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0년 전 미국의 시인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Henry Wadsworth Longfellow)는 ‘음악은 인류의 보편적 언어’라고 단언한 바 있다.
실제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세계적 인기를 끄는 것을 봐도 음악은 인종과 국경을 넘어 보편성을 띠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최근 시인 롱펠로의 말이 단순한 상투적 문구인지 아니면 문화적으로 자명한 이치를 표현한 것인지를 밝힐 수 있는 가장 포괄적인 과학 연구를 수행해 그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21일 자에 발표했다.
이들은 세계 여러 곳의 각종 민족음악을 여러 해에 걸쳐 수집해 분석한 결과, 음악은 전 세계에 유사한 방식으로 사회생활에 스며들어 있다며 음악의 보편성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음악 분야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행한 심층 연구로, 이 분야 연구의 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5년 이상 도서관과 개인 소장 음악 기록 수집
이 연구에는 하버드 데이터 과학 계획(the Harvard Data Science Initiative) 펠로우이자 심리학과 연구원인 새뮤얼 메어(Samuel Mehr), 인류 진화 생물학과 만비르 싱(Manvir Singh) 연구원 그리고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공부하다 지금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인류학과 교수로 있는 루크 글로와키(Luke Glowacki) 박사가 참여했다.
이들은 ‘음악이 과연 문화적 보편성을 지니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어떤 음악적 특성이 이질적인 사회들을 넘어 공통분모를 갖는가? 반대로 그렇지 않다면 음악은 왜 어디에서나 흔하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출발했다.
연구팀은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례 없이 폭넓고 깊이 있는 데이터세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료 확보에 나섰다.
5년 이상에 걸쳐 세계 여러 곳의 도서관과 과학자들의 개인 소장품을 뒤져 수백 개의 녹음기록을 찾아냈다.
인류의 음악성 특성은 벽화를 그린 예술적 특성에 비추어 일찍부터 발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집트 서부 테베에 있는 18대 왕조 나크트 묘의 아문 신 음악인들 그림. ⓒ Wikimedia / The Yorck Project (2002) 10.000 Meisterwerke der Malerei (DVD-ROM), distributed by DIRECTMEDIA Publishing GmbH.
‘노래의 자연사’ 데이터베이스 구축
현재는 하버드대 음악 연구소(Harvard’s Music Lab) 주임 연구원으로 있는 새뮤얼 메어 연구원은 “우리는 좋아하는 음악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인터넷에서 찾아낼 수 있을 만큼 익숙해 졌다”며, “그러나 온라인으로 접근할 수 없는 보관소에 수백만 개의 기록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우리가 무엇을 찾을 수 있을지 알지 못했다”며, “언젠가는 이상하게 보이는 번호를 발견하고 하버드대 사서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20분 후에 전통 켈트 음악이 담긴 오픈 릴식(reel-to-reel) 테이프 20개를 카트에 싣고 왔다”고 말했다.
메어와 싱 연구원은 인류학자와 민족음악학자들의 개인 소장품에서 릴테이프와 비닐 테이프, 카세트 테이프, CD 및 디지털 녹음기록을 확보해 음악 목록에 보탰다. 그리고 이를 60개 (민족)사회에서 수집한 5000개의 음악 기록이 포함된 민족지(民族誌)와 결합시켰다.
메어와 싱 및 글로와키 연구원은 이를 ‘노래의 자연사(The Natural History of Song)’ 데이터베이스라고 일컬었다.
국제 협동 작업으로 확대돼
이들의 질문은 매우 설득력이 있어서 프로젝트는 음악가와 데이터 과학자, 심리학자, 언어학자 및 정치학자들의 호응을 얻어 중요한 국제 협동 작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들이 연구를 통해 도출한 가장 큰 답은, ‘음악은 전 세계에 유사한 방식으로 사회생활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다.
메어 연구원은 “대학원생으로서 유아의 음악 인식에 관한 연구를 하다가 이런 모든 연구들이 음악은 보편적이라는 주장을 한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에 관한 모든 논문들이 음악은 보편적이라는 거창한 주장으로 시작하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인용 논문이 없었다”며, “이제 우리가 그 자리를 메울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315개 사회에서 5000여 개 고유 음악 수집
연구팀은 대규모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서 민족지 정보가 있는 모든 사회(315개)를 조사해 음악에 관한 내용을 찾아냈다.
민족지 부문에서는 30개의 서로 다른 지역에 걸쳐 있는 60개 하위 문화권으로부터 5000개가량의 노래 기록을 수집했고, 음악 목록으로는 30개 지역의 86개 하위 문화권에서 118곡의 노래를 모았다.
연구팀과 참여 연구자들은 민족지(ethnography)와 음악 목록(discography)을 코딩해 ‘노래의 자연사’를 수십 개의 변수로 구성했다. 그리고 가수와 청중들, 일자와 시간, 노래 지속시간, 악기 유무 그리고 민족지에 있는 노래에 관한 수천 개 구절의 자세한 세부사항을 기록했다.
음악 목록은 기계적 요약과 청취자 등급, 전문가 주석, 전문가의 검토 기록 등 네 가지 방법으로 분석했다.
행동 기능 공유하는 노래, 음악적 특성 유사
연구팀은 음악이 여러 사회를 통틀어 아기 돌봄과 치유, 춤, 사랑(애도와 전투, 행진과 의식 같은 다른 많은 것들에서 볼 수 있는)과 같은 행동과 연관돼 있고, 이 행동들은 사회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장가나 치유를 위한 노래, 춤 노래, 특히 사랑 노래를 조사하면서 연구팀은 행동적 기능을 공유하는 노래들은 유사한 음악적 특성을 갖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싱 연구원은 “자장가와 춤 노래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또한 매우 정형화돼 있다”고 말하고, “춤 노래와 자장가는 음악이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을 한정해 주는 경향이 있는 것 같으며, 거의 반대되는 특성을 가지고 매우 다른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싱 연구원은 ‘노래의 자연사’ 프로젝트에 문화적 특수성에 관심이 있는 현장 인류학자로서 그리고 인간의 보편성에 관심을 가진 진화 이론가로서 참여했기 때문에, 음악을 여러 문화가 혼재된(cross-cultural) 것으로 보는 시각은 그를 매우 놀라게 했다.
그는 심오한 음악 패턴을 보고 모든 곳의 인간 문화가 공통된 심리적 구성요소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음악 교육으로 연구 생활을 시작한 메어 연구원에게 이번 연구는 ‘음악 문법(musical grammar)’의 지배적 규칙을 풀어내는 쪽으로 관심이 향하고 있다.
이런 생각은 수십 년 동안 음악 이론가와 언어학자, 음악 심리학자들 사이에 퍼져 있었으나, 문화 전반에서 입증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는 “음악이론에서 음조(tonality)는 종종 서양 음악에서 발명된 것처럼 얘기되지만, 우리 데이터를 보면 그것은 음악의 보편적 특성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이는 모든 음악의 기초를 이루는 구조와 함께, 우리 마음이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돼 있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긴급한 의문을 불러 일으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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