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돕는 로봇 실용화 ‘성큼’

서류 및 물품 전달 등 의료 현장 단순 업무에 투입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의료현장에서는 목숨을 건 의료진의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 마스크와 고글을 쓰고 방호복까지 입은 채 일을 하다 보면,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2~3시간 만에 탈진하기 일쑤다.

문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일을 반복해야 하는 의료진들이 많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의료장비 및 보조인력이 모자라서, 치료에만 전념해야 하는 의료진들이 쓸데없는 일에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의료 현장에서 간호사의 잡무를 보조해 줄 수 있는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 Diligent Robotics

이 같은 상황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지고 있는데, 최근 미국의 한 로봇 전문업체가 의료진들의 일손을 거들어 줄 수 있는 간호 보조 로봇을 개발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간호사의 잡무를 도와주는 보조 로봇 개발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이 창궐하기 시작하면 급증하는 환자들을 수용하지 못해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기 일쑤다. 의료시설과 장비가 모자라는 것은 둘째치고, 우선 이들을 돌볼 수 있는 일손이 턱없이 부족해진다.

대표적으로는 간호사 인력이 급격하게 부족해지는 점을 꼽을 수 있는데, 국제간호협의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간호사들은 전체 근무 시간의 28%를 간호 업무와 무관한 일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비를 옮기거나 서류를 가져다주는 등의 잡무만 하지 않아도, 보다 효율적으로 간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간호사들의 의견이다.

간호 보조 로봇은 이 같은 의료 현장의 목소리에 부응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로봇 스타트업인 ‘딜리전트로보틱스(Diligent Robotics)’가 선보인 간호 보조 로봇이 바로 그것.

‘목시(Moxi)’라는 이름의 이 간호 보조 로봇은 병원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자료나 약품, 또는 샘플 등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기기 위해 개발되었다. 이 같은 업무는 지금도 주로 간호사들이 담당하고 있지만, 목시가 전담하게 되면 간호 인력은 각종 잡무에서 해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목시의 하드웨어는 일반적인 로봇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우선 하반신은 다리 대신에 바퀴가 달린 몸체가 대신한다. 상반신도 보통 팔이 2개인 일반적인 로봇과 달리 팔이 하나뿐이어서 다소 생소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간호 보조 로봇인 목시의 하드웨어 ⓒ Diligent Robotics

반면에 소프트웨어는 첨단 프로그램으로 무장되어 있다. 물건을 인식한 뒤 이를 잡을 수 있는 동작을 하기 위해 머신 러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로봇운영체제(ROS) 기반의 SW를 탑재하고 있어서 다양한 기능으로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개발사 측의 설명이다.

개발사 측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목시는 스스로 사람을 피해 복도를 이동하며 환자복을 수거하고 의료진이 요청한 약품을 정해진 장소에 배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재는 아직 기능적으로 모자라지만, 감염이 예상되는 위험한 장소에서 의료용 폐기물을 수거하는 작업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개발사는 기대하고 있다.

목시는 올해 초부터 텍사스주의 메디컬시티 병원에 임시 투입되어 간호사들의 잡일을 지원하는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드레아 토마스(Andrea Thomaz)’ 대표는 “테스트 기간동안 목시는 125명의 간호사와 함께 지내며 일하는 법을 익히고 있다”라고 밝혔다.

토마즈 대표는 “오는 2030년 경에는 미국에서만 약 300만 명의 간호 인력이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라고 전하며 “목시 같은 간호 보조용 로봇이 병원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기대했다.

환자에게 음식을 먹여주는 간병 로봇도 개발

간호사의 업무를 지원해 주는 로봇이 있다면,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돌봐주는 간병 로봇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미 워싱턴대의 ‘시드하르타 스리니바사(Siddhartha Srinivasa)’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환자의 식사를 돕는 작업에 특화된 로봇인 ADA(Assistive Dexterous Arm)를 개발하고 있다.

ADA는 목시보다도 더 일반적인 로봇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일본에서 많이 개발하는 형태인 사람을 닮은 로봇이 아니라, 전동식 휠체어에 오직 로봇팔만이 덩그러니 부착된 모습을 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렵지만, 서비스의 목표가 단순하기 때문에 더 실용적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로봇의 형태가 너무 단순하다는 지적에 대해 스리니바사 교수는 “환자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서비스 그 하나에 집중하기 위해서 그런 모양을 선택했다”라고 설명하며 “침대나 휠체어에 앉은 환자의 식사를 돕는 일이 간단해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물성이 다른 과일을 각각 다른 힘으로 찍을 수 있는 간병 로봇 ⓒ Washington.edu

스리니바사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스푼이나 포크를 이용해서 음식물을 환자의 입에 넣는 과정은 로봇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작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푼을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릇에서 음식을 뜨고, 환자의 입에 가져가고, 음식을 입에 넣은 후 스푼을 빼는 일련의 과정은 모두 각도가 다르고 가해지는 힘이 달라서 일일이 조건을 맞혀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로봇의 행동을 상황별로 설정하는 작업은 과거에는 꿈도 꿀 수 없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로봇이 여러 가지 사물을 정확히 인식하고 상황에 맞게 작동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개발이 가능하게 되었다.

현재는 초기 단계이지만, 간병 로봇은 당근이나 토마토처럼 물성의 차이를 인식하여 각기 다른 힘으로 찍은 후 환자의 입에 가져가는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연구진은 음식물 이외에 도 환자를 부축하거나 때에 따라 약을 제공하는 등의 여러 가지 작업을 통해 환자를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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