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물을 덜 쓰도록 진화했다

다양한 환경과 먹을거리에의 적응 과정으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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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체중의 70% 안팎이 ‘물’로 이루어져 있을 뿐 아니라, 온종일 신진대사를 통해 소변이나 땀으로 수분을 배출한다. 인간의 경우 다른 종에 비해 피부 위로 땀샘의 밀도가 매우 높게 분포되어 있고, 땀을 통해 효과적으로 체온조절을 하는 대신 수분 배출량이 매우 높은 편이다. 따라서, 물을 주기적으로 섭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인간 외에도, 지구상의 생명을 가진 생물체는 모두가 물을 필요로 하고, 따라서 물의 대사와 관련한 기능은 진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같은 물의 대사가 다른 종들에 비해 인간의 진화에서 어떤 특징을 갖는지에 관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

인간은 물을 덜 쓰도록 진화
최근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된 연구는 동물원과 열대우림의 보호구역에 사는 여러 유인원 종들과 다양한 인간 집단들의 물 섭취 패턴을 비교했다. 분석을 통해 인간은 다른 유인원 종보다 물을 덜 쓰도록 진화해왔다는 흥미로운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동위원소를 이용해 동물원과 열대우림의 보호구역에 살고 있는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과 반건조 기후인 사바나에 사는 수렵 채집 집단을 포함해 다섯 개의 인간 집단에서 물 사용량을 분석했다.

먼저, 총 에너지 소비량(total energy expenditure), 제지방 체중, 기온과 상대 습도와 같은 것은 유인원과 인간의 물 사용량과 양적(positive)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활동량이 많고 에너지 소비가 높고, 기온이 높을수록 물 소비가 많아지는 것은 예측 가능한 일이다. 이에 비해, 성별이나 나이와 같은 것은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상관관계를 보인 변수를 통제해 분석했는데, 이때 인간의 물 사용량은 다른 유인원에 비해 30-5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대비로 하면 인간은 킬로칼로리(kcal) 당 평균 1.52mL의 물을, 섭취한 음식물 대비로는 그램(g) 당 평균 6.79mL의 물을 소비했다. 유인원의 경우, 킬로칼로리 당 평균 2.79mL의 물을, 섭취한 음식물 대비로는 그램 당 평균 9.95mL의 물을 소비했다. 특히, 동물원에 사는 유인원의 경우 보호구역의 유인원들보다 물 사용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 마시는 동물원의 침팬지©게티이미지뱅크

유인원은 음식물을 통해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
인간은 매일 충분한 양의 물을 따로 마시는데 비해 열대우림에 분포해 사는 유인원들은 열매와 같은 먹이를 통해 수분을 섭취하고, 며칠 내지 수주에 이르기까지 따로 물을 마시지 않은 채 지내기도 한다. 이에 비춰 보면 위의 분석 결과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워 보이기도 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핵심은 섭취하는 식품에 함유된 수분량의 차이다. 보호구역에서 사는 유인원은 야생에서와 비슷하게 과일과 다른 식물류를 배급받는데, 이를 통해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할 수 있어 보통 따로 물을 마실 필요가 없다. 이에 비해,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의 경우 이보다 더 건조한 먹이를 배급받는데, 대신 하루에 2-5l 정도의 물을 따로 마셨다. 섭취하는 먹이에 따라 동물들이 자연히 물 섭취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인간들도 숲에서 수렵 채집인으로 살던 과거에는 유인원들과 비슷한 물 섭취 양상을 보였을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던 것이 점차 더 덥고 태양에 노출되는 환경으로 영역을 확장해가면서 체온조절을 위해 땀샘이 많아지고, 땀을 통해 수분 배출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일례로, 고온 스트레스 조건에서 인간은 침팬지에 비해 10배까지 더 많은 땀을 배출한다. 이에 더해, 인간은 진화과정에서 먹을거리도 유인원과 같이 과일이나 식물 줄기 등을 먹던 것에서 점차 수분 함량이 적고 칼로리는 더 높은 고기류와 익힌 음식을 먹게 되었다. 따라서 물 사용량에 변화가 온 것으로 연구진은 설명했다. 실제로, 아기가 먹는 젖에서의 수분량을 비교해 보면 인간의 젖은 킬로칼로리당 평균 1.5mL가 수분으로, 다른 유인원의 젖에 있는 수분량보다 25% 낮은 수준이라고도 덧붙였다. 인간의 몸이 물을 덜 사용하도록 변했음을 시사하는 다른 관찰이다.

인간의 솟은 코가 관련이 있을 수도
연구진은 앞서 인간에게서 수분 손실을 막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제안된 바 있는 우뚝 솟은 인간의 코에 주목했다. 납작한 다른 유인원들의 코에 비해 눈에 띄는 인간의 특징인 이 코는 2백만 년쯤 전에 살았던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의 화석에서 처음 관찰된다. 한편으로는, 소변을 통해 수분을 배출시키는 기능을 관장하는 콩팥 역시 인간 특유의 적은 물 소비량으로 진화에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고 제시했다.

앞으로의 연구들이 지난 수십만년의 인간 진화의 역사에서 물 소비량이 줄어든 원인과 그 기능상의 변화 과정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밝혀내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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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케미 2021년 5월 13일5:35 오후

    물의 대사와 관련한 기능은 진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데 인간의 신체 대사에서 물을 덜 쓰도록 진화한 이유는 아마 자연을 떠나 사회라는 무리를 이루면서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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