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진부한 얘기이겠지만 인류 문명의 태동은 물의 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른바 세계 4대 문명의 발생지는 모두 큰 강의 유역에 위치하여 비옥한 토지를 지닌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물을 다스리는 치수 사업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 국가에서 왕권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관건이었다.
고대 파라오 시대부터 매년 나일강의 범람 정도를 측정하여 그해의 농사와 수확을 예측해왔던 이집트에는 나일강의 수위를 측정하기 위한 ‘나일로미터(Nilometer)’라는 것이 있었다. 물을 관장하는 사제들이 벽에 새겨진 눈금을 보고 해마다 나일강의 수위를 꼼꼼하게 측정하여 기록했던 것이다. 상형문자로 기록된 고대 이집트의 문서에는 그해 나일강 홍수의 높이 등 물과 농작물의 수확에 관한 내용이 많다. 나일로미터의 누적된 측정 기록을 토대로 하여 가뭄과 기근 등을 미리 예측하여 대비하였기에 이집트 문명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다.
나일강의 수위를 측정하기 위한 나일로미터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고대 중국에서는 치수 사업에 크게 성공하여 권력을 얻은 인물로서 우(禹)왕의 얘기가 잘 알려져 있다. 우왕은 중국 전설상의 임금인 요순(堯舜)의 시대에 헌신적인 노력으로 황하(黃河)강의 홍수를 다스리는 데에 성공한 공로로, 임금으로 추대되어 하(夏)나라 왕조의 시조가 된 것으로 사기(史記)에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그동안 허구나 전설로 여겨져 온 하나라 우왕의 얘기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 바탕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오랫동안 이와 관련된 연구를 해온 중국의 한 고고지질학자는, 중국 칭하이성의 황하 상류 협곡에 위치한 유적지에서 오랜 옛날 대홍수로 인하여 희생된 사람들의 유골을 발굴한 바 있다. 그는 전설에 나오는 고대 황하강의 대홍수가 사실로 밝혀졌으니, 그동안 명확한 고고학적 유적이 부족하여 논란이 되었던 하나라 우왕도 실존했던 인물이라고 주장하였다.
우리는 염수가 아닌 민물이라고 하면 하천이나 호수, 저수지 등의 물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사실 빙하가 아닌 액체 상태의 민물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바로 지하수(地下水; Groundwater)이다. 지하수는 지표면 아래의 지층이나 암석 사이의 빈틈을 채우고 있거나 흐르는 물로서, 지표수(地表水; Surface Water)에 대응되는 용어이다.
지하수의 일종인 사막의 오아시스 ⓒ Sfivat
지하수 역시 오랜 옛날부터 인류가 사용해온 물인데, 사막의 오아시스(Oasis) 역시 일종의 지하수이다. 건조한 사막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생명수의 역할을 하는 오아시스는 바람에 의해 지표면의 모래가 휩쓸려 나가면서 아래층에 고여 있는 지하수가 노출되거나 틈으로 스며 올라오면서 형성된 것이다. 고대로부터 건조하고 광활한 사막 지역을 가로지르는 이른바 ‘실크로드(Silk Road) 등의 문명교역로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오아시스라는 지하수 덕분이다.
인류 문명의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또 하나의 지하수로서, 멕시코 유카탄 반도 일대에서 자주 발견되는 세노테(Cenote)라는 것이 있다. 지하수의 위층을 이루는 석회의 기반암 이 오랜 세월에 걸쳐 빗물 등에 의해 무너져 내리며 표면을 드러낸 샘 같은 지형을 의미하는 것으로, 형성 과정은 사막의 오아시스와 비슷한 점도 있다.
고대 멕시코 및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번성한 마야(Maya) 문명은 세계 4대 문명에는 속하지 않지만, 오랜 옛날부터 정교한 태양력을 사용하는 등 높은 수준을 지녔던 신비한 문명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마야 문명이 생성된 유카탄 반도 등은 강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 지역에 널리 형성된 세노테들이 식수 공급과 작물의 재배에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그 주변에 도시 국가들이 형성될 수 있었다. 세노테는 고대 마야 시대에 죽은 사람의 영혼이 다른 세계로 가는 관문과도 같은 신성한 장소로 여겨져 제물 등을 바치는 봉헌 의식이 행해졌고, 오늘날 여러 세노테의 밑바닥에서는 많은 유물이나 인간의 유골 등이 발굴되기도 한다.
상부의 석회기반암이 함몰되어 형성된 세노테 ⓒ Bernard Dupont
관개기술 등이 더욱 발전하면서 인류는 옛날보다 더 많은 지하수를 사용하는 추세이다. 가뭄이 심해져서 강이나 저수지의 물이 부족질 때마다, 관정을 뚫어서 펌프 등으로 지하수를 퍼올려 사용하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그런데 지표에 가까운 대수층에 위치하여 인간의 손길이 비교적 쉽게 닿을 수 있는 지하수 이외에도, 지하 깊은 곳의 대수층에는 태곳적 물이 수만 년 이상 고여 있는 이른바 화석수(化石水; Fossil water)라는 것도 있다. 화석수 중 일부는 지층이 퇴적되었을 때의 바닷물이 남아 있어서 다른 지하수에 비해 염도가 높은 경우도 많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화석수는 미래의 수자원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데, 사하라 사막의 동쪽 끝의 지하에 존재하는 사암으로 이루어진 대수층에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화석수의 층인 누비아 대수층(Nubian aquifer)이 있다. 다만 화석수를 포함한 지하수 역시 마구잡이로 개발되거나 남용될 경우 앞으로 고갈되거나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우려도 있는데, 이 문제를 포함하여 물과 지하수를 둘러싼 국제적 분쟁 등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상세히 언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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