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함께 한 물의 신비 (1)

[과학기술 넘나들기] (231) 물의 기원은?

물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보는 물질이다. 그러나 물은 다른 물질과 비교해 보았을 때 화학적으로 대단히 특이하고 유별나며, 인간에게는 가장 중요한 화학물질이기도 하다. 인간은 숨 쉬는 공기의 소중함을 평소에 잘 느끼지 못하듯이, 생명을 유지하게 해주는 물의 고마움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독특한 화학물질인 물의 특성과 그 기원, 그리고 생명의 탄생과 인류의 역사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물의 이모저모에 대해 살펴보고, 또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문제로 큰 위기를 겪고 있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분쟁을 물고 오기도 하는 ‘물의 정치경제학’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하나로 이루어지는 물 분자, 즉 H20는 매우 간단한 물질이지만 살펴보면 볼수록 어렵고도 특별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서, 오늘날에도 물에 관해서만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의 물질과는 달리 고체인 얼음이 되면 도리어 부피가 늘어나는 특성, 표면장력과 열용량이 대단히 크고 분자량이 비슷한 다른 액체에 비해 끓는 점이 월등히 높은 점 등 물이 지니는 고유하고 독특한 성질들은 물 분자가 이루는 수소결합과 관련이 깊다.

물이 수많은 물질을 녹일 수 있는 보편 용매(Universal solvent)인 점 역시 수소결합에 의한 극성으로부터 기인하며, 사람 몸의 60% 이상이 물로 구성된 것은 바로 물의 여러 특성들 덕분이다. 만약 물의 특성이 지금과 크게 다르다면, 사람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명체는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다.

섭씨 4도에서 밀도가 가장 큰 물의 특성 덕분에 얼음낚시가 가능하다. ⓒ Lorie Shaull

물의 밀도가 섭씨 4도일 때에 가장 크고, 온도가 낮아지고 얼게 되면 밀도가 도리어 더 작아지는 점 또한 겨울철에도 물고기들이 생존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추운 겨울날 어는 점인 섭씨 0도에 가까운 물은 상대적으로 가벼워지므로 얼음은 강이나 호수의 표면부터 얼게 되지만, 표면의 얼음층이 일종의 단열재와 같은 역할을 해 줘서 그 밑의 얼지 않은 물에서 물고기들이 노닐고 사람들은 얼음낚시를 즐길 수 있다. 만약 물이 다른 액체들처럼 어는 점에서 가장 밀도가 크다면, 바닥에 가라앉은 차가운 물부터 얼게 되므로 결국 호수 전체가 얼어붙어서 물고기들은 살 수가 없을 것이다.

물은 또한 지구 상에서 일반적인 조건에서 기체(수증기), 액체(물), 고체(얼음)의 세 가지 상태를 모두 볼 수 있는 드문 물질이기도 한데, 지표면의 70% 정도는 물이 이루는 바다로 싸여 있다. 그러나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은 매우 적은 편인데,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 중에서 97%는 염분을 지니는 바닷물이기 때문이다. 3%를 차지하는 담수 중에서도 극지방과 고산지대에 존재하는 빙하가 2%이며, 나머지 1% 정도가 강이나 하천, 호수, 지하수의 형태로 존재하는데, 그중에서도 인간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물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면 이처럼 중요한 물은 최초에 과연 어디에서 왔을까? 기존에 가장 유력한 학설은 지구가 탄생한 직후에는 물이 없었지만 이후 소행성과 혜성의 충돌에 의해 물이 실려왔으리라 추정한 것이었다.

지층의 나이를 알려주기도 하는 중요한 광물인 지르콘 ⓒ Ivtorov

그러나 미국 콜로라도 대학의 지질학자 스티븐 모지스(Stephen Mojzsis) 교수가 대단히 중요한 발견을 했는데,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광물이 물과 관련이 깊은 것을 밝혀낸 것이다. 즉 그는 단단하고 작은 광물인 지르콘(Zircon) 결정을 다수 찾아내서 연대 등을 분석한 결과 가장 오래된 것이 43억 년 전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었는데, 그 광물 샘플은 메마른 땅이 아닌 액체 상태의 물에서 형성되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따라서 초기의 지구가 물이 전혀 없는 메마른 상태로 탄생했다는 기존의 정설과 모순이 될 수밖에 없다. 이후 다른 연구자들이 지구를 이루는 주요 암석인 감람석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더니, 지구가 탄생한 직후 도리어 지금보다 10배나 많은 물이 있었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사실 기존의 학설에서도 지구가 탄생하고 난 직후 메마르면서 불덩이처럼 뜨거웠다면, 설령 다수의 혜성이 충돌하여 물을 옮겨온다고 해도 바로 증발해 버려서 바다를 이루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문이 있었다. 따라서 지금은 바닷물의 기원을, 지구가 탄생할 당시부터 목성과 같은 거대 행성의 중력에 의해 물기를 머금은 다수의 소행성이나 운석들이 함께 섞이면서 지구가 형성된 결과로 보는 것이 상당히 설득력 있는 학설로 인정받고 있다.

태양계와 지구가 탄생할 당시의 상상도 ⓒ Tim Bertelink

탄생 직후인 태고대(太古代; hadean)의 지구는 녹아내린 암석으로 가득 차고 대기의 대부분은 이산화탄소로 되어 있었는데, 지구가 식으면서 암석과 광물들이 수증기 형태로 물을 배출하고, 대기로 들어간 물은 구름과 비가 되어 지표면에 내리면서 물의 순환이 시작되고 바다가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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