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인류가 만든 물체가 혜성과 처음 충돌하다

[별들의 후손이 들려주는 천문학 이야기] NASA의 디스커버리 프로그램(8) 딥 임팩트

현재까지의 수많은 우주 탐사선 프로젝트 중에 가장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았던 프로젝트 중 하나는 딥 임팩트(Deep Impact) 프로젝트다.

1998년 개봉된 SF 재난 영화 딥 임팩트의 영향 탓인지, 위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서 비중 있게 보도되었으며 탐사선이 혜성에 충돌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논쟁의 대상이 되곤 했다. 충돌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 대한 긴장감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과학자들의 결과 예측에 관한 다양한 의견도 관심거리였다.

딥 임팩트 프로젝트는 1996년 처음 제안되었지만, 당시에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은 혜성에 물질을 충돌시키는 실험에 관해서 상당히 회의적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에 관한 계획이 계속 지연되었지만 ‘더 빠르고, 더 뛰어나며, 더 저렴하게’를 지향하는 디스커버리 프로젝트의 여덟 번째 프로젝트로 선정되면서 재빠르게 추진되기 시작하였다.

영화 딥 임팩트에서 영감을 받아서 명명되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NASA의 과학자들은 영화와는 무관한 명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딥 임팩트 프로젝트는 영화의 내용과 비슷하게 혜성과의 충돌을 다루는 프로젝트이다.

딥 임팩트 프로젝트의 상상도 ©NASA/JPL/University of Maryland

딥 임팩트의 주 임무는 혜성 템펠 1(9P/템펠)의 내부 조성과 구조를 연구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다른 프로젝트처럼 목표 천체를 근접 통과하거나 궤도를 돌지 않고 직접적으로 충돌기를 혜성으로 낙하시켜서 충돌 시킨 후 혜성의 핵으로부터 물질을 분출 시켜서 핵을 이루고 있는 물질을 조사하였다.

스타더스트 프로젝트가 예상외로 선전하면서 혜성에 관한 의미 있는 사진들을 많이 촬영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외형과 외부 특징만을 연구할 수 있었기에 한정적인 연구만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혜성의 핵을 이루고 있는 구성 물질을 알아낸다면 태양계의 초기 상황을 알 수 있는 힌트를 얻게 될 수 있음은 물론이고 혜성에 관한 형성 과정에도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딥 임팩트 탐사선의 목표였던 혜성 템펠 1은 1867년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처음 독일 천문학자 빌헬름 템펠(Wilhelm Tempel)에 의하여 발견되어 그의 성을 따라서 명명되었다. 슈피처 우주 망원경의 관측에 따르면 길이 약 14km이고 폭은 4km 남짓 되는 혜성이다. 목성과 토성 사이를 지나면서 공전하는 템펠 1 혜성은 현재 목성 중력의 영향으로 공전주기가 약간 짧아져서 5.5년을 주기로 공전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 혜성을 관측하고 연구한 탐사선은 스타더스트와 딥 임팩트 프로젝트로 모두 NASA의 디스커버리 계획의 일환으로 탐구되었다.

딥 임팩트 탐사선은 두 개의 큰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스마트 충돌기(Smart Impactor)’ 라고 불리는 충돌기 부분은 372kg이나 되며 구리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대략 사람 몸집의 절반 정도 되는 크기였다.

반면 ‘근접비행(Flyby)’이라고 불리는 비행탐사선은 템펠 1을 근접 통과하면서 안전한 거리에서 촬영하기 위해서 준비되었다. 충돌기가 혜성의 표면에 도달하기 3.7초 전까지도 혜성 표면의 고해상도 사진을 찍었으며 근접 비행선에 임시로 저장되었다가 전파를 이용해 지구로 보내지곤 했다.

‘충돌구 덩어리(Cratering Mass)’라고 불리는 충돌기 안에 실리는 물건의 하중은 100% 구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100kg의 무게를 자랑한다. 구리로 만들어진 데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었는데, 과학자들은 혜성 핵의 구성물에서 구리가 없으리라고 판단했고 충돌 직후 촬영 시에 다른 방해 요인을 최소한으로 만들기 위해서 시행된 계획이었다. 대략 10.2km/s (3만7000km/h)의 충돌 속도를 지닌 충돌기의 운동에너지는 TNT 4.8톤을 폭발시킬 때의 에너지와 견줄만한 크기였다.

