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유아기 때 행복해야 성공한다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IQ 발달하고 교육 성취도 높아져

우리나라 사교육 열풍은 영유아기의 아동들마저 그냥 두지 않는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17년에 발표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만 1세가 채 되지 않은 아이들의 상당수가 미술, 음악, 발레, 수영 등의 예체능 과목을 비롯해 국어, 영어, 수학 등을 위한 기초 학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이른 나이에 자식을 교육하는 부모들에겐 나름대로 과학적 근거가 있다. 3세 이전에 뇌가 완성되므로 일찍 교육할수록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 다시 말해 아이들이 성공해서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조기교육을 시키는 셈이다.

그런데 유아기 때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은 IQ가 덜 발달할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학업 성적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유아기 때 행복한 아이들이 IQ가 더 발달할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학업 성적이 좋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 Image by Bessi from Pixabay

유아기 때 행복한 아이들이 IQ가 더 발달할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학업 성적이 좋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 Image by Bessi from Pixabay

미국 사우스대학의 존 케이 코피(John K. Coffey) 심리학과 교수팀은 연속적인 시간 간격으로 동일한 집단을 관찰하는 ‘종적 연구’를 위해 1978년에 아기가 있는 130명의 부모를 모집했다. 연구진은 이들 부모의 교육수준이나 직업 등을 설문조사를 통해 파악했다.

그리고 생후 18개월이 되었을 때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얼마나 자주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지를 보고했으며, 연구진은 유아의 IQ를 측정했다. IQ 검사는 아동들이 6~8세가 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리고 아동들이 29세의 성인이 되었을 때 최종적으로 교육 성취도 및 삶의 만족도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어릴 때 불행하면 성인 질환 걸릴 위험 더 높아

그 결과 긍정적인 감정을 자주 표현한 아이, 즉 행복했던 유아기를 보낸 아이일수록 아동기의 IQ 점수가 더 많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유아기 때 부모의 사회경제적 상태 및 IQ로도 설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성인을 기준으로 한 행복과 성공 간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유아기의 행복이 성인기의 성공을 예측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의학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의 문헌정보 데이터베이스인 ‘펍메드(PubMed)’에 발표됐다.

영유아기 때 사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우리나라 아동들을 대상으로 영유아기의 사교육 경험이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한 보고서에 의하면, 영유아기 때 사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아이는 불안 및 우울, 주의집중 문제, 신체 증상 등의 문제행동 점수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1.5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어릴 때부터 노는 것보다 교육에 매달려야 하니 삶의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년 아동 종합실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9~17세 아동 청소년들의 삶의 만족도는 평균 6.57점(10만 만점)으로 드러났다. OECD 27개국 중 가장 낮은 점수다.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내면 성인이 되었을 때 질병에 걸릴 위험도 더 높아지게 마련이다.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의 안드레아 대니스 교수팀은 10세 때까지 학대, 사회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등의 불행에 얼마나 노출되었는지 조사했다.

그 후 그들이 32세가 되었을 때 고혈압, 우울증, 과체중, 심장병, 당뇨병 등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질병 발생 여부를 조사한 결과, 어린 시절에 불행했던 이들의 발병 위험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와 함께하면 모든 게 재미있는 놀이

사실 유아들이 행복 조건은 단순하다. 부모와 함께 좋아하는 놀이나 활동을 할 때 약 80%의 아이들이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초등학생 이상의 아동들보다 유아기 때 이 같은 경향이 더 크다.

초등학생 이상이 되면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비중이 큰 반면, 유아들은 관계적 경험을 통해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여기서 관계적 경험에 의한 행복이란 어떤 특정 활동을 해서 느끼는 행복보다는 ‘누구’와 함께 그 활동을 했기 때문에 느끼는 행복을 의미한다. 그 ‘누구’가 바로 부모인 것이다.

엄마와 대화를 나누는 행위만으로도 아이들은 행복 호르몬인 옥시토신 수치가 증가하게 된다. 또한 아빠가 적극적으로 놀아준 아이들이 사고력 테스트에서 더 높은 점수를 기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부모가 아이와 놀아주는 방법은 그다지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아이들에게는 부모와 함께 하는 행동들이 모두 재미있는 놀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산책하기, 공 던지기, 달리기 등은 물론 청소를 한다든지 분리수거 하기 등의 집안일을 함께 하는 것도 아이에게 훌륭한 놀이다.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거장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를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어린 시절의 즐거운 추억이 많은 아이는 삶이 끝나는 날까지 안전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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