통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사망자 수는 29만 5110명으로 1년 전보다 3710명(-1.2%) 줄었다.

전체 사망자 수는 줄었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은 오히려 늘어 지난해 고의적 자해(자살) 사망자는 1만 3799명으로 2018년 대비 129명(0.9%) 늘었다.  미국인도 매 11분마다 한 명씩 고의적 자해로 사망한다. 하루 132명, 연간 4만 8000명 이상이다.

자살에 대한 유전적 연구는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 SPLASH

미국 유타 보건대학 헌츠먼 정신 건강 연구소(Huntsman Mental Health Institute) 연구원들은 이러한 사망에 역할을 할 수 있는 20개 이상의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자살로 인한 사망에 대한 가장 많은 표본을 동원한 연구로서, 게놈 차원의 종합적인 첫 번째 분석 연구이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에서 또한 조울증, 정신분열증,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 자살과 관련된 정신 질환과 행동과의 중요한 유전적 상호 연관성을 발견했다.

연구원들은 이 연구가 자살 사망이 부분적으로 유전될 수 있으며, 환경과는 무관하게 가족 안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원들은 이러한 유전적 위험 요인을 파악하면, 잠재적인 자살 위험에 빠지기 쉬운 사람을 예측해서 이를 방지하는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는 더 나은 방법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의 주 저자인 안나 R 도처티(Anna R. Docherty) 교수는 “이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전체 게놈을 사용하여 연구실에서 환자-대조군 상태를 예측하는 자살에 대한 유전적 위험 점수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스트레스, 외로움, 재정적 압박,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그리고 다른 환경 문제들이 자살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다른 요소들이 개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자살의 유전적 요인은 45~55%” 주장도

이 연구의 공동저자이자 자살예방 전문 소아정신과 교수인 더글러스 그레이(Douglas Gray)는 “자살 위험의 45%에서 55%는 유전적인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매우 놀란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보통 실직하거나 무력감을 느끼거나 사랑의 실패를 맛보면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랑의 실패가 원인이었다면 “우리 모두 죽었을 것”이라고 그레이 교수는 말했다.

앞서 유타보건대학 연구팀은 고위험군 43명을 대상으로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자살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는 유전자 변형 4개를 확인했다. 그러나 다른 많은 유전적 자살 연구와 마찬가지로 그 연구는 인간 게놈의 특정 유전적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도처티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는 자살에 잠재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유전자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그림을 얻기 위해 컴퓨터 기술을 사용하여 유타주 의료 검사국으로부터 얻은 3413개의 샘플에서 수백만 개의 DNA 변형을 분석하였다. 자살로 사망한 이들 대상자 중에는 자살한 가족력이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이는 자살 사망 표본 중 세계 최대 규모로, 이전 유전자 연구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것이다. 이 샘플들은 자살로 죽지 않은 조상을 가진 1만 4000명 이상의 사람들의 DNA와 비교되었다. 그들은 또한 정신 건강 상태에 대한 의료 기록을 조사했다.

전장유전체 연관성 분석(GWAS Genome-wide association study)을 이용해 연구자들은 SNPs로 알려진 유전자 변형을 분석했다. 이 수백만 개의 SNP는 4개의 염색체에 위치한 자살 사망 위험의 증가와 관련이 있는 22개의 유전자를 식별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연구팀은 이어 수백만 개의 SNP를 하나의 공식으로 계산해서 점수화했다. 도처티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개인의 자살에 대한 생물학적 위험을 계량화하는 첫 번째 단계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정신의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실렸다.

유전자에 대한 새로운 분석으로 자살 위험을 수치화하는 시도를 가능하게 한다. ©NIH

과학자들은 또 자살로 사망한 사람들이 그들의 의료 기록에서 볼 수 없는 조건들에 대한 위험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다른 요인들도 검토했다. 그랬더니 자살로 사망한 사람들은 충동성, 정신분열증, 그리고 주요 우울증에 대한 유전적 위험이 상당히 높았다. 이것은 자살 사망에 대한 중대한 위험 요소였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유전학은 자살로 죽음에 기여할 수 있는 많은 요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그레이 교수는 “자살로 인한 죽음은 일반적으로 연쇄적인 사건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치료되지 않았거나 덜 치료받은 정신질환, 약물 남용, 뇌질환, 총기 가용성, 이별의 상처와 같은 최종적인 스트레스 요인이 결합되어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유럽 출신 사망자 대상 조사 한계 

이러한 연구에는 항상 한계가 뒤따른다. 이번 연구의 경우 샘플의 대부분이 북유럽 출신이라는 점이다. 모든 샘플이 각 개인의 정신 건강 진단의 유무를 명확히 하는데 필요한 의료 기록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자료 누락은 국가 밖의 관리, 보험 부족, 문화적인 요인 또는 오명 등으로 인한 진단의 부재를 의미할 수 있다.

연구팀은 멕시코와 아메리카 원주민 조상을 포함한 더 많고 다양한 자살 사망 연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같은 일련의 연구들은 자살과 관련된 위험 요소들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도와줄 것으로 기대된다.

도처티 교수는 “사람들이 고혈압이나 심혈관 질환 같은 가족력에 대해서도 더 많이 배우고 이야기를 나누듯이, 자살한 전력이 있는 가족들도 위험 요소와 보호 요인에 대한 토론을 활발하게 해서 효과적으로 예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907)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