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로봇윤리를 논의해야 할 때

로봇 확산으로 문제 발생 소지 커져

로봇윤리라는 단어는 2002년 처음 등장했다. ‘지안마르코 베루지오’라는 로봇공학자에 의해서였다. 공식적인 사용은 2004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1회 국제로봇윤리 심포지엄에서 시작됐다. 같은 해 일본 후쿠오카에서 개최된 세계로봇박람회에서는 ‘세계로봇선언’이 공포됐다. 공학자와 인문학자들이 모여 2010년 로봇윤리 초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로봇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11월에 영국 캐임브리지대에 설립될 ‘실존적 위험 연구 센터'(CSER)가 바로 그 시작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점점 로봇윤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있다. 그렇다면 로봇윤리란 무엇일까? 이상헌 동국대 교수는 ‘융합시대 기술윤리’라는 저서에서 로봇윤리의 세 가지 개념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로봇의 설계와 제조, 판매, 사용에 관한 윤리적 규범인 로봇공학의 윤리이다. 두 번째는 로봇이 지키도록 해야 하는 로봇의 행동규범이다.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갖춘 로봇에 해당되는 윤리규범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터미네이터 수준의 로봇에 해당되는, 인간윤리에 상응하는 개념의 로봇윤리이다.

▲ 이상헌 동국대 교수는 ‘융합시대 기술윤리’라는 저서에서 로봇윤리의 세 가지 개념을 제시했다.

중점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첫 번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 로봇은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측면이 많다. 스웨덴 디라벨(DeLaval) 사의 로터리식 착유기 ‘디라벨 암(Delaval AMR)’은 소 90마리를 전 자동으로 착유하고 있다. 최대 5개의 로봇 암이 유두의 소독까지 맡아서 하고 있다. 일본 농식품산업기술종합연구소의 ‘딸기 수학 로봇’은 2개의 카메라를 사용해 3차원 공간 내의 딸기를 찾아내서 숙성 가감을 판정한다.

로봇은 매스를 대체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극도의 정밀함을 요구하는 외과에서도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7월 세브란스 병원이 처음 ‘다빈치 로봇수술’을 시작한 이래 전국 30여 개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수술 건수도 2005년 24건에서 2010년 6천500건으로 급증했다. 최근 가장 강렬한 인식을 심어준 로봇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시 도입된 미국 아이로봇사의 ‘팻봇’이다. 원전의 폐허 속을 뚫고 들어가 오염된 잔해를 제거하고 방사선 지옥을 청소해 로봇 산업 미래에 기대감을 갖게 했다.

프라이버시, 정서적 유착 문제될 수 있어

로봇산업 중 개인 서비스 분야는 발달 속도가 빠르다. 대표적으로 보행, 목욕, 식사 등을 도와주고 움직임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우가 혼자서도 휠체어 탑승이 가능하게 해주는 돌봄 로봇이 있다. 일본 아시트사(ASIT)의 ‘파로’는 로봇 애완견으로 팔을 쓰다듬거나 안고 있으면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최근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트라우마가 생긴 노인들에게 위안을 주고 있다. 애완동물 못지않은 정서적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니혼전기주식회사(NEC)가 개발한 ‘파페로’는 대화형 로봇이다. 아이들과 장시간 동안 대화가 가능해 친구가 될 수 있다. 로봇 자체가 아이의 장난감이 될 수도 있다. 수수께끼나 제비뽑기 기능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를 감독하거나 공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문제는 ‘파페로’가 아이들을 감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로봇의 눈에 카메라가 달려 있어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이 영상으로 부모의 컴퓨터나 이동전화로 송신된다. 여기서 프라이버시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비디오 녹화 등으로 서비스 대상의 사적 정보를 수집하고 기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정보의 수집과 관리를 위한 적절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심리적인 부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어린 아이들에게서 정서적 유착과 같은 정서적 문제가 그것이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더 큰 문제가 된다. 노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노인 역시 치료이든, 위안이든 로봇과 친숙해지는 과정을 통해 모종의 인격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상헌 교수는 ‘융합시대 기술윤리’에서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 해결책을 고심하기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돌봄 로봇에 관련해 광범위한 논의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로봇윤리의 가장 뜨거운 분야, 군사 관련 로봇

▲ 현재 무인로봇에 관련된 기술은 43개국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봇윤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군사로봇 분야이다. 현재 무인로봇과 관련된 기술은 43개국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독 군사로봇 이용에 대한 찬반양론이 뜨거운 것은 인간을 살상할 수 있는 무기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슈가 되는 부분은 민간인과 군인, 혹은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지 못하고 공격하는 것에 대한 것이다. 아무리 적군이라도 전쟁터에서 민간인 공격은 국제적으로 비난 대상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식적으로 금지시키고 있기 때문에 더욱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실 미국에서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통해 전투 로봇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숫자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2003년만 해도 이라크 전에 배치된 지상 로봇은 적의 탐지나 폭발물 제거 등에 쓰이는 극소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1만2천대가 넘을 정도이다.

영국 셰필드대학에서 로봇공학과 인공지능을 가르치는 노엘 샤키 교수는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군사로봇이 도덕적인 쟁점이나 국제 규범에 대한 검토 없이 너무 빨리 개발되고 있다”며 “사탕을 든 아이와 총을 든 남자를 구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이용된다면 이는 윤리적으로 문제”라고 지적했다.

긍정적 여론도 만만치 않다. 자동화된 로봇들은 해악보다는 더 좋은 일들을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들은 “군사로봇은 전투의 스트레스 속에서 비논리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 로봇 군인들은 화가 나서 마을을 불태워버리는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이다. 무인 자동차들은 도로를 더욱 안전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로널드 아킨 교수도 “로봇 시스템은 전쟁터에서 발생하는 민간인들의 희생을 오히려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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