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이제 만물에 AI가 담긴다

‘사물인터넷’ 넘어 ‘자율형 사물’, ‘지능형 사물’ 시대로

지난 11월 20일 삼성전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빅스비 개발자 데이 컨퍼런스’를 주최했다.

이 컨퍼런스의 목적은 빅스비의 적용 방향을 설명하는 것이다. ‘빅스비 (Bixby)’는 삼성전자에서 개발한 음성 인공지능(AI)으로 갤럭시 S8부터 적용돼 왔다.

그런데 이날 컨퍼런스에서 삼성전자는 참석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발표를 했다. 빅스비를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모든 가전 기기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매우 도전적인 선언이다. 단순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수준을 넘어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사물 기기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빅스비 개발자 데이 컨퍼런스 진행 모습 ⓒ 삼성전자

빅스비 개발자 데이 컨퍼런스 진행 모습 ⓒ 삼성전자

그런데 이러한 혁신적인 계획을 삼성전자만이 구상하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이미 정보통신기술 업계에서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0월 시장 조사 기관 ‘가트너(Gartner)’는 2019년 10대 유망기술을 발표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IoT가 빠졌다는 것이다. 대신 ‘자율형 사물(AT; Autonomous Things)’이 10대 유망 기술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가트너의 전망과 삼성전자의 발표를 통해 우리는 사물 기기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IoT에서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 것일까?

IoT는 오래된 기술

사물 기기의 모습 발전을 알아보기 전에 IoT 역사부터 알아보자. IoT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처음 언급된 곳은 2002년 5월 ‘포브스(Forbes)’에 게재된 기사다.

그런데 이는 공식적인 자료일뿐, IoT에 대한 실제 최초 언급은 포브스가 아니었다. 2002년 포브스 기사에 따르면, 당시 프록터 앤드 갬블(P&G)의 이사였던 ‘케빈 에쉬튼(Kevin Ashton)’이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의 방향성을 언급하면서 IoT를 최초로 언급했다.

이에 케빈 에쉬튼은 “1999년 P&G 주최 컨퍼런스에서 IoT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언급한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케빈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IoT는 내년에 20주년을 맞이할 정도로 오래된 기술이다.

IoT는 생각보다 오래된 개념이다.  ⓒ Pixabay

IoT는 생각보다 오래된 개념이다. ⓒ Pixabay

더 놀라운 것은 IoT라는 용어 등장이 20년이 됐다는 것이지, 기술 등장이 20년이 됐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관련 개념의 등장은 20년보다 훨씬 더 오래됐다.

최초 IoT 기술의 등장은 1982년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미국 카네기 멜런 대학교 컴퓨터 공학과의 한 학생이 콜라 자판기에 IoT 유형의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적용 이유는 단순했다. 콜라를 좋아하던 그 학생은 콜라를 뽑아 먹기 위해 멀리 떨어져 있는 자판기로 자주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콜라의 인기가 많다 보니 헛걸음한 적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학생은 콜라 자판기에 콜라 잔여량과 시간을 기록하는 센서를 적용했다.

그리고 그는 콜라 자판기의 상태를 원격으로 알 수 있도록 조치했다. 참고로 당시에는 인터넷이 없었기에 인터넷의 원형인 ‘아르파넷(ARPANet)’을 이용했다.

결국 최초 등장 시점을 고려하면, IoT는 거의 40년 가까이 된 기술이다.

2002년 이미 포브스는 ‘IoT가 10년 내로 모든 사물 기기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런데 이 전망이 맞다면, 2012년쯤에는 IoT가 모든 기기에 적용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15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IoT는 모든 사물에 적용돼 있지 않다. 이러한 전망이 실현되려면 7년은 앞으로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조사기관 스태티스타 (Statist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IoT 기기 수는 약 231억 개다. 2025년 IoT 기기 수는 754억 개를 넘을 전망인데, 이 정도 수치는 돼야지 전부 적용됐다고 표현할 수 있다. 결국 포브스는 IoT 적용이 15년이나 일찍 적용될 것으로 잘못 전망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IoT 세상이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오지 않아 실망감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IoT 기술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서비스를 담기 시작한 사물기기 ⓒ Pixabay

AI 서비스를 담기 시작한 사물기기 ⓒ Pixabay

IoT에서 IIoT로, 그리고 AT로 발전

서두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사물 기기는 인터넷을 넘어 AI를 제공하는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 모습은 가트너 10대 유망 기술의 이력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가트너가 10대 유망 기술에 IoT를 최초로 포함한 것은 2012년이다. 당시 IoT를 네트워크 센서를 통해 사물 기기가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로 정의했다. 가트너는 2013년에도 IoT를 유망기술에 포함시켰다.

2014년에는 ‘IoE(Internet of Everything)’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이는 사물 기기를 넘어 사람, 장소에도 네트워크 센서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5년에는 또 다시 IoT가 대세로 전망됐고, 2016년에는 다시 한 번 IoE가 언급된다. IoE와 IoT는 사실상 같은 기술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용어 사용의 차이는 있었지만, 가트너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IoT를 유망 기술로 정의했다. 그리고 IoT가 적용된 기술을 ‘스마트 기기’로 분류하면서 10대 유망 기술에 이를 별도로 포함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전망이 2017년부터 달라지기 시작한다. 가트너는 2017년과 2018년 10대 유망 기술에 IoT가 아닌 ‘지능형 사물(Intelligent Things, IIoT)’을 선정했다.

이는 IoT와는 약간 다른 개념이다. 엄밀히 말하면, IIoT는 IoT 기능에서 AI 서비스 제공이 추가된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지난 10월 가트너는 자율형 사물(AT)을 2019년 10대 유망 기술 중 하나로 선정했다. IIoT와 AT의 공통점은 AI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다만 AT는 자동화에 초점을 뒀다면, IIoT는 지능형 서비스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가트너의 7년간 전망한 10대 유망기술 이력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사물 기기는 IoT에서 AT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인터넷 접속을 넘어 AI를 담는 사물 기기로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IoT와 스마트 기기의 구분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IoT가 적용된 사물 기기를 스마트 기기로 정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IoT는 일종의 센서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구분이 사라진 것이다. 사물 기기 자체가 IoT, IIoT 혹은 AT인 것이다.

앞서 스태티스타는 2025년에 754억 개 이상의 IoT 기기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러한 전망을 변경해야 할 것 같다. IoT에서 AT로 변모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미래에는 인터넷 연결을 넘어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물 기기가 주변 곳곳에 존재할 전망이다.

(4320)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