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인간의 지각과 과학기술을 연결하는 예술

[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USB 드라이브에 담긴 컴퓨터 바이러스가 예술 작품이 된다? 현대 미디어 아트 그룹 ‘트로이카(Troika)’가 2005년 발표한 ‘뉴턴 바이러스(Newton Virus)’는 실제로 컴퓨터 안에서 작동하는 바이러스 아트 작품으로, 영국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뉴턴(Isaac Newton, 1642~1727)이 1687년 발표한 만유인력의 법칙(law of universal gravity)을 컴퓨터 데스크톱 화면에 구현하였다.

Newton Virus Ⓒ Troika

‘뉴턴 바이러스’는 컴퓨터의 기능을 파괴하는 악성 바이러스가 아니라, ‘트로이카’ 그룹의 악의 없는 일종의 예술적 장난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으로, 유머러스한 디지털 개입을 제시한다. ‘뉴턴 바이러스’ USB 메모리 카드를 컴퓨터에 연결하면 바이러스가 들어가, 컴퓨터의 위치나 각도를 바꾸면 바탕 화면의 아이콘에 ‘중력’이 적용되어 모두 아래로 이동하여 흘러내린다. ‘뉴턴 바이러스’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 컬렉션 작품이 되었다. <관련동영상>

‘트로이카’ 그룹은 독일의 에바 루키(Eva Rucki, 1976~)와 코니 프라이어(Conny Freyer, 1976~), 그리고 프랑스의 세바스티안 노엘(Sebastien Noel, 1977~) 등으로 구성된 혁신적인 3인조 작가 팀이다. 이들은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공부하면서 만났으며, 2003년 공동 스튜디오를 창립한 이후 디자인, 사진, 조각, 설치미술, 키네틱 아트,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Cloud Ⓒ Troika

그들의 디지털 조각 ‘클라우드(Cloud)’은 2008년 영국 히드로 공항 제5터미널 개장을 기념하여 제작돼 상설 설치된 5미터 길이의 작품으로, 5000여 개의 플립 도트(flip dot)와 특수 설계된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로 구성되었다. 공중에 매달려 있는 ‘클라우드’는 플립 도트의 기계적 작동으로 리드미컬하게 유동적인 은색과 검은색의 끊임없는 애니메이션을 보여준다. <관련동영상>

Reality is not Always Probable Ⓒ Troika

‘트로이카’ 그룹이 2019년 제작한 ‘Reality is not Always Probable’은 9981개의 주사위에 컴퓨터 2진법(binary)을 적용해 새롭게 물리적 세계(physical world)를 표현한 작품으로, 단편집 ‘픽션들(Ficciones)’과 ‘알렙(El Aleph)’을 저술한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1899~1986)의 문학이 모티브가 되었다.

5분 길이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Terminal Beach’는 ‘트로이카’ 그룹이 2020년 제작, 발표한 작품으로 모션 캡처 기술을 이용하여 모피를 뒤집어쓴 쿠카(KUKA) 로봇이 작은 도끼를 휘두르며, 나무를 베는 반복적 동작을 코믹한 움직임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은 JG 발라드(J. G. Ballard, 1930~2009)가 1964년 발표한 단편 SF 소설 ‘The Terminal Beach’에서 가져온 같은 타이틀의 작품이다.

Terminal Beach Ⓒ Troika

‘트로이카’ 그룹은 이 작품을 제작하면서, 하버드 대학교와 미시간 대학교 출신의 수학 천재로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교수를 지냈던 시어도르 카진스키(Theodore Kaczynski, 1942~)의 ‘산업 사회와 그 미래(Industrial Society and Its Future)’ 선언문을 읽었다고 했다. 이는 과학과 예술의 관계에 대한 ‘트로이카’ 그룹의 역설적 관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어도르 카진스키는 산속에서 은둔생활을 하면서, ‘유나보머(Una Bomber)’라는 가명으로 우편물 폭탄 테러를 감행하며, 급진적인 과학기술 기계문명 반대 운동인 네오 러라이트 운동(Neo-Luddite Movement)을 전개한 인물이다.

기술과 감성, 지각과 공간, 디지털과 아날로그, 과학과 예술의 관계 및 융합 지점을 탐구하는 ‘트로이카’ 그룹의 한국전은 2014년 대림미술관에서 ‘소리, 빛, 시간: 감성을 깨우는 놀라운 상상(TROIKA: Persistent Illusions)’이라는 제목으로 개최되었으며, 그들의 대표작 ‘Falling Light’, ‘Electroprobe’, ‘The Weather Yesterday’, ‘Caculating the Universe’, ‘Labyrinth’ 등이 전시되었고, 20여만 명의 관객이 다녀가는 커다란 성황을 이루었다. <관련동영상>

‘트로이카’ 그룹은 2019년부터 생물학자, 신경과학자, 영국 남극 조사국(British General Survey), 케임브리지 대학의 물리학자 등과 함께 새로운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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