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극한의 자전거 레이스

[스포츠 속 과학] 위대한 여정 ‘투르 드 프랑스’

세계 최고 권위의 도로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le Tour de France)’가 대장정을 시작했다. 프랑스 북서부 항구도시 브레스트에서 출발하면서 돛을 올린 2021 투르 드 프랑스는 세계적인 도로 사이클 선수들이 참여한 가운데 6월 26일부터 7월 18일까지 23일 동안 총 21개 구간에서 3,383km를 달리게 된다.

올해로 108회째를 맞이한 투르 드 프랑스는 전 세계 180여 개국에서 35억 명의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올림픽과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메가 스포츠로 불리는 큰 대회이다. 특히 유럽에서 사이클은 축구, 포뮬러1과 함께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구름 같은 관중들이 모여든다. 관중 규모로만 보면 투르 드 프랑스는 900만 명에 달해 700만 명에 못 미치는 올림픽과 300만 명이 조금 넘는 월드컵을 압도한다.

알프스와 피레네 산맥을 넘는 팀 스포츠

자전거는 양발로 페달을 밟아 발생한 힘을 이용하여 체인에 연결된 바퀴를 돌려 앞으로 나아가는 이동수단이다. 인류가 바퀴를 발명한 것은 기원전 일이기 때문에 자전거의 역사도 상당히 오래됐을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 페달로 바퀴를 돌리는 자전거의 역사는 철도보다 짧고 자동차와도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두 바퀴로 된 탈 것을 개발한지는 상당히 오래전으로 추정되나 현재의 자전거와 비슷한 모양의 이동수단이 개발된 것은 18세기 후반의 일이다. 그러나 핸들이나 페달도 없고 발로 지면을 차서 앞으로 나가는 방식이어서 지금의 자전거와는 사뭇 차이가 난다. 지면에 발을 대지 않고 페달을 밟아 체인으로 바퀴를 돌리는 현대적인 자전거가 개발된 것은 1884년의 일이다.

페달로 바퀴를 돌리는 자전거가 등장하면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이유는 사람들에게 힘들이지 않고 보다 먼 곳까지 자유롭게 오고가는 이동의 자유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실제 인류가 발명한 이동수단 중 가장 높은 효율을 자랑하는 게 바로 자전거이다. 사람 한 명이 1마일(1.6km)을 이동할 때 필요한 에너지를 비교해보면, 자동차는 1,860cal가 필요하고 직접 걸을 때도 100cal가 필요한데 반해 자전거의 경우는 단지 35cal만으로도 충분하다.

자전거가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또 다른 이유는 타는 재미가 상당하고 남녀노소 상관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가 발명된 이래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속도를 겨루는 스포츠를 생각해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프랑스 일주라는 의미를 가진 투르 드 프랑스 대회가 처음 열린 것은 1903년의 일이었다.

투르 드 프랑스는 구름 관중이 모여들고 35억 명이 시청하는 세계 3대 메가스포츠 행사이다. ⓒ 투르 드 프랑스 보도자료(www.letour.fr)

100년이 넘는 장대한 시간 동안 투르 드 프랑스는 세계대전 기간만 제외하고 쉬지 않고 열리면서 전통과 명성을 쌓으며 도로 사이클의 역사가 되었다. 초창기에 밤낮으로 이어 달렸던 경주는 지금은 하루 동안 170km 내외의 개별 구간에서 스피드를 겨루는 구간경기로 진화했다. 구간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의 장거리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프랑스 전역을 넘어 영국과 독일, 스페인 등 인접국에서까지 거침없는 질주가 펼쳐진다.

대회가 더 큰 명성을 얻게 된 것은 프랑스 서쪽의 알프스 산맥과 남쪽의 피레네 산맥의 험준한 산봉우리를 넘는 산악구간이 추가되면서부터다. 난이도가 무제한인 오르막길에서 시속 20km를 넘나들며 달리는 죽음의 산악 레이스는 참가선수들에게 존경을 넘어 경외심까지 느끼게 만든다.

투르 드 프랑스를 처음 관람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생소할 수 있는 부분은 이 대회는 개인의 누적기록으로 종합 순위를 결정하지만 실제로는 단체가 참여하는 철저한 팀 스포츠라는 점이다.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프로 사이클팀을 후원하는데, 각 팀은 종합우승을 노리는 리더를 중심으로 9명의 선수로 구성된다. 팀의 구성원들은 자신의 체력이 소진될 때까지 리더보다 앞서 달리며 바람을 막아주거나, 음식이나 물병을 대신 날라주기도 하고, 때로는 리더의 자전거가 고장나면 자신의 자전거까지 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투르 드 프랑스를 더욱 흥미롭게 하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각 구간 기록으로 선수에게 고유의 색을 가진 저지(Jersey, 운동복 상의)를 수여하는 전통에 있다. 대회 전체기록에서 가장 앞선 종합선두는 ‘노란색 저지’(Maillot Jaune, 마이요 존느)를, 포인트 구간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획득한 최고의 스프린터는 ‘초록색 저지’(Maillot Vert, 마이요 베르)를, 산악 코스에서 가장 뛰어난 산악 왕은 ‘빨강 물방울 저지’(Maillot a Pois Rouges, 마요 아 푸아 루주)를, 25세 이하의 선수 중 가장 빠른 신성은 ‘흰색 저지’(Maillot Blanc, 마이요 블랑)를 입게 된다.

