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부르는 우울증, 장마철 특히 심해

두뇌의 지휘자 세로토닌과 우울증의 관계

한 끼의 식사를 하는 동안, 학생들이 한 수업을 듣는 동안의 시간에 한 명의 사람이 스스로의 목숨을 버린다.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이야기다. 지난 2009년의 통계에 따르면 한 해 동안 14,579명이 자살로 목숨을 잃었다. 하루에 약 40명, 36분에 한 명꼴로 자살을 한다는 것이다.

199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자살로 사망한 인구는 약 8만4천명이다. 약간의 변동은 있었지만 1999년 이후로 자살률은 전체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10년간 2배나 증가했다. 또한 당시 기준으로 사망원인 중 자살이 3위를 차지했다. 지난 4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펴낸 2010 보건의료 통계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률은 OECD회원국의 평균보다 무려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가 다르게 뉴스엔 성별, 나이, 직업 여하를 불문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의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몇 년 간만해도 유명 연예인, 방송인의 자살이나 명문대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 등으로 세간이 떠들썩해졌던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그 밖에도 군대 내, 독거노인, 청소년 등의 자살 문제도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자살자의 70~80%는 우울증 환자

자살에 관련된 여러 통계에 따르면 자살을 하는 사람들의 70~80% 정도가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우울증 환자들의 약 20%는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기존의 연구 자료를 근거로 국내 우울증의 질병 부담과 치료현황을 분석 한 결과, 전 국민의 약 5%는 우울증을 앓은 경험이 있으며 2.5% 정도의 인구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추정된다.

이렇게 자살로 목숨을 잃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서 하나뿐인 인생을 앗아가게 하는 주범인 우울증의 원인은 무엇일까. 물론 개별적으로 구체적인 원인은 모두 다를 것이다. 개인적인 어려움이나 대인관계의 갈등, 사회구조상의 불리함이나 과도한 학업스트레스 등 수많은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우울증을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을 수도 있다. 환경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예방과 대처 및 치료가 쉬운 것도 아니다.

우울증과 세로토닌

그러나 적어도 인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통해서는 우울증 및 자살 충동의 발생과 연관된 공통적인 요소를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다. 세로토닌은 뇌의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로, 뇌에서 일어나는 정신활동과 호르몬 분비 등에 영향을 끼쳐 뇌기능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세로토닌은 ‘두뇌의 지휘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세로토닌의 분비량이 적절하면 상쾌하고 평온한 기분을 갖게 해 주며 잡념이나 불안감 등을 줄여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키기도 하기 때문에 ‘행복 호르몬’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세로토닌의 대사에 이상이 발생한다면 행복과는 반대되는 현상들이 나타난다.

세로토닌의 분비가 저하되면 그의 기능인 뇌의 조율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에 아드레날린, 엔도르핀 등의 호르몬들의 분비를 적절히 조절할 수 없게 되며 이것이 심해지면 각종 정신질환으로 나타날 수 있다. 쉽게 화를 내거나 우울감을 느낄 수 있으며 이것이 충동적인 범죄, 우울증, 공황장애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세로토닌의 결핍은 우울감 외에도 충동성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자살 충동을 느끼게 해 결국 우울증을 자살로 이어지게 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실제로 우울증 환자들에게선 이러한 세로토닌 대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울증을 치료법 중 상담을 통한 정신적 치료와 함께 세로토닌을 투여하는 약물치료를 사용하기도 한다.

장마철 우울증 발생하는 이유는?

▲ 비오는 날은 쉽게 울적해진다.

세로토닌 결핍이 불러오는 이러한 증상들은 요즘과 같은 장마철에 쉽게 느낄 수 있다. 햇빛은 세로토닌 분비를 돕는 역할을 하는데, 반대로 햇볕을 쬐는 양이 적어지면 세로토닌의 분비도 적어지게 된다. 세로토닌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이 필요하다. 이것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일부가 세로토닌으로 분해되는데 그 과정에 햇빛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조량이 적어졌을 때 인체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이 또 있다. 바로 멜라토닌인데, 이는 세로토닌과 반대로 어두워졌을 때 분비량이 증가한다. 멜라토닌은 천연 수면제라고도 부른다. 수면 욕구를 들게 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헌데 일조량이 적어지는 흐린 날엔 낮 시간에도 멜라토닌이 분비되고 이에 따라 몽롱함과 나른함이 더해져 우울감을 느끼기 쉬운 것이다.

이에 비가 오는 날은 쉽게 울적해진다. 장마철의 경우 이런 날이 연일 계속되기 때문에 ‘장마철 우울증’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신체의 호르몬 작용 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없더라도 쉽게 우울증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평소에 우울증세가 있던 사람들에겐 더욱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빗소리도 우울감과 관계가 있다. 주변을 가득히 채운 빗소리는 평소 주위 환경으로부터 나는 여러 소리들을 차단하게 되고 이 때문에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 이에 외로움과 쓸쓸함과 같은 느낌이 강조되는 것이다. 특히 요즘엔 길어진 장마철과 이에 이어 발생하는 태풍 등으로 우울증이 발생하기 쉬운 때이기도 한 만큼, 정신건강의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자살 부르는 우울증, 예방과 치료 절실

▲ 스트레스는 세로토닌 대사에 이상을 주는 큰 원인이다.

이처럼 체내 호르몬 분비와 관련이 있는 우울증은 단순한 개인의 환경적인 문제이거나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인간의 기분 탓으로 볼 수 없다. 엄연히 치료가 필요한 질병인 것이다. 그것도 끝내 자살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는 무서운 병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우울증 치료에 대해 소극적이다. 어쩌면 이와 같은 인식이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기분 좋지 않은 기록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조사에서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 중 지속적인 치료를 받는 사람은 약 15%에 불과하다는 것이 나타났다.

이는 여전히 ‘정신과치료’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적문제도 있지만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개인적인 문제도 있다. 우울증을 앓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우울증인지를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왠지 모를 무기력감이 들거나 짜증이 많아지는 것 등을 단순히 기분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우울증의 증상이 될 수 있다.

특히나 극심한 경쟁 구도를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 특성 상, 과도한 스트레스와 신체적 피로 등이 우울증을 불러오기 쉽다. 우울증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으로 언급한 세로토닌은 심신이 안정됐을 때, 규칙적인 리듬운동을 통해 분비가 촉진되기도 하기 때문에 일조량의 감소 외에도 스트레스, 불규칙적인 생활 등이 세로토닌 분비를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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