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거울이자 어린 아기”

[과학의 달 특집] SF 영화제 개최…명작 재상영·토크쇼 열려

조명이 꺼지자 스크린에는 인간을 사랑하게끔 프로그래밍된 로봇이 등장한다. 미소년처럼 생긴 로봇의 이름은 데이비드. 친아들이 불치병에 걸려 절망하던 인간 부부는 치료약이 개발될 때까지 아들을 냉동인간으로 만들고, 대신에 데이비드를 데려와 아들처럼 키운다.

데이비드는 부부의 아들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서서히 인간 사회에 적응해 나간다. 하지만 냉동인간이었던 친아들이 새롭게 개발된 치료약으로 완치가 되자, 부부는 데이비드를 잔인하게 버리고 만다.

SF 영화제의 대표 영화로 상영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

SF 영화제의 대표 영화로 상영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 ⓒ 위키피디아

데이비드는 자신이 인간이라고 생각했던 그 옛날, 부부가 읽어준 피노키오 동화를 떠올리며 진짜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진짜 인간이 되면 잃어버렸던 부부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데이비드는 자신의 장난감이자 친구이며 보호자인 곰 인형을 안고 여행을 떠난다.

이상은 지난 2001년에 개봉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화 A.I.(Artificial Intelligence)의 줄거리다. 이 영화는 ‘2019 대한민국 과학축제’ 프로그램 중 하나인 ‘SF 영화제’의 대표 영화로 선정되어 SF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관객들에게 무료로 상영되었다.

2050년대쯤 신인류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한 이번 SF 영화제는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종로에 위치한 서울극장에서 개최된다. 과거에 상영되었던 SF 명작들의 재 상영을 통해 과학과 영화의 융합이 전해 주는 매력을 다시 한 번 느껴보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20일 상영된 대표 영화 A.I. 관람에 앞서서는 ‘포스트 휴먼, 그 과학적 가능성은?’이라는 주제로 3인이 진행하는 토크쇼가 열렸다. ‘무비수다’라는 이름의 이 토크쇼는 영화 A.I.에서 등장하는 포스트 휴먼의 탄생 가능성을 전문가들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사회를 맡은 김태훈 영화평론가는 토론자인 박상준 한국 SF 협회 대표와 송민령 KAIST 뇌과학과 연구원에게 “포스트 휴먼의 탄생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토크쇼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3인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인 '무비수다'

3인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인 ‘무비수다’ ⓒ 김준래/ScienceTimes

현역 SF 작가이기도 한 박 대표는 “포스트 휴먼의 탄생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측하면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Here)’라는 말로 유명해진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의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커즈와일 박사가 언급한 특이점은 ‘기술이 인간을 넘어 새로운 문명을 낳는 시점’을 가리킨다. 그는 “2050년대쯤이 되면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이 인간과 결합하여 능력의 한계를 파악하기 어려운 ‘신인류’가 도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박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커즈와일 박사는 현재 프로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과의 대국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구글의 ‘알파고’를 개발한 파트에 합류하여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박 대표는 “구글이 본래 사업인 검색엔진 영역에 보다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인간의 능력에 필적하거나, 인간보다 똑똑한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밝히며 “그런 점에서 볼 때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같은 이벤트는 구글이 자사 인공지능의 발전을 환기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인공지능은 거울이자 잘 길러야 하는 아기

박 대표가 작가의 입장에서 포스트 휴먼을 조망했다면 송민령 연구원은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한 사실에 입각해서 포스트 휴먼의 탄생 가능성을 진단했다.

송 연구원은 “포스트 휴먼은 간단히 말해 인간의 세포와 인공지능의 반도체칩이 하나로 합체된 것이라 볼 수 있다”라고 설명하며 “세포와 반도체칩은 전기신호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만큼, 기술적 의미의 포스트 휴먼은 멀지 않은 미래에 등장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최근 인텔에서 개발한 반도체칩인 로이히(Loihi)를 예로 들며 인간의 뇌를 컴퓨터가 닮아가는 추세를 소개했다. 로이히는 인텔이 인공지능의 가속화를 위해 개발한 세계 최초의 자체학습형(Self-Learning) 칩이다.

송 연구원은 “뇌신경을 모방한 자체 학습 칩은 운동 후나 식사 후, 또는 취침 전과 같은 다양한 조건에서 사람의 심장 박동을 판독하여 정상적인 심장 박동을 판단한다”라고 밝히며 “정상적인 패턴과 일치하지 않는 심박 측정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거나 사용자에 맞춰 개인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초미숙 태아 양(좌)과 인공자궁에서 일정 크기로 자란 태아 양(우) ⓒ 필라델피아대

초미숙 태아 양(좌)과 인공자궁에서 일정 크기로 자란 태아 양(우) ⓒ 필라델피아대

송 연구원은 인간의 뇌 외에도 기계가 신체를 모방하는 사례를 소개하며 ‘인공 자궁’의 개발 현황을 언급했다. 그녀는 “포스트 휴먼의 개념은 사람의 뇌를 닮는 것 외에도 신체를 닮아가는 것도 해당될 수 있다”라고 강조하며 “그런 점에서 볼 때 인공 자궁의 개발은 포스트 휴먼 등장의 징조 같은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인공 자궁은 미국의 필라델피아대 연구진이 너무 일찍 태어난 초미숙아를 모태와 유사한 환경 속에서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이다. 따뜻한 물과 소금으로 만든 양수를 채운 비닐 백이 자궁의 역할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태아 양으로 테스트를 한 결과, 모체의 자궁안에서 자라나는 모습과 매우 유사한 양상을 보이면서 하얀 솜털이 자랄 때까지 성공적으로 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인공 자궁이 10년 후면 실용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토크쇼를 마무리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정의를 내려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송 연구원은 “인공지능은 거울이자 잘 길러야 하는 아기”라고 답변했다.

인공지능을 거울이자 아기로 비유한 이유에 대해 송 연구원은 “인공지능은 인간의 실체를 그대로 닮기 때문에 거울이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또한 아기를 제대로 길러야 훌륭한 성인이 되는 것처럼, 인공지능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에 따라서 인간에게 유익한지 또는 무익한지 그 결과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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