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도전 시험’ 아직도 필요한가?

백신 완성단계에서 과학자들 ‘생명윤리’ 논란

백신 접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이 공개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수만 명의 젊은 자원봉사자들이 백신, 치료제 개발을 위해 스스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모험을 감행했다는 것.

몇몇 연구 그룹에서 일부 과학자들은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처럼 모험적인 ‘인간 도전 시험(Human Challenge Trieals)’이 계속 이어졌고, 백신 등 다양한 의약품 개발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백신 접종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팬데믹 사태 이후 진행됐던 젊은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의 윤리성을 놓고 과학자, 생명윤리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게티 이미지

모험적 시험 놓고 미국과 영국 다른 입장

무엇보다 최근 잇따른 백신 개발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통해 이뤄낸 대표적인 성과다.

그러나 백신 접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전처럼 모험적인 시험을 계속 감행할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성과를 거두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이전처럼 도전적인 시험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인명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시험을 중단해야 할 것인지를 놓고 국가 간에 입장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4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자원봉사자들의 모험적인 인간 도전 시험을 일시 보류한 반면 영국의 연구자들은 도전적인 시험을 계속 강행하고 있는 중이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의 면역학자이면서 임상시험 분야 리더인 크리스토퍼 치우(Christopher Chiu) 교수는 “영국 내 연구자들 사이에서 도전 시험을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직 강력하게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주로 젊은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한 모험적인 시험이 기존의 시험 관행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시험에서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백신 후보물질이나 위약을 제공한 다음 충분한 사례가 나타날 때까지 몇 달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통계적으로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오랜 기간이 요구됐기 때문.

그러나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연구자들은 사회적 묵인 속에서 자원봉사자들에게 의도적으로 신종 바이러스(SARS-CoV-2)에 노출시킨 후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앞당길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수개월 걸렸던 모니터링 기간이 수 주간으로 단축됐다.

그러나 이처럼 모험적인 시험을 통해 자원봉사자들이 코로나19에 걸리거나 사망할 수도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코로나19가 발병한지 1년이 지났지만 시험과 관련된 재판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11개의 백신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 마지막 단계에 들어가 있으며, 4개의 백신은 최대 95%의 효능을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생명윤리학자들도 찬반 논란 이어져

이런 상황에서 모험적 시험에 대한 논란 역시 자연스럽게 불거지고 있다.

모험적 시험을 지지하고 있는 측에서는 아직까지 이 실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테스트 중인 수십 가지 백신 후보물질 가운데 가장 유망한 후보를 빠르게 선별하기 위해서는 모험적 시험이 불가피한 방식이라는 것.

하버드 대학의 면역학자 마크 립시치(Marc Lipsitch) 교수는 “이전처럼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백신 후보물질을 주사한 후 그 결과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개월 이상의 많은 시간과 경비가 소요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 모험적 시험이 불가피하다는 것. 립시치 교수는 “자원봉사자 수만 명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어떤 경우 불과 1주일 만에 테스트가 가능해 백신 등 의약품 개발을 앞당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영국에서는 모험적 시험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영국 정부는 ICL 크리스토퍼 치우 교수가 이끌고 있는 ‘휴먼 챌린지 컨소시엄(Human Challenge Consortium)’에 3300만 파운드(한화 약 485억 원)를 지원할 예정.

규제 당국에서 승인을 받게 되면 2021년 1월부터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먼저 18~30세 사이의 자원봉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감염을 유발하는데 필요한 최저 수준의 바이러스 용량을 확인할 계획이다.

크리스토퍼 치우 교수는 이 과정을 통해 서로 다른 백신 후보들을 비교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치우 교수는 “효능 시험을 대체하지는 않지만 추가 투자가 필요한 백신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컨소시엄에서 계획하고 있는 것은 4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증상을 추적하는 일이다. 치우 교수는 ‘젊은 층의 경우 위험도가 낮다는 증거가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큰 위험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모험적인 시험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중이다.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앤서니 파우치(Anthony Fauci) 소장과 국립보건원(NIH) 프랜시스 콜린스(Francis Collins) 원장은 최근 모험적 실험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제안한 바 있다.

노스웨스턴 대학의 생명윤리학자인 시마 샤(Seema Shah) 교수는 “인간 도전 실험이 여전히 유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그다지 긴급하지 않다.”며, “자원봉사자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상황을 원한다.”고 말했다.

‘도전적인 시험(challenge trieals)’이 자원봉사자들에게 위험을 초래할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미국 리트거즈 대학의 생명윤리학자 니얼 아이얼(Nir Eyal)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백신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겠냐?”며, ‘인간 도전 시험’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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