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 속 비밀, 과학으로 파헤치다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 특별전시

1970년대 우리나라에 역사적 유물 발굴이 이루어졌다. 1971년에는 무령왕릉, 1973년에는 천마총, 1973~1975년까지는 황남대총 발굴까지. 하지만 당시 발굴이 이루어지면서 유물처리에 대한 미숙함을 드러냈다. 1976년 일본과 대만에서 보존과학을 배우고 돌아온 과학자들에 의해 1976년 국립중앙박물관에 보존과학실이 생기면서 보존과학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올해로 40년이 되는 보존과학. 그 사이 큰 발전이 있었다. 도움을 받던 상황에서 몽고 등 제3세계에 보존과학을 전수하고 있다. 해외로도 파견되어 우리 유물을 직접 복원하는 단계로까지 올라섰다.

짧다면 짧은 40년의 한국 보존과학의 역사. 5월 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열리는 ‘보존과학, 우리문화재를 지키다’ 특별전시는 그 동안 우리나라의 보존과학의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다.

총 57점이 전시된 이번 전시회에는 5개의 구성으로 나뉜다. ‘프롤로그’에서는 국보 91호 기마인물형 토기, 국본 127호 금동관음보상입상‘ 등이 전시되어 있다.  초기 보존과학의 보존처리 활동 등을 되돌아보도록 구성되어 있다.

1부 ’우리 문화재의 재료 기술을 보다‘에서는 90년 이후 현대과학기술 도입과 응용으로 보존과학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금속, 도자기, 석재 등 각 분야별 대표적 재료와 함께 재료를 가공하여 제작한 문화재들의 실물과 기술을 살펴볼 수 있다.

2부 ’병든 문화재를 치료하다.‘는 최근 보존처리 된 유물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3부인 ’문화재 생명을 연장하다‘에는 요즘 보존과학분야에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빛, 습도, 온도‘ 등 박물관 환경관리에 대한 주요 활동이 소개되고 있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이번 전시회에서 소개하지 못한 국보∙보물급 문화재들이 어떻게 복원되었는지 당시 보존처리 기록을 아카이브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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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선 형광분석으로 인해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된 유물도 있다. 바로 ‘최치원 초상’이다. 오른쪽에 탁자와 초 받침을 그림 부분 아래 동자승 그림이 밑그림으로 그려져 있었다. 후대에 덧칠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국립중앙박물관

과학기술, 유물의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

이번 전시회의 특징은 보존과학이 얼마나 매력적인 분야인지 알 수 있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의 힘도 재삼 확인할 수 있다. 우선 과학기술로 인해 역사책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준 유물이 있다. ‘정곤수 초상’이 그것이다.

정곤수는 선조시대 인물로 16세기 인물이다. 그림이 그려진 연대를 16세기로 추정한 근거이다. 그런데 X선 형광분석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정곤수 초상의 밑바탕에 17세기 청나라 관복 그림이 그려져 있었던 것. 이 초상이 후대에 그려졌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림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X선 형광분석으로 인해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된 유물도 있다. 바로 ‘최치원 초상’이다. 오른쪽에 탁자와 초 받침을 그림 부분 아래 동자승 그림이 밑그림으로 그려져 있었다. 후대에 덧칠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밖에도 ‘최치원 초상’에 적외선 촬영을 했더니 그림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림 하단 빨간 줄에 먹으로 ‘건륭 58년 계측 5월에 하동 쌍계사에서 진영을 제작했고, 화사로는 비구인 평일과 찰호가 참여했다.’는 기록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주 금관총에서 출토된 고리자루칼도 복원을 통해서 새로운 정보를 알 수 있던 유물이다. 네 조각으로 심하게 파손되고 금속부분에서는 녹이 슬어 부식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과학적 분석과 보존 처리를 통해 녹으로 인해 보이지 않았던 칼집 장식에서 ‘이사지왕’이라은 글자가 드러났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유혜선 학예연구관은 “현재 ‘이사지왕’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더 많은 유물 복원을 통해 금관총 주인이 누구인지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분분석, 유물의 재료에 대한 예상 깨뜨려

보존과학은 CSI 과학수사를 방불케한 다. 7세기 만들어진 ‘금강경판’은 이제까지 재래가 동 위에 금을 도금한 ‘금동판’이거나 완전한 ‘금형’이라고 여겼지만 성분 검과 결과 예상이 빗나갔다.

유 학예연구관은 “금강경판의 은 성분 무게 백분율 값이 차이를 보여 성분 분석을 하게 됐는데, 그 결과 은판 위에 금박을 입힌 유물이었다.”며 “이는 은이 금보다 더 가벼워서 전체 무게를 줄이고 명문을 보다 더 쉽게 새기고 용이하게 보관하기 위한 것”라고 추측했다.

숨겨진 비밀을 알아낸 다른 유물로는 유두서의 ‘노승도’가 있다. 그림 바탕 종이가 물감이 잘 번지지 않고 매끌매끌하여 겉보기에는 은지라고 판단이 됐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었다. 은은 공기와 만나면 색깔이 변색될 수 있지만 이 그림은 그대로였다. 과학성분 분석 결과 역시 은이 아니었다. 곱게 빻은 전복가루였다. 은은한 빛깔이 나왔던 이유이다.

철기시대에 만들어진 ‘잔무늬거울’ 성분 분석에서도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보통 청동거울은 돌 거푸집이나 밀랍 거푸집이다. 그런데 이 유물은 모래거푸집이었다. 해안가의 모래가 아닌 밀가루처럼 아주 고운 모래를 거푸집으로 만들어낸 유물이었다.

3D프린터와 CT, 볼 수 없는 부분까지 복원

이번 전시회에서는 보존과학에서 새롭게 도입되는 기술도 엿볼 수 있다. 3D프린터 등을 활용해서 복원한 ‘용 구름무늬 주자’가 그중 하나이다. 반밖에 남아 있지 않은 유물이지만 무늬가 연속되는 형상이어서 남아있는 부분과 없어진 부분을 연결한 흔적을 추정하여 3D프린터로 복원했다.

유 학예연구관은 “아무래도 손으로 틀을 뜨고 하는 과정에서 조심을 한다고 하더라도 압력 등 위험 요소가 있기 마련인데 3D프린터는 유물과 접족하지 않고 형태를 만들 수 있어서 안전성 강화라는 이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CT를 이용한 유물도 있다. 문화재를 대상을 하는 CT는 360도 회전을 통해 X선 빔을 투과해 2D의 X선 이미지 정보를 얻어서 컴퓨터에 재조립해서 3차원의 입체 영상을 얻게 된다. 불규칙한 형태를 가진 문화재의 정확한 모양을 재구성할 수 있고 기존 X선 이미지에서 겹쳐 보이던 내부 구조물을 분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 전시된 ’매화 새 용무늬 연적‘도 CT를 통해 정사각면체 안에 해태 조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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