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성은 불안정한 상태를 말하거나, 헛된 일을 꾸미는 것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모래시계는 끝이 정해진 위기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어쩌다가 부정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표현에 모래가 등장했는지 모르지만, 모래 입장에서 보면 이 보다 억울한 누명은 없을 것 같다. 모래 없이 현대 문명이 어떻게 세워질 수 있느냐는 말이다.
멀리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대부분의 건물은 콘크리트로 지어졌다. 콘크리트는 모래 없이는 안된다. 이동하는 도로 건설에는 고운 모래, 거친 모래가 무척 많이 들어간다.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유리의 원료도 모래고, 수많은 각종 반도체칩의 재료도 고순도 모래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전 세계가 오일쇼크에 빠지지 않은 절대적인 원인 역시 모래 때문이다. 미국이 셰일가스를 저렴하게 생산하는 수압파쇄기술 역시 모래 때문에 가능해졌다. 모래가 없었다면 석유가격은 여전히 중동의 석유 수출 국가들의 카르텔에 휘둘렸을 것이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00원은 훌쩍 넘었을 것이 분명하다.
디지털 혁명은 모래 덕분에 가능
건물을 지을 때 들어가는 콘크리트의 규모나, 점점 늘어나는 고속도로의 길이, 컴퓨터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의 숫자를 생각한다면 인간이 세운 ‘모래성’이 얼마나 단단하게 세워졌는지 바로 이해가 될 것이다.
‘모래가 만든 세계’ (The World in a Grain)는 21세기 모래 문명의 실체를 밝혀주는 책이다. 눈에 안 보이는 곳에서 모래가 얼마나 문명을 뒤바꿨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작가인 빈스 베이저 (Vince Beiser)는 모래로 건설한 고속도로가 얼마나 미국인의 생활을 바꿨는지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미국 고속도로는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에 크게 확대되기 시작했다.
독일이 2차 대전에서 승승장구한 이유 중 하나가 아우토반이라고 생각한 아이젠하워는 대통령이 되면서 50개 주를 연결하는 ‘주간방위고속도로’ (National System of Interstate and Defense Highways) 건설법안을 1956년에 통과시켰다. 최고 속도 110km, 차선폭 365cm로 규정했다. 1972년에 완성되리라고 생각한 주간고속도로는 실제로는 20년 늦게 1991년 완공될 만큼 미국 전체를 연결하는 엄청나게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이 야심적인 계획을 본 박정희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도 비교적 이른 시기에 고속도로 건설을 시작했다고 한다.
미국 전역을 묶는 고속도로 건설은 안전한 운행을 촉진하면서 1억 6000만 km 주행 당 사망자 발생률은 0.8로 전국 평균보다 절반으로 낮아진다. 물론 주민들이 살기 좋은 교외로 빠져나가면서 도심 공동화에 슬럼화가 발생했다.
고속도로를 통과하지 않는 소도시를 황폐화시키고 고속도로 옆에 난 대규모 쇼핑 단지로 몰리는 데서 불가피하게 작은 상점을 순식간에 질식시켰다. 1957년 미국의 개인 수영장은 4000개였지만 고속도로 건설이 본격 진행되면서 이듬해 20만 개로, 지금은 800만 개 이상으로 늘었다.
모래는 유리의 기본 원료이기도 하다. 수천 년 동안 사치품이던 유리는, 기계로 유리병을 만드는 기술이 보급되면서 흔하고 값싼 기본 소재로 바뀐다. 유리병 제조기술이 가져온 변화는 역시 사치품인 설탕의 값싼 대량 제조기술이 나타나면서 식생활에 몰아닥친 변화와 유사하다.
반도체 산업이 모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디지털 혁명은 모래 혁명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실리콘밸리를 일으킨 윌리엄 쇼클리로부터 그의 제자들이 세운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를 거쳐 인텔에 이르는 계보를 잠깐 언급한다. 반도체에 사용되는 모래는 건설용 모래보다 순도가 높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래임은 변함이 없다.
셰일가스 생산 공정에도 필수
셰일가스 채굴 공정에서 모래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은 조금 새롭다. 지하 셰일 바위층에 스며 들어간 석유를 채굴하려면 물과 모래가 혼합된 특수용액을 지하에서 가로방향으로 뚫고 들어가야 한다.
이때 사용되는 모래는 석영 함유량이 높아 고압에 견디면서도 기름이 잘 흘러나오도록 둥글어야 한다. 위스콘신 주 중부와 서부에 매장된 모래가 바로 이 조건을 충족한다. 2016년 이런 실리카 모래의 미국 연간 총생산량은 9200만 톤으로 이중 75%는 셰일가스 생산에 들어가고, 유리 제작에는 겨우 7%만 쓰인다.
콘크리트가 없었다면 상하이나 두바이가 그렇게 빠른 속도로 대규모 건물을 지어 국제적인 도시로 순식간에 우뚝 설 수 없었을 것이다.
모래 덕분에 인간은 도시를 건설하고, 도로를 포장하고, 유리를 이용한 망원경과 현미경으로 우주를 탐사하고 원자를 관찰했다. 인터넷이나 디지털 혁명의 근간 역시 모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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