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이젠 재활훈련도 쉽고 재미있게!

[과학자의 연구실] [인터뷰] 허재두 ETRI 융합기술연구팀장

허재두 박사팀이 개발한 재활치료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 ETRI

허재두 박사팀이 개발한 재활치료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 ETRI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재활병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혹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몸을 다친 사람들이 원래의 감각을 되찾기 위해 재활치료를 받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09~2013년) 재활치료를 받은 진료인원은 401만7000명에서 484만6000명으로 82만9000명이 증가했으며, 총진료비도 4784억원에서 7781억원으로 2997억원 늘어났다. 매년 12.9%씩 오른 셈이다.

다중미디어 기반 전정재활시스템 개발 연구진, 좌로부터 최길영 책임, 오현우 책임, 허재두 실장, 도윤미 책임, 윤재관 선임 ⓒ 허재두

다중미디어 기반 전정재활시스템 개발 연구진, 좌로부터 최길영 책임, 오현우 책임, 허재두 실장, 도윤미 책임, 윤재관 선임 ⓒ 허재두

4D 실감효과, 스마트 단말기로 재활 치료 可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그들을 치료하는 방식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재활치료는 꾸준히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매번 병원에 가고 진료 시간을 기다리는 게 번거로워 환자들이 병원을 지속적으로 찾는 데 걸림이 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재활치료를 받는 사람은 거동이 불편해 보호자가 반드시 함께 해야 하는데, 보다 편리한 방식이 도입된다면 환자와 보호자 모두의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더해지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스마트 단말기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쉽고 재미있게 재활훈련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ETRI 융합기술연구소 융합기술미래연구팀이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맞춤형 재활서비스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 박람회 ‘CES 2015’에 ㈜맨엔텔과 공동으로 다중미디어 기반 실감체험 전정재활시스템을 출품, 개발된 기술을 시연한 결과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허재두 박사팀이 개발한 재활훈련 시스템은 일명 ‘다중미디어 기반 실감전정재활 시스템’ 이다. ‘다중미디어’ 라는 것은 오디오와 비디오의 단일미디어가 동시에 여러 개로 구성돼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실감정보’를 추가로 활용, 사용자가 체험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시켰다.

“우리 몸에는 시각과 청각, 촉각, 후각의 감각이 있습니다. 실감미디어는 이러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메타데이터 정보가 추가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4D 영화를 생각해 볼까요? 영화 내용에 따라 의자가 움직이고 바람이 불고, 향기가 나죠. 이처럼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추가된 게 실감미디어에요. 저희가 개발한 ‘실감전정재활 시스템’은 상황에 따라 여러 개의 실감정보를 전송합니다. 특별히 전정재활을 위해 응용된 거죠.”

전정재활. 전정기관이 스스로 재활훈련을 하도록 돕는 치료법이다. 전정기관은 곧 평형기관을 의미하며 우리 몸의 평형기관은 귀에 있는 달팽이관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전정기관의 기능이 떨어져 똑바로 걷거나 서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에 재활훈련은 이러한 전정기관이 스스로 재활할 수 있도록 돕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전정기관을 재활하기 위한 운동으로 뭐가 있는지 잘 모릅니다. 보통 병원에서 의사의 지시에 따르거나 간호사의 도움을 받는 게 전부죠. 저희가 개발한 시스템을 이용하면 전문가의 전정재활 운동동작을 혼자서도 쉽게 따라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가능하도록, 실감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해당 시스템이 상용화 된다면 환자는 굳이 재활센터에 갈 필요 없이 집에서 편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경우 집집마다 인터넷이 잘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재활 치료 콘텐츠를 가정으로 전송하면 환자에게 있는 주변장치와 연동되면서 집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하나의 IPTV 채널로 다섯 개의 스크린에 영상을 동시에 전송할 수 있습니다. 전후좌우의 실감나는 트레이너 운동영상을 볼 수 있죠. 환자나 의사는 노트북, 스마트폰, PC, TV 등을 통해 원격으로 재활훈련을 한 후 자세교정이나 올바른 훈련여부를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단말과 많은 스크린을 통해 재활을 하게 되면 환자의 시야가 넓어져 보다 실제적으로 느끼고 훈련 효과가 커질 수 있어요.”

연세 든 부모님 생각하며 개발한 기술

허재두 박사는 “이번 연구를 진해하면서 연세가 많이 드신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며 연구 과정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느덧 연세가 드신 부모님을 뵈니 주름도 많이 지고 걸음걸이도 달라지셨더라고요. 앉았다가 일어설 때는 어지럽다고 하시고요. 그런 부모님을 뵐 때마다 병원에 가지 않을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전정재활시스템을 개발하게 된 거예요. 이런 개발을 통해 생활에 불편한 점을 해결하는 것이 ‘연구’가 아닐까요.”

출발은 뜻 깊었지만 어려움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실감효과를 콘텐츠와 재가공 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개의 미디어를 동시에 전송한 후 다양한 사용자 미디어에 맞게 재생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개발한 기술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ISO 국제표준화도 병행해야 했습니다. 3년이 안 되는 짧은 기간 내에 연구 개발 뿐 아니라 국제표준을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쌓은 국제표준전문가로서 실감재현 엔진기술에 대해 MPEG이라는 국제표준화회의에 참여했고, 위원회 단계에서 문서가 인정되는 2건의 CD(Committee Drafts)급 표준 채택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정말 뿌듯하더군요.”

허재두 박사는 1987년부터 PC통신 시스템을 개발해 국내 처음으로 전국 상용화를 이룬 장본인이다. 이후 무선 홈네트워크 분야에서 네트워킹 시스템을 주로 개발해 왔으며, 현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융합기술과 미래연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만큼 허 박사의 관심을 끄는 연구 분야는 10년, 혹은 20년 후의 융합기술로 현실화 할 수 있는 미래기술 분야다. 그는 미래의 가정은 어떤 모습일지, 혹은 미래의 도시와 자율주행자동차,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은 무엇인지 등에 호기심을 갖고 있다.

“미래 기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 융·복합입니다. 세계는 지금 끊임없는 연구로 미래를 대비했습니다. 이제 화성탐사 및 우주여행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이러한 프로젝트는 방송, 위성, 통신, 기계, 전자, 센서, 소재, 섬유 등 모든 분야의 융·복합을 전제로 합니다. 우리나라도 지금 향후 10년 내지는 20년을 준비하는 의미에서 국가차원의 미래 지향적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TRI도 국가차원의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선도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고, 저도 이러한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좋은 성과를 얻고 싶습니다.”

요리사가 기쁨을 느낄 때는 자신의 음식을 많은 사람들이 맛있게 먹어줄 때이듯, 연구자가 기쁨을 느낄 때는 자신의 연구결과가 사람들에게 널리 사용될 때라는 허재두 박사. 그는 앞으로 미래의 꿈을 이루는 연구자가 되기 위해 현재의 연구에 깊이 몰두하고 싶다며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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