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폐’, 기후변화로 ‘탄소 시한폭탄’ 될 우려 높아

[세계는 지금] 국제연구진, 세계 최대 이탄지역에서 5,000년 전 탄소 배출 증거 찾아

▲ 중앙아프리카 콩고에 있는 세계 최대 이탄지의 모습. ⓒKemal Jufri/Greenpeace

중앙아프리카 콩고에는 거대한 이탄지가 있다. 이탄지는 나뭇가지, 잎 등 식물 잔해가 수천 년에 걸쳐 퇴적(이탄)되면서 형성된 지역이다. 멸종 위기종을 비롯해 다양한 생물들이 이탄지를 서식지로 삼고 있다. 또한, 이탄지는 일반 토양보다 탄소를 10배 이상 저장할 수 있어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탄지를 ‘인류의 폐’라고 불리는 이유다.

인류의 폐가 기후변화로 인해 ‘탄소 시한폭탄’이 될 상황에 놓였다. 건강한 이탄지대는 식물 성장을 통해 대기에서 탄소를 제거하는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한다. 하지만 기후가 건조해져 이탄지의 물이 마르면, 오래된 이탄이 공기에 노출되며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 이탄이 축적되는 데는 수천 년이 걸렸지만, 파괴는 단 몇 주 만에 이뤄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인류가 3년 동안 화석 연료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양과 맞먹는 탄소가 배출될 수 있다. 최근, 영국 연구진은 콩고 지역의 고기후를 복원해본 결과, 이미 5,000여 년 전 과거에 이탄지가 탄소를 저장하지 않고, 배출했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모습을 드러낸 콩고의 이탄지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콩고 습지는 열대우림으로만 구성됐다고 알려졌다. 2000년대 초반이 되어서야 위성 관측을 통해 나무 아래 땅이 물로 덮여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2년 이곳으로 조사를 떠난 영국과 콩고 공동연구진은 위성데이터 분석 및 현장조사를 통해 콩고 습지 지역에서 30여 개의 이탄지를 발견하고, 분석을 종합한 연구결과를 2017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 연구진이 콩고의 이탄지에서 이탄 샘플을 채취하여 분석하고 있다. ⓒMélanie Guardiola/CEREGE

연구진은 3년에 걸쳐 콩고 습지 전 지역을 탐험한 결과 ‘이탄지 지도’를 그려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콩고의 이탄지가 우리나라보다 약 1.5배 더 넓은 14만5,500㎡의 면적에 걸쳐 있음을 확인했다. 이탄지 면적은 전체 콩고 분지 면적의 4%에 불과하지만, 나머지 96%의 면적에 서식하는 나무에 저장된 것과 동일한 양의 탄소를 땅속에 저장한다. 이탄 샘플을 채취하여 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이곳 지역이 전 세계가 3년 동안 화석 연료를 사용했을 때 배출되는 양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연구를 이끈 사이먼 루이스 영국 리즈대 교수는 “‘이탄지 지도’를 구축해 확인한 결과, 콩고 이탄지의 면적이 이전 추정보다 16배 더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곳에는 미국이 20년 동안 화석연료 사용에 의해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 탄소의 양이 저장돼 있다”고 말했다.

이후 연구진은 지난 8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콩고 이탄지에 관한 추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콩고 이탄지의 평균 수심은 2.4m고 깊은 곳은 아파트 2층 높이와 유사한 5.9m에 달한다. 총 16만 7,600㎡의 면적에는 약 300억 t의 탄소가 저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탄소 시한폭탄’이었던 전적 있어

이탄지는 최근 뜨거운 감자다. 2020년엔 인도네시아 정부가 서울 면적 2.7배의 땅을 논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고, 지난 7월에는 콩고 정부가 이탄지가 포함된 땅을 석유‧가스 개발을 목적으로 경매로 내놨다.

식물은 호기성 미생물에 의해 분해될 때 저장하고 있던 탄소를 배출한다. 이탄지는 물에 잠겨있는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미생물에 의한 분해가 일어나지 않는다. 전 세계 이탄지의 면적은 지구 지표면의 3%에 불과한데, 이곳에는 550억Gt(기가톤)에 달하는 탄소가 저장돼 있다. 이탄지가 1년에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만 0.37Gt 정도다. 하지만 개발 등을 이유로 이탄이 공기 중에 노출되면 이탄지는 ‘탄소 저장고’가 아닌 ‘탄소 공급원’이 된다.

설상가상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탄지가 건조해지면, 품고 있던 탄소를 다량 방출하는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도 있다. 루이스 교수팀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은 지난 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이미 콩고의 이탄지는 탄소 시한폭탄이었던 적이 있다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 연구진이 분석한 콩고 지역 이탄지의 지도와 분석한 지역별 방사성 탄소 연대기. 7,500년 전~2,000년 전에 걸쳐 건조해진 기후로 이해 이탄지의 이탄이 추가로 축적되지 않은 기간이 있었다. 연구진을 이를 ‘유령 기간(Ghost Interval)’이라 명명했다. ⓒNature

연구진은 콩고 이탄지에서 시추한 이탄 샘플 분석을 통해 이탄이 형성되기 시작한 1만7,500년 전부터 현재까지 콩고 분지의 식생과 강우량에 대한 데이터를 복원했다. 그 결과, 7,500년 전~2,000년 전 이탄이 추가로 축적되지 않은 시기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기간을 ‘유령 기간(Ghost Interval)’이라 명명했다.

5,000년 전 콩고는 극심하게 건조한 기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심할 때엔 연간 강수량이 800㎜ 가량 감소했다. 이탄지의 수면은 낮아졌고, 오래된 이탄층이 공기 중에 노출되어 분해되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이때 최소 2m 두께의 이탄이 손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건조한 기후로 인해 이탄지는 거대한 탄소 공급원으로 바뀌었다. 이후 이탄지는 점진적으로 기후가 다시 습해지면서 탄소 배출을 중단하고, 탄소를 제거하는 상태로 되돌아갔다.

▲ 2018년 연구진이 콩고 이탄지에서 이탄 샘플을 채취하고 있는 모습. ⓒKevin McElvaney/Greenpeace

연구진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콩고 지역에 가뭄이 발생하면, 이 역사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대 300억t의 탄소가 이탄습지에서 이산화탄소 형태로 대기 중으로 방출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루이스 교수는 “콩고 분지의 건기가 길어지고 있다는 증거가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 연구진은 역사적으로 이탄지가 엄청난 양의 탄소를 대기로 방출한 전적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기후변화로 이탄지가 임계치 이상으로 건조해지면, ‘인류의 폐’는 더 이상 인류를 보호하지 않고 인류를 위기로 내모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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