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윤초와 1초의 의미

[이태형의 생활천문학] 이태형의 생활천문학 79

1년은 날짜로는 365일, 시간으로는 8760시간, 분으로는 52만 5600분, 초로는 3153만 6000초이다. 하지만 2017년은 3153만 6001초로 평년보다 1초가 더 길다.

1월 1일 오전 8시 59분에서 9시 사이에 1초를 추가했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1초가 더 늘어난 시간을 윤초라고 한다.

물리학이나 천문학에서 1초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빛이 30만 km를 날아갈 수 있는 시간이며, 빅뱅이 일어난 후 급팽창 과정을 거쳐 우주의 기본적인 모습이 갖추어진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학문적인 의미일 뿐 일상생활 속에서 1초의 의미를 크게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실 윤초를 넣는 제도에 반대하는 국가들도 많다. 윤초는 어떤 의미이고, 정말 필요한 제도일까? 오늘은 윤초와 1초의 의미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윤초를 알리는 미국의 공식적인 시간 사이트. ⓒ www.time.gov

윤초를 알리는 미국의 공식적인 시간 사이트. ⓒ www.time.gov

1초의 의미

지구가 태양을 기준으로 한 바퀴 자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하루, 즉 태양일로 알려진 24시간이다. 지구가 별들을 기준으로 360도 회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3시간 56분 4초로, 이 시간은 항성일이라고 부른다.

태양일이 항성일에 비해 약 4분 정도 더 긴 이유는 지구가 하루에 약 1도 정도 태양을 공전하기 때문이다. 지구가 이 각도만큼 더 자전을 해야 태양이 원래의 위치에 오게 되는데 이 시간이 약 4분 정도이다.

그런데 하루가 24시간이라는 것은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지구의 태양일이 매일 똑같이 24시간이라는 것은 아니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궤도는 원이 아니라 타원이다.

따라서 지구가 태양에 가까워지는 1월 3일 경에는 지구의 공전 속도가 빨라져서 지구가 자전하는 동안 공전하는 각도가 1도보다 커진다. 즉, 태양일이 길어진다. 반대로 지구가 태양에서 가장 멀어지는 7월 초순에는 지구의 공전 속도가 느려져서 태양일이 짧아진다.

1초는 평균 태양일을 24시간으로 나누고, 이것을 다시 60분으로 나누고, 다시 60초로 나눈 시간이다. 즉, 태양을 기준으로 한 하루를 86,400(24x60x60)으로 나눈 시간 간격이 1초이다. 이 1초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1972년 1월 1일 세슘원자의 고유 진동수를 이용한 ‘국제원자시’가 채용되었다.

세계 최초의 세슘 원자시계. ⓒ wikipedia.com

세계 최초의 세슘 원자시계. ⓒ wikipedia.com

윤초

원자시로 1초는 세슘 동위원소(원자번호 133)와 관련된 빛의 진동수(초당 91억 9263만 1770회)를 기준으로 삼는다. 1초 동안 세슘 원자가 거의 92억 번 진동한다는 뜻은 아니다.

세슘 원자의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와 그보다 바로 위의 에너지 상태 사이의 차이에 해당하는 빛이 바로 진동수 9.2 Ghz(기가헤르츠)의 빛이다. 세슘 원자에서 나오는 이 빛의 진동수를 측정하여 약 92억 번마다 1초씩 시간을 계산하는 것이 원자시계이다. 원자시계의 오차는 수 십 만년에 1초 이하로 정밀하다.

시간을 책임지는 국제기구인 국제지구자전국(IERS)은 원자시로 측정한 시간인 세계협정시(UTC)와 실제 지구 자전에 의한 평균 태양시 사이에 0.9초 이상 차이가 나면 1초를 더하거나(양의 윤초) 빼주는(음의 윤초) 수정을 하게 된다. 이 수정은 경도 0도인 영국 그리니치 표준시를 기준으로 6월 30일 밤과 12월 31일 밤 12시 59분 59초에 하게 된다.

이번 윤초의 경우는 그리니치 표준시로 2016년 12월 31일 밤 12시 59분 59초 뒤에 1초를 추가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리니치 표준시와 9시간 차이가 나기 때문에 1월 1일 오전 8시 59분 59초과 9시 사이에 1초를 추가하게 된 것이다.

윤초는 국제원자시가 채용된 1972년부터 평균 1~2년에 한 번씩, 총 27번 있었다. 27번 모두 1초를 더한 양의 윤초로 만약 지금까지 윤초를 조정하지 않았다면 세계협정시와 평균 태양시 사이에는 27초의 오차가 생겼을 것이다.

윤초에 대한 논란

우리가 생활 속에서 직접 보게 되는 시간은 스마트 폰이나 손목시계가 가리키는 일정한 시간, 즉 세계협정시이다. 이 시간이 지구 자전에 의한 평균 태양시와 수 초, 혹은 수 분 차이가 난다고 해도 그걸 느끼거나 알아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지구 자전 속도를 고려해서 일출 일몰 시간을 계산하여 발표하는 것은 천문학자들의 몫이다.

원자시계를 이용한 시간 조정 – 붉은 점으로 표시된 지점이 윤초를 조정한 해이고, 지금까지 총 27초가 조정되었다. ⓒ www.wikipedia.com

원자시계를 이용한 시간 조정 – 붉은 점으로 표시된 지점이 윤초를 조정한 해이고, 지금까지 총 27초가 조정되었다. ⓒ www.wikipedia.com

1년을 초로 계산하면 3153만 6000초이다. 지난 45년 동안 윤초의 추가가 27번밖에 없었다는 것은 지구의 자전과 공전이 수천 만 분의 1 정도의 오차로 정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커다란 지진이 일어나거나 화산 폭발, 기상 이변 등으로 지구의 자전 속도가 변할 수 있는데 그 오차는 1년에 1초 미만이다. 실제로 지구의 자전 속도는 달의 영향으로 매년 조금씩 느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 정도는 10만년에 1~2초 정도로 윤초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윤초를 적용할 때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컴퓨터의 시간을 조정할 때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보고되기도 했다. 외환 거래나 주식 거래, 항공편 예약 등에 장애가 일어난 사례도 있었다. 2005년 이래 미국 등이 중심이 되어 윤초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아직까지 합의를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윤초를 폐지할 경우 수천 년, 수만 년 후에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물론 윤초를 폐지하면 멋 훗날 큰 오차를 한꺼번에 수정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수천 년 후의 일을 걱정해서 1~2년에 한 번씩 번거로운 윤초를 넣는 일이 옳은 일인지는 한번 쯤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과학적인 원칙을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원칙은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제도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100년에 한 번 1~2분 정도를 조정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윤초 제도의 존폐 여부는 2023년 세계전파통신회의(WRC)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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