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껍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빅 사이언스에서 다룰 만한 내용을 정리한 ‘폭발적 진화’는 일본 책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깔끔하게 생물의 진화를 정리 정돈해 놓았다.
지구에서 생물의 진화를 설명하는데 출발이 되는 개념이 ‘공통선조’이다. 유전자를 분석해서 찾아낸 공통 생물의 이름은 루카(LUCA · the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라고 한다. 우주의 탄생이 한 점이 폭발하는 빅뱅을 기준으로 삼아야 설명이 되듯, 생물의 진화와 변화 역시 이 루카를 기점으로 삼는다.
루카의 한쪽으로는 진정세균으로 뻗어나갔다. 진정세균은 대장균, 식물성 플랑크톤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세균이다. 또 다른 큰 방향으로 고세균과 진핵생물이 가지를 쳤다.
진핵생물은 핵이 있는 세포를 가진 그룹이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과 식물은 모두 진핵생물에 해당한다. 고세균은 비교적 늦은 1977년에 처음 발견됐다. 메탄생성세균 등 특수한 환경에 있는 세균이 많다.
진핵생물은 약 19억 년 전에 출현했으며, 약 40억 년 전부터 19억 년 전 사이에는 고세균과 진정세균만 존재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대학에서 강의하는 저자가 학생들을 생각하면서 쓴 것 같은 이 책의 특징은 진화를 인간의 10개 기관으로 나눠서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한 점이다. 40억 년 전 생물이 태어난 시점부터 호모 사피엔스가 태어나기까지의 진화 과정을 인간의 몸에서 찾아내는 방법을 사용했다.
첫 번째 기관은 생물과 무생물을 구분하는 막(膜)이다. 막으로 보호해야 그 안에서 대사도 일어난다. 저자는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있는 존재를 바이러스라고 분류하는 편에 서 있다.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는
그렇다면 바이러스와 생물을 구분하는 것은 무엇일까? 듣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이 질문에 대해 일본 과학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생물은 설계도(DNA)를 바탕으로 도구를 써서 단백질을 만들고, 바이러스는 설계도 밖에 없다.’ 생물은 단백질을 만드는, 다시 말해서 대사작용을 하는 도구를 가지고 있다. 그 도구의 이름은 리보솜 유전자이다. 과학적 설명만 나열하는 것에 비해서는 훨씬 잘 들어오는 설명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로 저자가 설명하는 생물의 기관은 입이다. 생물이란 폐쇄된 공간에 튜브가 삽입된 구조로 되어있다. 튜브의 시작과 끝은 입과 항문이다. 턱도 없이 구멍만 뚫린 턱없는 물고기를 예로 들면서 자연스럽게 턱의 발달이 진화의 중요한 한 단계임을 설명한다.
마찬가지 요령으로 저자는 뼈, 눈, 폐, 다리, 깃털, 뇌, 성을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생명을 거론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10개 기관에 대한 요약된 진화 과정은 현재의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약 40억 년 전 지구에 생물이 탄생한 뒤로 계속해서 진화해왔다. 현재의 인간은 최종적인 완성품인가 아니면 지금도 진화하고 있는가? 맺음말에 슬쩍 끼워놓은 저자의 이 질문에 부딪치면 독자들은 당장 자기를 돌아보게 된다.
인간의 진화가 끝나지 않았다면, 당신은 아직 미완성품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저자는 지금의 인간이 최종 목표지점은 아닐거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결론이 다소 불편해 보일 수 있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행복한 가설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실수와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것은 미완성품이기 때문이라는 아주 합리적인 핑곗거리를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거대과학의 이야기를 축약하는 바람에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저자의 돌발적인 질문은 과학을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생물과 하얀 구름을 비교한다. 하늘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하지만 구름은 40억 년 전이나 지금이나 구름일뿐, 인간으로 진화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얼핏 바보스러워 보이는 이 질문은 무엇이 생명인지를 돌아보게 하면서, ‘인간이 태어나려면 기적이 일어나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9197)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서울대 연구진이 포함된 국제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지능형 '전자피부' 개발에 성공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AIST 조성호 전산학부 교수와 서울대 고승환 기계공학부 교수, 미국 스탠퍼드대 제난 바오(Zhenan Bao) 교수 공동 연구팀이 이 같은 성과를 전기·전자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29일 게재했다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는 '올해의 10대 과학기술 뉴스'에 국내 개발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과 수학자 허준이의 필즈상 수상 등을 선정했다고 28일 밝혔다. 과총은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한 해의 주요 연구개발 성과와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과학기술 등을 매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우리나라 첫 달 궤도선 다누리의 달 궤도 진입 성공을 발표하면서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이 지구를 넘어 달에 닿았다"고 28일 밝혔다. 오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지난 8월 5일 지구를 출발한 다누리는 145일간의 항행 끝에 달에 도착했다"며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일곱 번째 달 탐사 국가로서 우주탐사 역사에 첫발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에 우주항공청을 설립하고 우주산업 육성에 나선다. 또 민관이 협력해 국가전략 기술을 본격 육성하고, 양자나 첨단 바이오 등 신기술 분야의 생태계 조성에 힘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8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러한 내용의 2023년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한국재료연구원(이하 재료연)은 국민투표를 거쳐 올해의 우수 연구성과 '탑3'를 선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재료연은 기관의 대표 연구성과를 조명하고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높이기 위해 국민투표 방식을 통해 우수 연구성과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미역, 다시마 등과 같은 갈조류(brown algae)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는 숲처럼 많이 흡수하고 주변 생물이 분해하기 까다로운 점액 형태로 방출해 온실가스를 장기 격리하는 지구온난화 시대의 '원더 식물'로 제시됐다. 독일 막스플랑크협회에 따르면 산하 '해양미생물학연구소' 연구팀은 갈조류의 배설물을 분석해 탄소 순환 과정에서 많은 양의 CO₂를 장기간 제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했다.
내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 러시아 패배부터 현재와 같은 전황 지속까지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렸다. BBC는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영국, 미국, 이스라엘의 전문가 5명의 전망을 전했다. 마이클 클라크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전 소장 겸 엑시터대 전략연구소(SSI) 부소장은 이번 봄 러시아의 공격이 관건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