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 연구”는 태초로 거슬러 올라가는 작업

스페이스 오페라 강연 8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우주와 은하 구현"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은하 중에는 회오리 모양의 은하도 있고, 타원형 모양의 은하도 존재한다. 놀라운 점은 그런 다양한 모양의 은하들이 우주에는 수천억 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도대체 이 많은 은하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우주와 은하 속에 숨어있는 비밀을 밝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카오스재단

이런 궁금증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계산하여 우주와 은하 속에 숨어있는 비밀을 밝혀보는 행사인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 여덟 번째 강연이 지난 21일 온라인상에서 개최되어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과학 대중화를 목표로 설립된 카오스재단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태양계를 시작으로 행성과 은하 등 우주와 관련된 모든 것을 전문가의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두 개의 은하가 합쳐 하나의 커다란 은하로 재탄생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한 우주와 은하’라는 주제에 대해 발표한 신지혜 한국천문연구원 은하진화연구그룹 선임연구원은 “우주와 은하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궁금증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신 박사는 “우주에는 정말로 다양한 은하가 존재하는데, 은하가 생성되는 대표적 방법으로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은하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 박사의 설명처럼 은하는 구조와 밀도, 그리고 가스량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이루고 있고 이런 은하들이 합쳐지면서 또 다른 형태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수십 억 년에 걸쳐 진행되다 보니 그 과정을 관측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두개의 소은하가 합쳐져 하나의 대은하가 생성되는 과정 ⓒ NASA

신 박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바로 이처럼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지는 은하의 변화상을 파악하기 위한 도구”라고 소개하면서 “통계학적 접근을 통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은하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가상의 우주와 은하를 만들어 태양계가 속해있는 우리 은하의 모습을 추론해 보거나, 은하들이 어떤 모양으로 분포하는지를 추정해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추론하는 우주와 은하의 모습 중 대표적 사례로는 우주거대구조 가설론이 있다. 우주가 마치 거미줄 같은 그물처럼 생겼다하여 일명 ‘그물망구조론(cosmic web structure)’으로도 불리는 이 가설은 우주에는 거대 은하단이 드문드문 존재하고, 이 은하단은 가늘고 긴 필라멘트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데서 따온 표현이다.

우주와 은하가 가진 신비를 파악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대해 신 박사는 “이론 연구방식과 실험 연구방식이 있다”라고 소개하면서 “이론 연구방식은 기존의 해석학적 연구에 수치해석학적 연구가 더해진 것이고, 실험 연구방식은 가설을 제시한 후 수치모형 설계를 수행하고 관측과 비교를 거친 끝에 가설을 검증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우주의 비밀을 품고 있는 암흑물질 연구

신 박사의 강연 하반부는 암흑물질과 은하생성에 대한 설명으로 채워졌다. 암흑물질(dark matter)은 우주에 널리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직접 관측하지는 못한 물질을 일컫는 용어다. 여러가지 천체물리적인 현상들에서 눈에 보이는 물질보다 더 많은 물질이 필요한 중력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해 이런 개념이 도입되었다.

암흑물질에 대해 신 박사는 “직접적으로는 관측되거나 검출되지는 않았지만, 나선은하의 안정성이나 은하회전 속도, 또는 중력렌즈 등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여러 현상에서 발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암흑물질은 암흑에너지와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우주는 4%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 96%는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존재들인데, 천문학계는 나머지를 27%의 암흑물질과 69%의 암흑에너지로 구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는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그동안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시도되어 왔지만, 기존 우주론적 유체역학 수치 모의실험에서는 가상 우주 공간의 크기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암흑에너지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지난해 국내에서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고등과학원 및 한국천문연구원과 함께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을 활용하여 우주 진화와 은하 생성을 계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치 모의실험인 HR5(Horizon Run 5)를 수행했다.

암흑물질은 우주와 은하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로 여겨진다 ⓒ 카오스재단

연구팀은 당시 시뮬레이션 규모를 크게 확장하여 표준 우주 모형에 가장 가깝게 재현했다. 이에 대해 천문학계는 HR5를 국내 연구진이 주도한 세계 최대 규모의 우주론적 유체역학 시뮬레이션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한편 신 박사는 강연 말미에 암흑물질과 상반되는 개념인 바리온(baryon)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중 우리 눈에 보이는 보통 물질은 5%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95%는 암흑물질 26%, 암흑에너지 69%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현존하는 천문학계의 정설이다.

여기서 우리 눈에 보이는 보통 물질을 바리온이라고 하는데, 바리온은 수소나 헬륨 또는 이보다 무거운 원소들과 같은 일반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양자나 중성자 또는 아원자 입자들과 같은 원소를 가리킨다.

신 박사는 “별의 탄생과 초신성 폭발, 그리고 블랙홀의 생성 등 천체물리학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 바로 바리온이 관여하여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신 박사는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으로 우주와 은하를 구현하는 작업은 어쩌면 ‘태초로 거슬러 올라가기 위한 인류의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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