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실제 필요한 에너지는 얼마인가?

기후 변화 완화와 빈곤 퇴치 위한 연구 결과 발표

2019.11.19 10:14 김병희 객원기자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두 가지 기본 목표는 빈곤을 퇴치하고 기후 변화를 줄이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요한 한 가지 사항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절충(trade-offs)이 필요한지를 세계인이 아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의 환경과 경제, 기술, 사회 변화에 관한 주요 주제를 연구하는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가 새로운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기초 자료를 제공했다.

여기에는 인간의 기본 욕구를 자원 사용과 직접 연관시키는데 필요한 도구들도 포함돼 있다.

연구자들은 수년간에 걸쳐 사회가 실제로 모든 사람들의 가장 기초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가를 놓고 씨름해 왔다.

기후 변화에 따라 가뭄이 잦아지며 세계적으로 산불도 늘고 있다. 남캘리포니아 야산 화재현장에서 소방 헬리콥터가 물과 화학물질을 뿌리고 있는 모습.   Credit: Wikimedia / Andrea Booher

기후 변화에 따라 가뭄이 잦아지며 세계적으로 산불도 늘고 있다. 남캘리포니아 야산 화재현장에서 소방 헬리콥터가 물과 화학물질을 뿌리고 있는 모습. ⓒ Wikimedia / Andrea Booher

그러나 기후 안정화를 위한 지구적 시나리오가 특히 개발도상국들의 에너지 수요 증가를 강력하게 억제해야 한다고 상정함에 따라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일은 중요성을 더해 가고 있다.

IIASA 연구진은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 18일 자에 발표한 연구에서 모든 사람들의 가장 기본적인 인간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기후 변화 안정화에 실제로 방해가 되는지의 여부를 알아내려고 시도했다.

빈곤 퇴치 위한 에너지 요구량 분리

논문 제1저자인 나라심하 라오(Narasimha Rao) IIASA 에너지 프로그램 연구원 겸 미국 예일대 삼림 및 환경 연구대 조교수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경제 개발과 기후 완화가 양립할 수 없다고 걱정해 왔다”며, “수십억의 인구를 빈곤으로부터 구제하는데 필요한 경제성장은 기후 안정화에 요구되는 ‘총 배출량의 제로 감축’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라오 교수는 “그러나 지금까지 연구 공동체에서는 여러 나라의 전체 에너지 수요 증가에서 빈곤 퇴치를 위한 에너지 요구량을 분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했고, 그 상태로 개발도상국에서의 엄청난 불공평과 지속 불가능한 소비 패턴이 방치돼 왔다”고 설명했다.

케냐 다다브의 빈민 캠프 의료실에 입원해 있는 영양 실조 어린이를 엄마가 안고 있는 모습.  Credit: Wikimedia / Oxfam East Africa

케냐 다다브의 빈민 캠프 의료실에 입원해 있는 영양실조 어린이를 엄마가 안고 있는 모습. ⓒ Wikimedia / Oxfam East Africa

연구팀은 브라질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3개 개발도상국을 선정해 각 나라에서 기본적인 인간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물질적 요구 사항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리고 이런 기본 욕구 충족에 필요한 에너지 자원이 각국의 서로 다른 기후나 문화 등의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도 알고자 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경제 성장보다는 기본 사회서비스에 필요한 에너지 수요를 계산해 내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 풍요를 향한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로부터 빈곤 퇴치를 위한 에너지를 분리할 수 있었다.

‘괜찮은 생활수준’ 유지에 에너지 소요 많지 않아

연구 결과, 선정된 국가의 모든 사람들에게 괜찮은(decent) 생활수준을 제공하기 위한 에너지 요구량은 현재의 국가 에너지 사용량보다 훨씬 낮고, 1인당 세계 평균 에너지 사용량보다도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과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에너지는 물리적인 인프라와 교통 및 건물 신축보다 훨씬 적었다. 더욱이 이런 에너지 요구량은 각국이 광범위하고 저렴한 대중교통을 제공하고 빌딩 건축에 현지 자재를 사용한다면 더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홀름비 힐스의 풍요로운 저택들과, 스키드 로우 지역의 노숙인 텐트가 빈부 격차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Credit: Wikimedia / Atwater Village Newbie / Russ Allison Loar

미국 로스앤젤레스 홀름비 힐스의 풍요로운 저택들과, 스키드 로우 지역의 노숙인 텐트가 빈부 격차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 Wikimedia / Atwater Village Newbie / Russ Allison Loar

라오 교수는 “우리는 최소한의 괜찮은 생활수준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에너지 요구량이 인도와 같이 생활수준의 격차가 큰 나라에서조차도 그리 크지 않았다”며, “건강과 영양 및 교육과 관련된 가장 필수적인 인간적 욕구가 에너지 측면에서 저렴하다는 것도 놀라움 중의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물질적 박탈 측면에서 빈곤을 측정하는 것이 세계은행의 소득 빈곤에 대한 정의를 훨씬 능가한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풍요가 인간적 기본 요구보다 더 많은 에너지 수요를 유발하며, 이들 국가에서 정부가 비록 빈곤 퇴치를 우선시하더라도 미래 에너지 증가의 상당 부분은 중산층과 풍요를 누리는 상위층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개발도상국들에서 생활양식이 어떻게 발전하는지에 대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후변화 완화하면서 복지 개선할 수 있는 길

연구팀은 개발도상국들이 똑같은 인간 개발 목표를 가지고 있어도 요구 자원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를 들면 브라질은 자동차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이동을 위한 에너지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개발도상국들은 이런 차이 때문에 시민들의 삶의 질을 기초 수준 이상으로 높이는데 따르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서로 다른 비용과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연구팀은 보고 있다.

브라질 사웅파울루 도로의 교통 체증. 브라질은 자동차 의존도가 높아 교통 체증도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에너지를 줄이고 기후 변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다.  Credit: Wikimedia / Mario Roberto Duran Ortiz Mariordo

브라질 상파울루 도로의 교통 체증. 브라질은 자동차 의존도가 높아 교통 체증도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에너지를 줄이고 기후 변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다. ⓒ Wikimedia / Mario Roberto Duran Ortiz Mariordo

파리기후협약에서 정한 미래의 약속들은 각국이 자신들의 몫이 비교 가능하고 공정하다고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 이런 차이점들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라오 교수는 “빈곤 퇴치가 기후를 안정화시키는데 방해가 될 필요는 없다”며, “우리 연구는 소득만이 아닌 여러 차원에서 사회 발전을 측정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개발도상국에서 성장의 분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 복지를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정책입안자들은 대중교통과, 에너지 절약형 및 현지 자재를 사용한 건축 투자에 특히 주의를 기울이는 한편, 지속 가능한 식이와 식품 시스템을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통찰력은 파리기후협약 아래에서 현재 진행되는 협상들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며, 각국은 이를 참고로 해야 할 일을 점검해 보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행동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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