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 없이 인쇄하는 종이 대용품

중국 산동대학 연구팀 "수십번 재사용"

인류의 문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여러 가지 발명품 중 하나로 반드시 들어가야 할 것은 아마도 종이일 것이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종이를 발명한 사람은 중국 후한의 채륜으로 알려져 있다. 채륜(蔡倫)은 105년 나무껍질 · 마 · 넝마 · 어망 등을 원료로 종이 제조법을 발명했다. 종이의 발명으로 지식 전파가 급속히 빨라지면서 문화와 문명이 발전했다.

그 종이가 과연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을까?

산동대학 연구팀이 잉크없이 인쇄한 문양 ⓒ Science magazine

산동대학 연구팀이 잉크없이 인쇄한 문양 ⓒ Science magazine

중국 산동성(山東省) 성도인 제남(濟南)시 산동대학 연구팀은 종이같이 생겼으면서도, 잉크를 쓰지 않고 수십 차례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매개물(media)를 개발했다.

사이언스 등 과학전문 잡지는 과학전문저널인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를 인용, 산동대학 화학공학과의 다이롱 첸(Dairong Chen), 팅 왕(Ting Wang)등 연구팀이 이 같은 종이 대체물을 개발했다고 7일 보도했다.

현재의 종이를 대체할 수단이 될지 모른다

종이를 대체할 얇은 막은 산화텅스텐(tungsten oxide)과 물에 녹는 고분자(polymer)의 하나인 폴리비닐 피롤리돈 (Polyvinyl pyrrolidone, PVP)을 섞어서 만들어졌다. 이 막에 자외선(UV)과 열을 조절해서 쪼이면 다양한 칼라가 새겨진다. 아무 색깔이 없는 텅스텐산화물 막이 푸른 색으로 변색돼 마치 인쇄한 것 같은 효과를 낸다. 이렇게 색을 내는데 들어가는 시간은 불과 몇 초이다.

이번에 산동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것은 지금까지 발표된 유사한 사례에 비해서 훨씬 속도가 빠르다. 이렇게 인쇄된 글자나 무늬는 산소에 노출되면 자연스럽게 색이 없어지지만, 상온에서는 며칠 동안 잘 유지가 된다. 게다가 산화텅스텐 막은 오존이나 열에 노출되면 약 30분 만에 색깔이 지워지므로 40번 넘게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사용이 간단하고 빠르며 기존의 검증된 기술을 활용한 것이므로 상업화에 큰 장애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산화텅스텐 막은 산업현장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고, 자외선 램프는 음식 살균에 다양하게 사용되는 것이다.

잉크를 쓰지 않으며 재사용이 가능한 이 획기적인 매체는 현재의 종이를 대체할 수단이 될지 모른다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종이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종이도, 잉크도 필요 없고 40회 정도 재사용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많은 혜택이 돌아올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종이를 만들기 위해 숲을 베지 않아도 되고, 이면지로 사용한다고 해도 2번 정도 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종이에 비해 경제성이 매우 높아진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종이폐기물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며, 종이를 재사용하기 위한 시설도 필요하지 않다.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이 2014년에 공개한 잉크없는 인쇄물 ⓒ Nature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이 2014년에 공개한 잉크없는 인쇄물 ⓒ Nature

종이를 처음 발명한 중국답게, 빛을 이용해서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종이대용품은 2014년에도 중국 과학자들이 발표한 적이 있다.

2014년 12월 과학전문 저널인 네이처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화학과의 야동 인(Yadong Yin)등 5명의 연구팀이 잉크와 종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여러 번 재사용이 가능한 종이대용품을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산화티타늄의 광촉매반응(photocatalytic reaction)을 이용하고, 산화환원 염색(redox dyes)를 이용했다.

종이대용으로 사용한 물질은 다르지만, 이 연구팀 역시 자외선을 쬐어 글자를 새겨 넣는데 성공했으며, 인쇄품질의 급격한 손상 없이 20회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발표했었다.

야동 인 연구팀은 2009년에도 과학저널 ‘Advanced Materials’에 종이 대용품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야동 인 연구팀은 당시에는 습기를 잘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는 소금을 잉크 대용물로 사용했다.

종이 대체물 연구 국제경쟁 치열

이외에도 여러 연구팀이 각국에서 유사한 연구를 해 왔다. 한 연구팀은 발색단(빛깔을 생기게 하는 원자단)의 광이성화(photoisomerization)에 바탕을 둔 염색 방식을 이용해서 유사한 결과를 낸 적도 있다.

종이 대용품을 연구하고 저널을 발표한 연구팀은 홍콩을 비롯해서 일본 등 매우 다양하다. 영국 글래스고우 대학의 스트래스클라이드(Strathclyde) 대학 응용화학과도 이미 2000년대 초에 자외선을 이용해서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표시장치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인쇄상태가 수 시간 정도만 나타나는 단점이 있었다. 염색의 독성이 문제가 되기도 했으며, 복잡한 화합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 경제성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를 사용하지 않으며,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종이 대용품의 개발은 많은 과학자들의 중요한 연구과제로 떠올라 국제적으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종이를 대체할 경우 생길 막대한 경제적인 효과와 산업적인 파장을 기대하면서, 전 세계에서 종이대용품 연구가 매우 활발하기 때문에 미래에는 종이가 사라지거나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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