사이클 경기력을 결정하는 인간 기계 시스템

지난해 투르 드 프랑스 우승은 21살의 나이로 대회에 처음 출전한 슬로베니아 출신의 신예 타데즈 포가차(UAE 에미리츠 팀)에게 돌아갔다. 그는 100년이 넘는 대회 역사에서 사상 두 번째인 기록을 2개나 세우면서 전 세계 사이클 팬들을 열광시켰다.

첫 번째 기록은 1904년 대회의 우승자 이후 역대 두번째로 어린 나이에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 기록은 노란색 저지는 물론 빨강 물방울 저지와 흰색 저지까지 석권했다는 점인데, 저지를 3개 이상 차지한 것은 우승을 모조리 먹어치워 식인종으로 불렸던 벨기에의 에디 메르크스가 1969년 대기록을 세운 후 반세기 만의 일이었다.

지난해 우승자 포가차는 총 21개 구간 3천470㎞를 87시간 20분 5초 만에 주파하는 기록을 거뒀다. 산술적으로 하루평균 165.2km를, 평균시속 39.7km로 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몇 시간 동안 끊임없이 오르막을 달려야 하는 산악구간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기록이 아닐 수 없다.

투르 드 프랑스에서 좋은 기록을 거두기 위해서는 개인의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체격과 체력에 맞는 장비를 잘 선택하는 일이 중요한 숙제가 된다. 사이클의 경기기록은 인간과 자전거라는 기계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인간-기계 시스템(MMS, Man Machine System)이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장거리 사이클 선수들의 페달링 회전수는 80~90rpm(revolutions per minute, 분당 회전수)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한 시간에 4,800번에서 5,400번 정도 페달을 돌리는 셈인데, 똑같은 횟수를 돌릴 때 바퀴가 크면 더 멀리 갈 수 있겠지만 바퀴 사이즈는 대회 규격으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중요해지는 것은 ‘기어비’다.

기어비란 페달 축에 달려있는 앞기어 톱니숫자(FG, Front Gear)와 뒷바퀴 축에 달려있는 뒷기어 톱니숫자(RG, Rear Gear)의 비율(GR=FG/RG)을 말한다. 페달을 밟아 앞기어를 돌리면 체인에 연결된 뒷기어가 회전하게 되는데, 높은 기어비를 적용하면 한 번의 페달링으로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어 유리하게 된다. 따라서 우승을 노리는 정상급 선수들은 가급적 높은 기어비를 적용함으로써 경기력을 향상시키려 한다.

기어비를 높게 설정할 경우 일정 수준의 속도에 도달한 후에는 속도 유지가 쉬운 장점이 있다. 문제는 초기 출발할 때와 속도가 떨어졌을 때 속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상당히 큰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신의 근력과 근지구력을 넘게 기어비를 설정할 경우 매우 큰 부담이 된다는 점이다. 만약 페달링 회전수를 유지할 수 없다면 기어비를 높이는 장점이 희석돼 버린다.

반면 기어비를 낮게 설정할 경우 체력적인 부담이 덜하지만, 속도를 올리려면 회전수를 더 높여야 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따라서 선수마다 적정 기어비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며, 선수마다 자신의 적정 기어비를 더 높이기 위해 근력과 근지구력을 향상시키는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

사이클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는 관절의 각도도 중요하다. 페달이 가장 낮은 위치에 있을 때 허벅지와 종아리는 25°에서 35° 사이가 돼야 한다. ⓒ T. G. Leavitt et al『Simple Seat Height Adjustment in Bike Fitting Can Reduce Injury Risk』

높은 기어비를 유지하면서 힘차게 페달을 밟기 위해서 근육의 능력만큼 중요한 것이 관절의 각도이다. 관절의 각도는 결국 사이클을 타는 자세를 객관적인 수치로 보여주는 것으로, 수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페달을 밟는데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기력과 밀접한 관련을 보인다. 관절이 적절한 각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신체 구조에 알맞은 사이클 피팅(Fitting)이 중요하다.

빠른 속도로 자전거를 탈 때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는 상체를 가급적 숙여야 한다. 하지만 고관절(엉덩이관절)을 중심으로 상체와 허벅지가 이루는 각도가 45° 이하인 경우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상체를 지나치게 숙인 자세로 혈관에 압박을 줘 급격한 파워의 저하나 주기적인 통증, 저림 등이 나타날 수 있어 결과적으로 경기력이 떨어지게 된다.

