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플랫폼 시장에 뛰어든 적정기술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34) 코페르닉과 허니비네트워크

바야흐로 플랫폼 전성시대다. 물류나 제조 등 산업의 거의 모든 분야가 플랫폼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플랫폼 시스템은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기는 중요한 인프라로 활용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적정기술 분야라고 예외가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적정기술은 개발자들이 저개발 국가를 직접 방문하여 현지에서 기술을 제공하거나 제품을 만들어 주던 오프라인 위주로 운영되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온라인으로 기술과 인재를 중개해 주는 플랫폼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의 적정기술은 온라인을 통해 네트워크 상에서 거래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 ief.in

대표적 사례로는 적정기술 개발자와 기술이 필요한 저개발 국가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인 ‘코페르닉(Kopernik)’과 인도의 비영리 단체가 운영하는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인 ‘허니비 네트워크(Honeybee Network)’를 꼽을 수 있다.

검증된 기술이나 제품을 플랫폼 통해 제공

코페르닉 플랫폼은 개발을 완료한 적정기술이 저개발 국가의 주민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기술 개발자와 저개발 국가의 주민들, 그리고 기부자 및 투자자 등을 이어주는 것을 목적으로 탄생했다.

예를 들어 길이 험한 지역에서도 손쉽게 물을 길어 나를 수 있도록 설계된 ‘큐드럼(Q-drum)’이나 휴대용 정수기인 ‘라이프스트로(Life Straw)’ 같은 적정기술 제품이 완성됐을 때, 이를 필요로 하는 저개발 국가의 주민들에게 소개하고 제작 및 보급에 필요한 비용을 대신 지불해 줄 NGO 단체나 기부자를 연결해 주는 것이다.

코페르닉 플랫폼은 큐드럼이나 라이프스트로처럼 이미 효과가 검증된 적정기술 제품들이 제작 비용이나 물류 비용 같은 문제로 저개발 국가의 외진 지역으로 보급이 되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 플랫폼의 설립자인 일본의 ‘토시 나카무라(Toshi Nakamura)’ 대표와 ‘에와 오즈코우스카(Ewa Wojkowska)’ 대표는 코페르닉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에 대해 “코페르니쿠스가 주장했던 지동설처럼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시스템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라고 밝히며 “적정기술 분야에도 이런 혁신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두 설립자의 말처럼 코페르닉 플랫폼은 저개발 국가의 주민들을 위해 적정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 및 현지 공동체와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동시에 온라인 플랫폼의 구조를 갖추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코페르닉 플랫폼에 올라와 있는 분야별 프로젝트는 수백 가지다 ⓒ kopernik.info

얼핏 보면 코페르닉 플랫폼은 가난한 사람들이 담보 없이도 소규모 창업을 위해 종잣돈을 빌릴 수 있도록, 은행의 소액대출과 소셜 네트워킹을 접목한 키바(KIVA)의 모델과 유사하다. 하지만 코페르닉 플랫폼은 대출보다는 적정기술 및 이를 이용한 제품의 보급에 집중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코페르닉 플랫폼의 운영 방식은 다음과 같다. 적정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코페르닉에 제안을 하면 해당 기술이나 제품을 검토한 후,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소개 내용을 올린다. 이를 본 저개발 국가의 주민들이 코페르닉 측에 요청하면 즉시 원조를 위한 공개 모금이 시작된다.

모금이 완료되면 돈은 적정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전달되고, 기업은 상품을 제조하거나 기술을 이전해서 저개발 국가의 주민들에게 제공된다. 이후 코페르닉은 저개발 국가를 방문하거나 주민들의 의견을 접수하여 과거에 비해 발전된 현실을 홍보한다.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저개발 국가 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된 사례들은 수없이 많다. 물로 도수를 조절하는 안경부터 시작해서 효율이 좋기로 소문난 조리용 난로 등 20여 개 국가에서 120개가 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코페르닉의 나카무라 공동 대표는 “사람이 생활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여건, 이를테면 깨끗한 물을 마시거나 어둠을 밝혀주는 빛을 제공해 주는 등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여건을 우리가 구축한 플랫폼을 통해 제공해 준다는 점에 대해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저개발 국가 주민들의 아이디어를 사업화

코페르닉이 완성된 기술이나 제품을 저개발 국가 주민들과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라면 허니비 네트워크는 저개발 국가의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사업화하여 그들에게 경제적 혜택을 안겨주는 비영리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이다.

인도의 아마다바드 인도경영연구소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아닐 쿠마르 굽타(Anil Kumar Gupta)’ 박사에 의해 설립된 이 플랫폼은 적정기술 전문가들이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방문해서 숨어 있는 아이디어들을 발굴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아이디어가 도용되지 않도록 특허 출원 업무를 대행해 주는 것은 기본이고,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려는 투자자들을 직접 유치하고 계약서 작성 등을 대리해서 수행해 주기도 한다.

빈민의 아이디어를 온라인을 통해 사업화하는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이 확대되고 있다 ⓒ Commonthreads.sqi.org

허니비 네트워크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치른 계기는 어느 가난한  주민이 만든 살충제 때문이다. 과거에 굽타 박사가 한마을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 마을은 다른 지역과 달리 농작물이 해충들로부터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원인을 조사하던 굽타 박사는 마을의 한 주민이 제조하는 순식물성 환경친화적 살충제 때문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굽타 박사는 이로운 진딧물은 살리고 해로운 해충들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는 이 살충제를 상품화할 것을 권했고, 그 결과 그 주민은 과거 농사로 벌던 수입의 20배 이상을 평생 특허 사용료로 벌게 되면서 허니비 네트워크의 명성이 올라가게 되었다.

굽타 박사는 “약 20만 개 정도의 아이디어가 허니비 네트워크 플랫폼에서 거래되고 있다”라고 밝히며 “인도 외에도 중국, 케냐, 에티오피아, 페루, 멕시코 등 전 세계 70여 개국에 네트워크가 확산돼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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