당초 발사 계획은 2004년 말이었으나 발사 전 추가 시뮬레이션의 필요성에 따라서 한 달 정도 연기된 2005년 1월 12일에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발사 직 후 안전 모드에 들어갔으나 곧 정상적인 상태가 되었고 4월 25일 혜성 템펠 1의 첫 사진을 촬영했다. 성공적인 운항을 통해서 혜성 템펠 1에 접근을 마치고 5일간 충돌을 준비를 하면서 상당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충돌기가 혜성에 충돌하기 직전 사람들은 대형 스크린으로 충돌 과정을 시청할 정도로 대중들에도 이미 인기가 상당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5년 7월 4일 6시경 프로젝트의 공동책임자였던 돈 여만스 (Don Yeomans)는 “우리가 원했던 곳에 정확히 명중시켰습니다”라고 밝혔다.

충돌 67초 후 딥임팩트가 촬영한 템펠1 혜성 ©NASA/JPL/University of Maryland

놀라운 점은 충돌에 의해서 뿜어져 나오는 물질들은 예상외로 많은 먼지와 작은 얼음 등이었다는 점이었다. 충돌 후 충격으로 분출돼 나온 먼지와 혜성 물질들이 넓게 분산되기 때문에 밝기가 두 배 정도 밝아졌고, 30분 정도 후에는 5배나 밝아졌다.

충돌 직후 분광기로 원소 분석을 한 결과 결정형 규산염, 점토, 그리고 나트륨 등이 발견되었다. 이에 천문학자들은 위 내부 구성에 따라서 혜성들은 천왕성, 해왕성, 그리고 오르트 구름에서 날아온다고 생각했다.

완벽한 충돌로 큰 화제를 이끈 딥 임팩트 프로젝트의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탐사선으로 인한 혜성 템펠1의 충돌구 사진이 불분명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NASA는 네 번째 디스커버리 프로젝트였던 스타더스트 탐사선의 확장 임무로 새로운 템펠 1탐사 계획(NExT, New Exploration of Tempel 1)을 세웠고 넥스트로 새로이 명명된 탐사선은 2011년 2월 15일 템펠 1 혜성에서 약 200 km 떨어진 곳을 지나게 되었다.

딥 임팩트가 촬영한 충돌 전의 모습과 넥스트가 촬영한 충돌 후의 충돌구를 자세히 관찰함으로써 혜성이 태양에 가까워지면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다. 넥스트 탐사선의 관측을 통해 딥 임팩트 충돌기로 인한 충돌 지점엔 직경 150미터 정도의 크레이터가 형성되었음을 확인했다.

‘Before and after’ 충돌 전 후 분화구의 모습 촬영. 각각 딥 임팩트(왼쪽)와 스타더스트(오른쪽)가 촬영 ©NASA/JPL/University of Maryland

발사 후 대략 6개월 만에 템펠1 혜성과의 충돌을 완벽하게 성공하며 탐사선의 주 임무는 마무리되었다. 가동에 전혀 문제가 없던 딥 임팩트 탐사선은 충돌기 분리 후 남은 모탐사선만으로 지름 800m 정도의 하틀리2 혜성(Comet Hartley 2,103P/Hartley) 에 접근하여 탐사를 진행하는 확장 임무를 맡게 되었다.

당초 계획은 혜성 85B/뵈틴 (Boethin) 의 탐사였으나 혜성이 너무 희미해져서 정확한 위치를 찾기가 힘들었고 계획을 수정해서 하틀리2 혜성으로 향하게 되었다. 25억 km의 항해 끝에 대략 885km 거리를 유지하며 하틀리2 혜성에 접근한 딥 임팩트호는 두 개의 망원경과 적외선 분광기를 이용하여 외부 모습을 촬영하고 분석했다.

사진의 분석을 담당한 트래시 왓슨 (Traci Watson) 박사는 마치 ‘땅콩’같이 생긴 핵의 모습과 분출하는 가스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땅콩’같이 생긴 하틀리2 혜성 핵의 모습과 분출하는 가스의 모습 ©NASA/JPL

성공적인 확장 임무를 이어서 혜성 게라드(Garradd C/2009 P1)와 ISON), 혜성 아이손(ISON C/2012 S1)도 관측했는데, 이후 통신이 끊기면서 기나긴 8년 7개월여의 기간 동안 무려 75억8000만km 거리의 여정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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