페달을 밟는 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슬관절(무릎관절)을 중심으로 허벅지와 종아리가 이루는 각도이다. 사이클 선수는 슈즈를 페달에 고정시킨 클리트를 사용하는데, 강력한 페달링 파워를 위해서는 대퇴사두근과 햄스트링의 근력을 사용하게 된다. 허벅지와 종아리가 이루는 각도는 페달이 가장 낮은 위치에 있을 때 25°에서 35° 사이여야 가장 큰 힘을 전달할 수 있다.

아울러 족관절(무릎관절)을 중심으로 종아리와 발이 이루는 각도도 중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페달링 힘과 하체 관절의 움직임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선수들과 일반인을 비교했을 때 고관절이나 슬관절보다 족관절 각이 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선수들은 페달링을 위해 일반인들보다 족관절을 더 활동적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옥성수 외 『사이클링 시 하지분절의 속도변화에 따른 운동학적 및 근전도 분석』 참조)

극한의 고통을 견디는 정신력 필요

투드 드 프랑스와 같은 장거리 사이클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높은 파워를 유지하면서 페달을 계속해서 밟을 수 있어야 한다. 높은 파워의 페달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하체 근육에 에너지를 끊임없이 공급하는 일이 필요하다.

인체에서 에너지를 공급하는 일은 ATP(Adenosine Triphosphate, 아데노신 삼인산)가 담당한다. 에너지 공급을 위해 인체는 유산소 시스템을 가동해 포도당 한 분자를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하면서 32개의 ATP를 만들어낸다. 포도당은 체내에 저장돼 있으니 결국 ATP를 계속 생산하기 위해서는 인체 구석구석으로 산소를 공급하는 일이 중요하게 된다.

사람의 몸 안에서 산소의 공급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는 최대산소섭취량(VO2max)이다. 최대산소섭취량은 운동강도가 최대에 이르렀을 때 얼마나 많이 산소를 섭취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데, 개인의 심폐능력과 산소 운반능력, 조직의 산소 이용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최대산소섭취량이 우수해야 ATP가 끊이지 않고 원활하게 계속 공급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장시간 강하게 페달을 밟는 운동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

참고로 우수한 장거리 사이클 선수는 최대산소섭취량은 큰 반면 심박수는 일반인보다 낮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운동강도가 높아질 때 혈액을 통해 산소를 온몸 구석구석까지 보내기 위해 심장 박동은 더 빨라져야 한다. 그런데 사이클 선수들은 심근 수축력이 크기 때문에 평소에 심박수가 낮으며 최대 심박수에 도달할 때까지 장시간 운동수행이 가능하게 된다.

격렬한 운동을 하는 동안 산소가 제때 공급되지 못해서 농도가 낮게 되면 근육은 무산소성 시스템을 활용하게 된다. 포도당은 무산소 분해과정을 거쳐 단지 2개의 ATP만 생산하고 젖산(Lactic Acid)이라는 물질이 만들어져서 근육에 쌓이게 된다. 일단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ATP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젖산이 쌓이면 근육의 피로와 항상성 저하를 유발하여 사이클 경기에서 높은 파워를 유지할 수 없게 만든다.

따라서 사이클 경주를 할 때 체내에 젖산이 가급적 쌓이지 않는 게 유리하다. 젖산이 체내에 급격히 쌓이는 구간을 젖산역치(LT, Lactate Threshold)라 하는데, 우수 선수는 젖산역치가 높아 ATP가 필요할 때 무산소 시스템이 구동되지 않고 유산소성 에너지대사가 지속되어 지구력 수준이 높게 유지된다.

이와 함께 우수한 사이클 선수에게 중요한 것은 운동 효율성(Efficiency)이다. 운동효율성은 자동차로 치자면 연비와 비슷한 개념인데, 운동 효율성이 좋은 경우 동일한 운동부하에서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기 때문에 장거리를 지속 주행을 위해 매우 중요한 능력이 된다.

투르 드 프랑스를 완주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능력은 아마도 정신력일 것이다. ⓒ 투르 드 프랑스 보도자료(www.letour.fr)

한동안 투르 드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사이클 선수는 미국의 랜스 암스트롱이었다. 도로 사이클의 황제라 불리던 그는 고환암을 극복하고 1999년부터 2005년까지 7연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며 사이클계의 전설이 됐다. 그런데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실이 발각되면서 그가 투르 드 프랑스에서 남긴 모든 기록은 삭제되고 사이클계에서 영구히 추방되는 흑역사를 남겼다.

투르 드 프랑스는 인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극한의 경주이다. 초창기 대회에서는 참여하는 선수들이 고통이 너무 극심해 마취약을 사용하거나 술을 마시고 주행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근래에는 일부 선수들이 기록을 향상시키기 위해 금지약물을 사용하다가 발각돼 사이클 팬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투르 드 프랑스를 완주하기 위해서는 자전거의 세팅과 신체적 능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고도의 정신력이다. 장거리 주행으로 근육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이 극심하기 때문에 정신력이 강인하지 않으면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게 불가능하다. 투르 드 프랑스에 참여하는 모든 선수를 ‘거인’이라 부르는 건 바로 인간의 한계를 넘은 그들의 정신력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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